81세 현직 vs 77세 전직 양강 구도 속 51세 헤일리 급부상…트럼프 재판·부동층·제3후보·경제 상황 등 촉각
먼저 ‘뉴욕타임스’는 “지금까지 정치적 혼란이 이보다 더 분명하게 나타난 적은 거의 없었다”라고 말하면서 “유권자들은 미국이 나아가는 방향과 대선에 출마할 후보들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 모두 영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가령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81)의 지지율은 여론조사가 시작된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바이든과 대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7)은 현재 여러 건의 형사 재판을 앞둔 상태다. 때문에 현재로선 어느 누구도 쏙 마음에 들지 않아 갈팡질팡하고 있는 유권자들이 많다.
다섯 가지 변수 가운데 ‘뉴욕타임스’가 꼽은 첫 번째 변수는 니키 헤일리(51)다. 현재 공화당 경선 주자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헤일리는 과연 트럼프 지지층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다섯 가지 가운데 아마도 가장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선거 달력 상 가장 먼저 등장하는 변수”라고 말하면서 상징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헤일리가 트럼프의 후보 지명에 커다란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뉴햄프셔나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이변을 일으킨다면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록 공화당 내 비트럼프 진영이 축소되고 힘이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리고 이는 “공화당의 트럼프 지지층 사이에 눈에 띄는 균열을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연휴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헤일리의 지지율은 뉴햄프셔주에서 30%에 육박하거나 혹은 3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스’는 경선의 초반 변동성을 감안하면 헤일리가 예상보다 놀랄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헤일리가 뉴햄프셔에서 트럼프를 이긴다고 할지라도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는 데 있어 실질적인 위협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왜냐하면 아직은 트럼프에 비해 호감도가 낮고 파벌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둘째, 트럼프가 앞두고 있는 재판의 향방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전임 대통령이 형사 재판을 받는 상태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기이한 선거다”라고 표현했다. 공화당 경선이 열리는 ‘슈퍼 화요일’ 하루 전날인 3월 4일 예정되어 있는 재판은 올해 상반기의 정치적 쟁점이 될 게 분명하다. 물론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경선 내내 주요 쟁점이 될 건 분명하다.
다만 재판 자체가 트럼프에게 심각한 정치적 피해를 입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배심원단이 평결을 내리기 전에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기에 충분한 수의 대의원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형사 재판이 ‘우리 생애 최대의 정치적 장관’이라거나 이와 유사하게 거창하게 기억되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예외의 경우도 있다. 공화당원들이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에는 재판이 중요하게 된다. 실제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스’와 ‘시에나 칼리지’가 격전지에서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를 포함한 최근의 여론조사들을 보면 만일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에는 바이든이 지지율 선두로 올라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트럼프의 후보 지위에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결과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박빙의 승부에서는 극히 일부의 유권자만 범죄자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더라도 선거에서 결정적일 수 있다”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동시에 유죄 판결은 트럼프를 후보 자격에서 박탈하거나 전당대회에서 후보 지명을 거부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다.
트럼프가 현재 앞두고 있는 재판은 대선 결과 번복 시도 건 외에도 기밀자료 취급 관련 재판, 사업기록 위조 혐의 관련 재판 등이 있다. 또한 트럼프가 폭동·반란 가담 시 공직 취임을 금지한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도 아직 남아있다.
셋째, 새롭게 부상한 부동층 유권자들의 표심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 선거에서 향방을 결정지었던 부동층 유권자들로는 사커맘(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중산층 기혼 여성), 시큐리티맘(가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여성으로, 국가의 외교 및 안보 정책에 큰 관심을 보이는 주부들), 레이건 민주당(공화당의 레이건 후보에게 투표한 민주당 지지자), 백인 노동자 계층 등이 있었다. 하지만 2024년 선거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가진 부동층 유권자들이 선거를 결정지을 것이다. 바로 젊은 청년과 흑인,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이다.
과연 이들 부동층이 바이든을 지지할지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변수다. 아니, 어쩌면 앞으로 수십 년간 미국 정치의 궤도를 형성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젊은층과 흑인 및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은 후보들의 (당근) 공약은 물론이고, 어쩌면 이번 대선의 전반적인 흐름을 결정지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서 백인 노동자 계층보다는 흑인, 히스패닉계, 젊은 유권자들에게 보다 초점을 맞추는 정책들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트럼프는 8년 전만 해도 스페인어 방송인 ‘유니비전’을 기자회견장에서 내쫓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니비전’ 단독 인터뷰를 가지면서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러한 사례들은 훨씬 더 빈번하게 나타날지 모른다.
넷째, 제3당에서 후보가 나올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불만이 많은 젊은층과 흑인,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심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69) 같은 제3당 후보에게 갈 수도 있다”라고 점쳤다. 어쩌면 케네디는 트럼프의 재판처럼 2024년 선거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지도 모른다. 혹은 성공적으로 출마할 수 있을지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그의 도전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몰라도 현재 분명한 X팩터(불확실성 요인)인 건 확실하다. ‘뉴욕타임스’는 “전체 유권자의 약 20%가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더욱이 케네디는 2016년 대선에 출마한 자유당의 게리 존슨과 같은 후보들은 꿈도 꾸지 못했던 브랜드 네임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부분의 무소속 후보들은 흐지부지 사라지곤 했다. 존슨의 경우 2016년 7월까지만 해도 약 10%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선방했으나 대선 직전인 11월에는 겨우 3.3%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치면서 고배를 마셨다.
케네디 역시 비슷한 이유로 잊힐지 모른다. 특히 바이든과 트럼프의 맞대결이 쟁점으로 부각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또한 “존슨은 케네디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다섯째, 미국의 경제 상황이 과연 바이든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도 중요하다. 여러 측면에서 볼 때 2024년은 바이든에게 긍정적이다. 경제는 마침내 연착륙할 듯 보이고, 정적인 트럼프는 재판을 앞두고 있다. 또한 그가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유권자들 즉, 젊은층과 흑인들, 히스패닉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다.
어쩌면 이 모든 점들은 궁극적으로 바이든의 도전을 승리로 이끌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많은 현직 대통령들은 양극화된 캠페인과 성장하는 경제의 도움을 받아 유사한 상황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바로 지지율이다. 통계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경기가 호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바이든의 지지율은 39%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8%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지금까지 재선을 노렸던 대부분의 대통령들과 달리 바이든은 후보가 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을 받아왔다. 바로 고령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그간의 업적을 옹호하기보다는 나이에 대해 고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오는 여름 최종적으로 후보로 지명되면 민주당 역시 나이에 대한 의구심을 뒤로 미루고 결집하게 될 것이고, 아마도 그때가 되면 바이든의 지지율은 회복될지도 모른다.
다만 시간은 바이든의 편이 아닐 수 있다. 대통령은 매일 나이를 먹고 있다. 고령의 대통령이 비틀거리거나 말을 더듬는 모습은 유권자들이 그의 지도력과 국가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신뢰를 갖지 못하게 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