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은 호텔방에서 당했다” 두 여성 비슷한 패턴 폭로…첫 보도 주간문춘 “제보 잇따라” 2차 폭로 예고
#여성들이 밝힌 ‘공포의 하룻밤’
주간문춘 기사에서는 익명의 여성 두 명이 8년 전의 일을 고발하고 있다. A 씨는 2015년 개그맨 오자와 가즈히로의 초대로 도쿄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열린 술자리에 참석했다. 도착해보니 마쓰모토를 비롯해 방송작가와 개그맨, 탤런트 등 여러 명이 있었으며, 참석자 여성들은 모두 연예인 지망생으로 25세 전후였다고 한다.
A 씨는 “엄청난 VIP가 모인 술자리라고 했다. 호텔 방에 저항감이 있어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VIP는 오픈된 장소를 꺼려한다’며 설득해 참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한 후배 개그맨이 ‘게임을 시작하자’고 말하자 다들 자리를 옮겼고 마쓰모토와 단둘이 침실에 남게 됐다”고 한다. 이어 “마쓰모토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내 아이를 낳아 달라’며 갑자기 키스하고 성행위를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피해자는 A 씨만이 아니다. 날짜는 다르지만 같은 호텔 방, 역시 오자와의 초대를 받아 참석했다가 마쓰모토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B 씨의 고백도 실렸다. 두 여성은 “연예계에 절망했다” “성폭행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속내를 털어놨다.
주간문춘은 “두 여성 외에도 다른 참가자 여성이 취재에 응해 사실관계를 인정했다”고 전했다. “하나같이 여성들은 사전에 마쓰모토가 온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후배 개그맨이 여성들의 휴대전화를 미리 압수하는 등의 수법이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성폭행 의혹이 보도되자 마쓰모토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사실무근이기 때문에 주간문춘과 철저하게 싸우겠다”며 논란을 반박했다. 마쓰모토의 소속사 요시모토흥업도 “그런 사실은 없다”며 법적 조치 등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반면, 주간문춘은 “신중하게 취재했다. 일련의 보도에 충분히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의 ‘감사 메시지’ 놓고 시끌
그러던 중 주간여성프라임이 성폭행 의혹을 고발한 A 씨의 모바일 메신저 내용을 공개했다. A 씨가 사건 직후 개그맨 오자와에게 “오늘 같은 희소모임에 초대해줘서 고맙다. 마쓰모토 씨는 정말로 멋있었다. 오자와 씨가 연결해준 인연에 감사드린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 이후 인터넷상에서는 혼전의 양상이 펼쳐졌다.
마쓰모토는 “마침내 드러났다”면서 관련 기사를 인용해 X에 공유했다. 올리자마자 1시간 만에 1만 건이 넘는 댓글이 쇄도했다. “역시 무죄였다” “단순한 술자리였던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일부 네티즌들은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죄라면 법정에서 싸워라” “마쓰모토 정도의 거물급 개그맨이 주간지를 인용해 여론전을 펼치는 모습이 비겁해 보인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라인 이미지는 짜깁기가 가능한 데다, 성 피해자 심리로서 자신의 안전을 생각해 마음에 없는 감사 문자를 보내는 일도 드물진 않다”고 추측했다.
한편, 1월 8일 요시모토흥업은 “마쓰모토가 연예계 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소속사 측은 “이대로 예능 활동을 지속한다면 많은 관계자와 동료 출연자에게 불편함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재판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방송국에서는 충격이 쏟아졌다. 한 관계자는 “재판 판결까지 수년에 이를 가능성도 있고 방송사마다 대책 마련에 고심에 빠졌다”며 “당장 우리 프로그램도 존속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9월 환갑을 맞이한 마쓰모토는 여전히 전성기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수요일의 다운타운’을 비롯해 고정 프로그램만 7편이 넘는다. 사생활에서는 2009년 5월 탤런트 이하라 린과 결혼해 같은 해 10월 딸을 얻었다. 딸이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하는 등 딸바보 면모를 선보이기도 했다.
#추궁당하는 일본 연예계 관행
월간 쓰쿠루(創·창)의 편집장 시노다 히로유키는 “이번 성가해 논란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주간문춘이 추후 공개할 2탄, 3탄 보도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마쓰모토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A 씨와 B 씨가 같은 호텔을 지목한 점으로 볼 때 마쓰모토가 동일한 패턴을 반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주간문춘은 “마쓰모토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며 “조만간 마쓰모토에 대한 2차 폭로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일본 연예계는 오래전부터 ‘베개영업(성상납)’에 대한 소문이 떠돌았다. 수위 높은 성추행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7년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세계적으로 거셌지만, 유독 일본만은 조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변화가 느껴진다. 뒤늦은 감이 있긴 해도 사회적 강자에 의한 성폭력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일례로 2022년 3월에는 주간문춘이 “일본의 영화감독 겸 배우 사사키 히데오가 여배우들에게 영화 출연을 빌미로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일본 영화계에 만연한 성추행 실태가 속속 드러나며 피해 여성들의 고발이 잇따랐다. 2023년에는 영국 BBC가 “일본 대형기획사 쟈니스 사무소(현 스타토엔터테인먼트)의 창업자 쟈니 기타가와가 생전 소속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수십 년에 걸쳐 성착취를 저질렀다”고 폭로해 열도가 들끓었다.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자 결국 쟈니스는 상징성을 담고 있는 소속사 명칭을 바꾸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마쓰모토가 소속된 요시모토흥업은 직원만 900명, 소속 연예인은 6000명가량인 대형기획사다. 쟈니스에 이어 요시모토흥업마저 성가해 논란에 휘말리면서 일본 연예계 양대 산맥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그만큼 이번 의혹 결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