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절차 밟으며 새 주인 찾기 나서…자산가치 평가 결과 뒷말, 부인권 소송도 쟁점
#가전 계열사 지원해주다 타격
지난 1월 29일 대유플러스는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회생계획 인가 전 M&A(인수합병)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매각은 스토킹호스(인수의향자와 공개입찰을 전제로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는 것) 방식으로 진행된다. 앞서 지난해 9월 대유플러스는 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 신청을 하고 같은 해 11월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다.
회생계획 인가 전 M&A는 회생 절차에서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중 하나다. 기업이 회생 개시 후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M&A를 진행해 투자 계약을 맺고 이를 바탕으로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법인 회생의 경우 법원의 최종 인가를 받으려면 회생계획안에 대해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주주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대유플러스는 ‘딤채’ 브랜드로 알려진 김치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제조해 위니아에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공급하는 가전부문을 핵심 사업으로 영위해왔다. 기존에 대유위니아그룹 지배구조는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동강홀딩스→대유홀딩스’로 이어진 뒤 중간지주사격인 대유에이텍과 대유플러스, 위니아홀딩스가 계열사를 거느리는 형태였다. 당초 대유플러스는 자동차 부품사 대유에이피와 대유글로벌 등을 종속회사로 뒀다.
대유플러스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해 9월 300억 원 규모의 12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조기상환청구에 따른 원리금을 변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BW는 발행사 주식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자가 정해진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지난 1월 18일 열린 관계인 설명회에서 배포된 자료를 통해 대유플러스 관리인은 “핵심 사업부인 가전사업부는 5년간 누적 실적의 영업이익률이 1% 미만일 정도로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며 “또 5년간 가전계열사의 지주사인 위니아홀딩스 등에 1362억 원의 자금을 제공했는데 실질적으로 840억 원밖에 회수하지 못했다. 회사의 최대 매출처인 계열사 위니아에 대한 지원 및 자금 미회수로 재정적 파탄에 이르게 됐다”고 회생절차를 밟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설명회 자료를 보면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 조사 결과 대유플러스의 청산가치는 359억 원, 계속기업가치는 485억 원으로 나타났다. 통상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나타나면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진행하곤 한다. 계속기업가치가 높지만 M&A를 추진하는 것은 대유위니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유위니아그룹은 가전사업에서 손을 떼고 자동차부품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다시 짜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유에이텍만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남기는 수순을 밟고 있다.
#화성공장 매각 건도 논란거리
채권자들도 M&A 성사를 바라고 있다. 회생을 개시한 기업이 자생하는 방식의 존속형 회생계획안은 기업이 미래영업현금흐름을 추산해 채무액을 감면한 뒤 통상 10년에 걸쳐 채무를 변제한다. M&A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면 즉각 현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채무 변제가 빨라진다. 김요한 법무법인 태한 변호사는 “채권자 입장에서는 확실히 변제를 해줄 만한 기업에 매각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관계인 설명회에서 나온 대유플러스 자산가치 평가 결과를 두고는 일부 채권자들 사이에서 뒷말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8일 기준으로 대유플러스의 재산 상태를 조사한 조사위원은 대유홀딩스나 동강홀딩스 등 관계사에서 받아야 할 돈의 가치를 0원으로 처리했다는 전언이다. 관계인설명회 자료를 보면 일례로 200억 원 규모의 단기대여금 항목 가치는 0원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대유플러스는 대유홀딩스에 약 241억 원을 대여해준 상태다. 대유플러스가 보유한 동강홀딩스 지분 가치도 0원으로 책정됐다.
한 개인 채권자는 “회계법인에서 자산가치를 평가한 것이 M&A를 할 때 가격 흥정의 시작점”이라며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돈은 받고 가치도 그에 맞게 산정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개인 채권자들은 이러한 의견 개진을 염두에 두고 현재 180억 원 정도의 의결권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유플러스에 투자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관계사가 보유한 대유플러스의 채무는 모두 가치가 인정되는데 채권은 0원으로 가치가 책정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M&A가 진행되면 다시 별도로 인수자 측과 자산 가치를 매기고 협상이 진행된다. (M&A가 불발돼 존속형 회생에 들어갈 경우) 관계사에 대한 대여금이 회수되면 채권자들에게 별도로 분배해달라고 건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M&A 매각 협상 때는 부인권 행사 소송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유플러스 채권단은 대유플러스가 회생절차 개시 신청 전후로 보유 자산을 매각한 일부 건과 관련해 부인권 행사 명령 신청을 했다. 현재 관리인 주도로 부인권 소송이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인권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 재산을 숨기거나 일부 채무자에 대해 편파적으로 자금을 집행했을 때 원상회복을 명령하는 권한이다.
