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골키퍼 김승규 이탈 등 전력 누수…2012 올림픽·2018 월드컵도 ‘부상과의 싸움’
대표팀은 최근 여러 메이저대회를 치르며 '완전체'로 임한 대회가 드물다. 매번 대회 전 팀 내 유력 자원이 부상을 입었고 전력에 공백이 생겼다.
#'A매치 79경기' 주전 골키퍼의 이탈
이번 대회를 앞두고선 구성원 대부분이 건강한 몸상태를 유지해 기대감을 높였다. 단순히 건강함을 넘어 절정의 감각을 선보이기도 했다. 손흥민, 황희찬은 나란히 프리미어리그 두자릿수 골을 달성했고 이재성, 김민재, 황인범, 이강인 등 주요 자원들이 모두 소속팀에서 고른 활약을 선보였다. 실로 오랜만에 온전한 전력을 메이저 대회에서 선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기대는 곧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핵심 공격수 황희찬과 측면 수비수 김진수의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황희찬은 약 1년 전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도 부상을 입어, 팀이 치른 4경기 중 2경기만을 소화해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팬들이 원치 않는 소식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첫 경기 이후 팀 훈련 과정에서 골키퍼 김승규가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것이다.
부상 직후 열린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2차전, 선수들은 선제 득점 직후 김승규의 유니폼을 들어 올리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상심했을 김승규의 마음은 어루만져 줬지만 이 세리머니가 대표팀의 전력 공백까지 채울 수는 없었다.
김승규는 장기간 대표팀 골문을 지킨 주전 자원이다. 2015년 3월부터 대부분의 A매치에서 골문을 지켰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현우에게 잠시 밀려났으나 이내 자리를 되찾았다. 2019 아시안컵, 2022 카타르 월드컵 모두 그가 넘버 원 골키퍼로 인정을 받았다. 김승규의 A매치 출장 기록은 79경기에 이르렀다.
대회 종료까지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없는 김승규의 공백은 조현우가 메우고 있다. 김승규와 양강 체제를 이어오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받지만 경험만큼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그간 A매치 25경기를 소화했으나 국가대표에서 주전 골키퍼로서 큰 대회 경험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유일하다.
이외에도 대표팀은 측면 수비진에도 전력 누수가 많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진수가 부상을 입어 1, 2차전에 결장했다. 대체 자원으로 나선 이기제 또한 풀타임 소화에 무리가 있는 몸상태로 알려졌다. 김태환 또한 종아리 부위에 통증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표팀은 조별예선 3경기에서 양측면 수비 포지션에 의도치 않은 로테이션을 가동해야 했다.
#대회마다 부상에 흔들렸던 대표팀
대한민국 대표팀은 나서는 대회마다 부상에 발목이 잡힌 좋지 못한 기억이 있다. 당장 최근 열린 메이저 대회였던 2022 카타르 월드컵조차 완전체가 아니었다. 주장 손흥민이 안면 골절 부상을 입어 마스크를 쓴 채로 경기에 임해야 했고 또 다른 공격카드 황희찬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야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2019 아시안컵에서도 대회 중 선수단 내 부상이 발생,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대표팀 전력의 중심이었던 기성용과 이재성이 대회 첫 경기에서 부상으로 각각 대회 1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당시 기성용은 후방에서의 경기 조립을 도맡아 대표팀 내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하는 자원이었다.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 이재성의 공백도 컸다.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황인범, 이승우 등이 나섰으나 대표팀 경력이 극히 적던 시절이었다. 결국 핵심 자원을 잃은 대표팀은 8강에서 허무하게 탈락했다.
기성용은 앞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부상으로 낙마했다. 첫 두 경기를 치른 이후 조별리그 최종전에 나설 수 없었다. 이미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측면 수비수 박주호를 허벅지 부상으로 잃은 대표팀이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염기훈, 이근호, 김진수, 권창훈, 김민재 등 대회를 앞두고 일어난 연쇄 부상으로 전력 누수가 극심했던 상황이었다. 결국 신태용 감독은 당시 독일을 상대로 A매치 6경기 출전에 불과하던 수비수 윤영선을 선발로 기용하고 수비수 장현수의 미드필드 배치, 손흥민의 중앙 이동 등 모험적인 수를 던져야 했다.
대표팀이 동메달이라는 성공적인 결과를 냈던 2012 런던 올림픽 역시 '부상과의 싸움'이었다. 대회를 전후로 다수의 선수들이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경쟁력을 가진 팀이었으나 부상으로 힘든 대회 기간을 보냈다. 특히 개최국 영국과의 8강전에서 와일드카드였던 김창수, 정성룡이 연이어 쓰러지는 위기를 맞았다. 다행이 교체 투입된 오재석, 이범영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줬고 최종전에서는 부상을 달고 있던 정성룡이 출전을 감행해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대회 중 찾아온 악재, 그 대처법은
아시안컵은 첫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만 엔트리 교체가 가능하다. 김승규의 부상 낙마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김천 상무 소속 골키퍼 김준홍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이는 훈련 프로그램을 위한 인원 대체일 뿐 규정상 새로 합류한 선수를 경기에 활용할 수는 없다.
결국 기존 자원 내에서 부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부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팀 내 변화를 경계했다.
"부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떤 포지션에 선수가 모자란다고 해서 전술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선택에는 반대한다. 갑작스럽게 준비되지 않은 3백 포메이션을 시도한다든가 하는 것은 안된다. 단기 토너먼트에서 큰 변화는 독이 될 수 있다. 기존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원포인트로 디테일한 부분에 변화를 시도할 수는 있다고 본다. 부상자가 많아 측면수비 선수가 부족하다면 결국 다른 포지션에서 끌어와서 쓸 수밖에 없다."
이미 주전 골키퍼를 잃은 대표팀이지만 추가 전력 이탈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전력을 다해 싸웠다. 남은 대회 기간 관리가 중요하다"며 "더 이상 무승부가 없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16강부터는 정규시간 내 승부를 내지 못하면 연장전이 이어진다. 체력이 고갈되면 부상이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표팀은 최근 아시안컵과 월드컵 모두 의료진 부분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이번 대회만큼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