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과정 희생된 벌레들 위해 40년째 ‘공양’ 행사…고통 덜 느끼는 ‘안락사’ 살충제도 개발
지난해 12월 23일, 일본 효고현 아코시에 위치한 절 묘도지에서는 특별한 추도식이 열렸다. 법당 안은 향 연기로 가득했고, 주지 스님이 엄숙한 표정으로 경전을 읊었다. 영정 앞에는 성인남녀 70여 명이 합장하며 예를 갖췄다. 그런데 영정 사진이 남다르다. 시선 끝에 있는 것은 무려 바퀴벌레, 진드기, 파리, 모기 등 이른바 해충으로 불리는 벌레들의 사진이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어스제약은 일본의 유명한 가정용 살충·방충제 회사”라고 한다. 이 회사는 자사 제품의 효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아코시에 있는 연구 시설에서 100만 마리의 바퀴벌레와 5만 마리의 모기, 1억 마리의 진드기 등 100종류 이상의 벌레를 사육하고 있다.
모기는 세계에서 인간의 생명을 가장 많이 앗아가는 생물로 알려졌다. 방치할 경우 말라리아, 일본뇌염 등 매년 수백만 명의 인명을 앗아가는 질병을 옮긴다. 다만, 어스제약 연구소에서 사육되고 있는 벌레들은 실질적으로 감염병을 옮긴 것도,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도 아니다.
어스제약 측은 “상품 개발을 위해 효력시험을 하고 있지만, 벌레도 하나의 생명이기 때문에 진혼의 마음을 담아 ‘벌레 공양’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1년에 한 번씩 연구부를 비롯해 직원 70여 명이 참석한다. “무고한 벌레들의 희생 덕분에 상품을 개발하고 쾌적한 생활 환경을 지켜갈 수 있으므로 조의를 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살충제라는 명칭도 ‘벌레케어 용품’으로 변경했다. 애초 벌레를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벌레가 매개로 하는 감염병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벌레케어 용품의 역할임을 강조한다.
또한, 벌레가 필요 이상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하는 상품도 개발했다. 가령 일반 살충제는 피레트로이드계 성분이 벌레의 신경계를 흥분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다. 뿌리는 순간 몸부림을 치다 목숨을 잃는 것이다. 반면 어스제약이 출시한 ‘제로데나이트’의 성분은 벌레가 흥분 상태가 되지 않고 잠을 자듯 죽는다. 요컨대 벌레 안락사다. 어스제약 측은 “벌레와의 공생을 이루면서 문제도 해결하는 상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싶다”고 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