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24시간 돌봄’ 실태조사…“부모휴식지원·방학돌봄 등 신규 지원 계획”
최중증 발달장애인이란 아직 학계나 현장 등에서도 합의된 정의가 없다. 다만 이번 조사엔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통칭한 발달장애인 가운데 자해·타해 등 도전적 행동으로 시설 이용을 거부하거나 의사소통 등 극심한 발달상 이유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중심으로 했다.
경기도는 1월 30일 도내 최중증 발달장애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2023년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 실태조사는 전국 최초다.
경기도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선제적 돌봄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전국 최초의 실태조사를 추진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들은 다른 발달장애인보다 일상생활·의사소통 등에 큰 제약을 받아 24시간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 능력은 타인의 도움을 받아 가능(55.2%, 781명), 불가능(25.9%, 366명), 스스로 가능(18.9%, 267명)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80% 이상이 의사소통을 위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 정도는 ‘일부 타인의 도움 필요’ 25.3%, ‘대부분 남의 도움 필요’ 30.8%, ‘전적으로 모든 일에 타인의 도움 필요’ 27.1%로 83.2%가 돌봄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1년간 정신과 치료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79명(33.9%)이었지만 이 중 49.0%(234명)만이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73.6%가 공적 돌봄 서비스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변했으며, 가장 필요한 시간대는 평일 오후(12~18시) 66.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주말 및 공휴일 오후(12~18시) 53.6%, 평일 저녁(18~22시) 44.2%, 평일 오전(6~12시) 43.5% 순으로 나타났다. 73.9%가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차별받는 이유는 발달장애인이 하고 싶은 말을 잘 표현하지 못해서(30.6%)가 가장 높았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보호자의 정신적 건강, 특히 우울 정도는 심한 수준의 우울감이 41.0%(580명)로 가장 높았고, 보통 수준의 우울감은 전체의 32.7%(462명)였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보호자 25.9%(366명)는 지난 1년 동안 죽고 싶다고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으며, 죽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심리·인간관계’가 전체 응답의 45.1%로 가장 높았다. 31명은 실제 극단적 선택 관련 시도를 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최중증 발달장애인 가정의 상황은 심각하다. 경제적, 심리적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중증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하고 부모도 따라 목숨을 끊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지난해에만 언론에 알려진 사례가 10여 건에 달한다. 장애인단체들은 사회와 돌봄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고자 경기도는 긴급돌봄 서비스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복지기관 이용이 어려운 최중증 발달장애인 가정을 대상으로 돌봄으로 인한 심리적 소진을 예방하는 내용의 정책이다.
서봉자 경기도 장애인자립지원과장은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실태조사 결과를 최대한 반영해 발달장애인 당사자 및 보호자의 요구가 반영된 24시간 돌봄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올해에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긍정적 행동지원 및 통합 돌봄서비스, 부모휴식지원 및 방학돌봄 서비스를 신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ICF)에 따라 장애특성과 환경특성 12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6333명을 시군에서 추천받은 후 전화 상담을 거쳐 조사에 부합하는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9월부터 12월까지 (주)한국갤럽을 통해 △도내 최중증 발달장애인 일반적인 특성 및 보호자 특성 △장애 및 건강 상태 조사 △돌봄 및 가족 지원 현황 등을 방문 조사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