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당선무효형 상황, 휴일 정치권 홍보물 단속 지시…여야 재선거 염두 행보에 불편한 심기 반영 관측
박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이 때문에 4월 10일 제22대 총선에서 아산시장 재선거가 함께 치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2심 재판상 절차적 오류가 있다며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총선에서 아산시장 재선거는 불가능해진 셈이다.
지난 1월 6일 토요일 아산시 자치행정과 측은 “(박경귀) 시장님께서 금일 읍면동장께 전달하는 지시사항”이라며 “읍면동 관내 게시돼 있는 정당 현수막 현황 금일 중 파악해 달라. 현수막 사진, 장소, 내용, 게시자를 목록화해서 보고해 달라. 철거는 해당사항 아니다”라고 업무 지시를 했다. 앞서 1월 1일 공휴일에는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기도 했다. 2023년 추석쯤에도 정당 현수막 철거를 진행했다고 한다.
아산시 공무원들은 휴일 근무를 했음에도 근무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 아산시 한 공무원은 “(당일) 급작스러운 요청이라 초과근무를 미리 올리지 못했다. 정식적인 근무 요청을 한 건도 아니었다”며 “아산시 내 불법광고물 정비업무 담당 공무원들은 모두 시장 지시를 받아서 휴일에 정당 현수막 현황을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시 공무원노동조합에서는 이 같은 업무지시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박민식 아산시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일요신문 통화에서 “불법 현수막 다 철거하라는 지시가 사전 명령도 없이 내려오고, 휴일근무수당 미지급 등의 문제 사항에 대해서 관련 실과에 전달했다”며 “현수막 철거 업무를 주기적으로 하는 건 맞지 않고, 읍면동이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자율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점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경귀 시장이 정당 현수막 파악 및 철거를 지시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의 아산시 공무원은 “(박경귀) 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2심에서 당선 무효선고를 받았다”며 “이 상황에서 여러 정치인이 본인들을 어필하고자 현수막을 게시한 것으로 안다. (출판기념회 등) 이것이 시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산시 자치행정과 측은 통화에서 “정당 현수막이 많이 걸려 있어서 조사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박경귀 시장은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아산시장 후보로 출마해 상대 후보인 오세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시장은 2023년 6월과 8월 각각 진행된 1·2심에서 모두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당선인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당선무효가 된다.
1심 재판부는 “오세현 후보자 등 증인들의 일치된 진술로 볼 때 박경귀 시장 측이 성명서에서 허위 의혹을 제기한 원룸 거래는 정상적 거래로 보인다”며 “성명서 내용을 확인할 시간적·물리적 여유가 있었지만 하지 않은 점에서 허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공표한 데 대한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선거 6일을 앞두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 후보의 부도덕성과 위법성을 언급하는 성명서를 공표하고 실제 선거 결과도 1314표의 근소한 표 차이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진지하게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정당하다고 강변하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경귀 시장은 2심 판결 직후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혔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여야 모두 아산시장 재선거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대법원에서 박 시장 당선무효형이 확정될 경우 4월 10일 열리는 제22대 총선과 함께 아산시장 재선거가 치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오세현 전 아산시장이 명예회복을 노리는 모습이다. 안장헌 충남도의원도 일찌감치 지역에 사무실을 내고 지역구 관리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에선 전만권 아산을 당협위원장 출마가 거론됐다.
1월 6일 오세현 전 아산시장은 선문대 원화관 아트홀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같은 날 전만권 국민의힘 아산을 당협위원장도 디바인밸리에서 ‘아산의 노래 전만권이 부른다’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7일에는 안장헌 충남도의원이 온양관광호텔에서 ‘더 가까이 더 따뜻한 도시를 꿈꾸며’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일요신문은 아산시장실에 정당 현수막 현황 파악 및 철거 관련 문의를 했으나, 다른 부서로 연결해줄 뿐 어떤 입장도 들을 수 없었다.
아산시장 재선거는 이번 총선과 함께 치러질 수 없게 됐다. 1월 25일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박경귀 시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사건에 대해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박경귀 시장의 2심 재판이 절차상 오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박 시장은 국선변호인 선정을 취소한 후 사선변호인 3명을 선임했다. 하지만 이들은 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받지 못했다. 형사소송법 361조 2항에는 항소법원이 항소인과 그 상대방에게 소송기록이 접수됐음을 통지해야 하며, 통지 전에 변호인이 선임되면 변호인에게도 통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아산시장 재선거 실시 여부가 정해질 전망이다. 박경귀 시장이 1·2심과 같은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유죄 판결을 8월 31일까지 받는다면, 재선거는 10월 첫째 수요일에 치러진다. 유죄 판결이 9월 이후로 확정된다면, 2025년 4월 첫 번째 수요일에 재선거가 진행된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