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박 지원금 기대 어려워” “통신업계는 ‘유지’ 위한 여론작업”…아예 폐지되지 않을 가능성도
단통법은 정부가 공시 지원금을 임의로 정하고, 이를 초과해 지급하는 경우 처벌을 받도록 하는 법이다. 대략 공시 지원금은 처음 시행될 때 약 30만 원 선이었고, 보조금은 공시된 지원금의 최대 15% 이내로 책정될 수 있었다. 이 법은 2014년 스마트폰이 시장에 보급된 이후 과도한 마케팅 비용과 보조금 지급으로 경쟁하던 3대 이동통신사의 경쟁을 제한하면서 시장에 숨통을 틔웠다고 평가받는다.
단통법의 장점은 있다. 법 도입 이후, 모든 사용자가 차별 없이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25% 선택약정할인 등이 도입되었다. 보조금 대신 공식적인 지원금인 '공시지원금' 제도가 도입되어 지원금에 맞춰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법은 당초 시행부터 논란이 많았다.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산다고 해서 만든 법이지만 ‘모두가 비싸게 살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특히 아직도 당시 사진 한 장이 회자되고 있다. 오남석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은 “이 법이 워킹될 때쯤 되면 소비하는 문화도 바뀔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이통사 수입이 남으면 틀림없이 요금을 내릴 겁니다”라고 했다. 예상처럼 통신사 영업이익은 치솟았지만, 요금은 요지부동이었다.
실제로 단통법 시행 후인 2015년 통신 3사 합산 영업이익은 2014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치솟았다. 통신 3사 합산 영업이익은 2014년 1조 6107억 원에서, 2015년 3조 1690억 원으로 늘었다. 이러한 기조는 꾸준히 유지돼 2021년 4조 380억 원, 2022년에는 4조 3835억 원, 2023년에는 4조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단통법의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2024년 1월 22일 정부는 단통법 시행 10년 만에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폐지되지 않았던 단통법이 이번에는 완전히 사라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우선 2월 중 관련 시행령부터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2월 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통신사 간 단말기 보조금 지급 경쟁을 촉진할 수 있도록 가급적 2월 중 단통법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려고 한다”며 “통신사와 유통점이 가입비용, 요금제 등을 고려해 자유롭게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시행령 상 가능한 부분들은 개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휴대폰 성지(단통법을 어기고 지원금을 대폭 주는 곳을 뜻하는 은어) 판매자 A 씨는 ‘단통법은 이미 폐지됐어야 하는 법’이라고 평가했다. A 씨는 “단통법은 애초 일몰조항이 3년이었다. 이에 비춰보면 한시적인 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아직까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A 씨 말처럼 단통법의 ‘기본 지원금에 상한을 두도록 하는 조항’은 3년 일몰 단서가 있어 2017년을 거치면서 일몰됐다. 당시에도 ‘단통법 폐지’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통법 핵심인 추가지원금 조항이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추가지원금 조항이 살아 있다면 공시지원금 외에 추가 지원금을 일정 이상 더 주는 게 불법이 된다.
다만 성지 업체에서는 단통법 폐지에 대해 큰 기대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성지 업체 운영자 B 씨는 “단통법이 폐지돼야 한다는 생각은 다들 하지만, 워낙 폐지된다는 얘기가 많았던 만큼 이번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흐름으로는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싶다”고 얘기했다.
단통법이 폐지된다고 해서 곧바로 단통법 시행 전처럼 100만 원 이상 초대박 지원금이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힘들다는 얘기도 있다. A 씨는 “단통법이 있다고는 해도 불법 리베이트는 소소하게 있어왔다. 최근 들어 그 규모도 줄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지원금 규모가 일정 액수에서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왔다”면서 “통신사가 지금 수준 점유율에서 경쟁을 크게 안 하고 수익을 올리려는 모양새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단통법 폐지 발표가 있자 언론이 신도림 성지 등을 방문한 뒤 ‘불법 보조금이 넘쳐난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온 바 있다. 불법 보조금이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이들의 말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업자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그렇게 줄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B 씨는 “계산을 아예 잘못한 것 같다. 카드 할인액도 불법 보조금 액수에 끼워 넣어서 80만 원 할인되는 것처럼 써 놨더라. 만약 실제로 그 정도 지원금이 나온다면 농담 안 하고 신도림 일대 2km는 줄 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보도가 최근 연이어 나오는 것도 업자들 사이에서는 ‘통신업체에서 여론을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A 씨는 “단통법 폐지로 시장이 혼탁해진다는 얘기가 자꾸 나와야 단통법이 유지되지 않겠냐. 성지는 요즘 들어 장사도 안되는 데다 보조금도 예전과 다를 바 없는데 자꾸 기사가 나오는 게 일반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통신사 측에서 단통법 폐지가 그만큼 아프다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업자 말처럼 최근 성지를 가봤지만 엄청난 지원금을 준다는 모습을 보긴 어려웠다. 갤럭시S24의 경우 현금 지원이 약 40만 원 정도다. 여기에 약정에 따라 약정 할인을 받는 게 전부다. 과거처럼 보조금이 휴대전화 가격만큼 나오는 사실상 ‘공짜폰’ 같은 건 사라진 셈이다.
다만 단통법이 폐지된다면 이 부분이 바로 확 바뀌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직 단통법이 폐지될지도 미지수인 데다, 정부가 약정 할인 등은 그대로 두겠다는 얘기도 있어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할인이 더 커지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실제로 2월 2일 LG유플러스가 갤럭시 S24 공시 지원금을 기존 23만 원에서 2배 가까이 올린 45만 원으로 책정했다. 정부가 단통법 폐지를 언급한 데다, 소비자 기대가 커지자 LG유플러스가 반응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처럼 단통법이 완전히 폐지되면 통신 3사 간 경쟁이 커질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과거 단통법 제정 전 일부 스마트 컨슈머가 보조금을 많이 받아 간 경우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단통법 제정 전에도 1년 100만 원가량의 최대 보조금을 받는 이들은 전체 소비자 중 15%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서도 통신 업자들 사이에서는 그때와는 다르다는 반박이 존재한다.
성지 업체 운영자 C 씨는 “과거에는 보조금이 암암리에 지급되고, 아는 사람만 받아 갔지만 단통법 제정 후 10년 동안 정보 공유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그때처럼 일부에게만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 명이 넘은 지 오래다. 통신 시장이 성숙했고, 스마트 컨슈머가 그만큼 늘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통신업계에서는 단통법에 대해 폐지 여부를 지지하는지, 반대하는지 어떠한 쪽도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도 “통신사로서 어떤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기대와 우려와는 달리 이번에도 단통법이 폐지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단통법 폐지는 법을 개정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해 국회 결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단통법 운명이 결정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