문제가 되는 건은 대유플러스의 대유에이피(현 DH오토리드) 지분 매각이다. 대유플러스는 대유에이피의 지분 40.73%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지분 16.16%를 주당 4210원에 대유에이텍에 매각해 최대주주 자리를 잃었다. 그런데 대유에이텍은 11월 DH글로벌에 지분 37.66%를 주당 7247원(총 약 370억 원)에 매각했다. 대유플러스가 대유에이텍에게 대유에이피 지분 매각 당시 지분이 더 비싼 가격에 제3자에게 매각될 것을 알았다면 부인권 대상 행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대유플러스의 화성공장 매각 건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9월 회생개시 신청 일주일 전 대유플러스는 화성공장을 대유에이피에 197억 원에 매각했다. 대유플러스는 현금을 받지 않고 대유에이피에 갚아야 할 차입금 약 120억 원을 상계 처리했다. 사실상 계열사에 무상으로 넘겨 특수관계인에 대한 편파 변제를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최재원 법무법인 시우 변호사는 “M&A 과정에서 (인수자와 매도자가) 가치 평가를 다시 할 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변호사는 “부인권을 행사해서 회수되는 금액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면 매각가를 더 높이라고 (채권자 측에서)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대유플러스 측은 공식적인 답변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영우 회장, 대유에이텍 소유 아파트 거주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 대유에이텍 소유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유에이텍은 자동차 시트 제조 전문 기업으로 대유위니아그룹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대유위니아그룹 강남 사옥인 대유타워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박영우 회장은 현재 광주광역시 G 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다른 부동산등기부나 법인등기부에도 박 회장과 그의 아내 한유진 씨의 거주지는 G 아파트로 등록돼 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G 아파트의 소유주는 박영우 회장이 아닌 대유에이텍 법인이다. 대유에이텍은 2013년 김 아무개 씨로부터 G 아파트를 매입했다.
G 아파트는 광주광역시 내에서 최고급으로 꼽힌다. G 아파트는 2008년 분양 당시 광주광역시 최초로 3.3㎡(약 1평)당 분양가 1000만 원을 넘겼다. 박 회장이 거주하는 G 아파트 호의 면적은 179.17㎡(약 54평·공급면적 기준)이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우선 대유위니아그룹이 박영우 회장에게 사택을 제공했을 가능성이다. 실제로도 기업이 임직원에게 사택을 제공하는 사례는 종종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외국인 임원이나 지방 발령, 지방 공기업 등의 경우다. 하지만 박 회장의 경우는 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앞서 박 회장은 2010년대 초반까지 광주광역시 S 아파트에 주소지를 뒀다. 박 회장이 거주했던 S 아파트 소유주도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인 동강홀딩스로 확인됐다. 모든 임원이 사택을 제공받는 것도 아니다. 권의경 대유에이텍 대표이사는 본인 명의의 광주광역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다른 하나는 대유에이텍이 특정 이유로 G 아파트를 매입하고, 박영우 회장이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는 경우다. 시세 등을 고려했을 때, 대유에이텍이 투자를 목적으로 G 아파트를 매입했을 가능성은 낮다. 만약 대유에이텍이 박 회장을 위해 아파트를 매입했다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편, 박영우 회장 일가는 대유타워 건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임금체불 혐의와 관련해 대유타워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박 회장은 대유타워 지분 67.5212%를 갖고 있다. 박 회장의 아내 한유진 씨와 장녀 박은희 씨는 각각 대유타워 지분 24.3591%, 8.1197%를 보유 중이다. 대유타워는 13층 규모 건물로 연면적은 6229.28㎡(약 1884평)에 달한다.
이 밖에 박영우 회장은 한유진 씨와 공동명의로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아크로비스타 해당 호에는 박은희 씨가 거주 중이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