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장기 활용 위해 채혈로 건강체크…며칠 뒤 족쇄 끊는 소리 ‘땅땅’ 집행 시그널
중국 현지에서 간수소(구치소)를 거쳐 감옥(교도소)에서 10년여 동안 수감생활을 했던 A 씨는 “간수소에 있을 때 사형수들을 많이 마주쳤다”면서 “대표적인 사형 집행국인 중국 현지에서 사형수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사형수로 채워지는 반복되는 현상을 많이 봤다”고 했다.
A 씨는 “사형수가 방을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사형이 집행됐다는 이야기”라면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형수들을 같은 공간에서 마주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중국 공안국에서는 무기수 이상이 예견되는 피고인의 경우 확정판결을 받기 전임에도 간수소에 입소하면서부터 '족쇄'를 채운다고 한다. 사형수의 경우 이때 채워진 족쇄는 사형 집행하는 날 집행장에 갈 때 풀어준다. 즉 한번 채워진 족쇄는 죽기 직전까지 차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무기수는 확정판결을 받고 감옥(교도소)으로 이감할 때 족쇄를 풀어준다.
족쇄는 말 그대로 발에 채우는 쇳덩이다. 우리나라에선 비유적인 표현으로나 접할 수 있는 족쇄를 중국 구치소에선 여전히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사형수나 무기수 같은 중범죄자 같은 경우엔 교도소 내부에서 돌발행위를 할 우려가 있어 족쇄를 채워놓는다. 이뿐만 아니라 족쇄의 일부분을 쇠사슬로 연결해 말뚝에 묶어 놓는 것으로 전해진다.
범죄 무게에 따라 족쇄 무게도 달라진다. 족쇄 무게는 다섯 근(2.5kg)부터 스무 근(10kg)까지 존재한다. 중범죄일수록 무거운 족쇄를 차는 시스템이다.
일요신문은 실제로 1~2년 동안 중국 현지 구치소에서 족쇄를 차고 있었던 B 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수감 생활을 꽤 오래 했는데, 처음 몇 년 동안은 족쇄를 차고 있었다”면서 “족쇄 자체가 무쇠덩어리다 보니 겨울에는 차가워지고, 여름엔 발목과 족쇄 사이에 끊임없는 물집과 상처로 인해 상당히 불편했다”고 했다.
B 씨는 “족쇄는 상당히 불편하다”면서 “무게가 있고 행동에 제약이 생겨 불편한 것은 두 번째 문제이고, 피부에 직접 닿는 부분이 상당히 날카롭고 까끌까끌해 그냥 차고 다니면 발목 전체에 상처가 생긴다”고 했다. B 씨는 “통상적으로 족쇄를 찬 사람들에겐 노하우가 생기는데, 피부와 족쇄 사이에 양말을 겹겹이 끼워 넣거나 수건을 덧대는 방식으로 통증을 최소화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족쇄를 찬 사람들 중에 생존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까지 발목이 시리다거나,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후유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젊었을 시절 족쇄를 차서 그런지 후유증이 있는 경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족쇄라는 물건이 얼마나 사람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있었다.”
A 씨는 ‘사형수의 족쇄’가 사형 집행 징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 했다. A 씨는 중국 당국이 사형수 사형을 집행하기 전 몇 가지 징후에 대해 설명했다. A 씨는 “중국 간수소에선 먹을 것으로 사람을 통제한다”면서 “수저도 지급하지 않기에 알아서 구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A 씨는 “그런데 사형수에게 밥을 잘 주기 시작할 때가 있다. 사실상 사형 집행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했다.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밥을 잘 주기 시작하면서, 어느 날 의사와 간호사복을 입은 낯선 사람들이 찾아와 사형수를 대상으로 채혈을 한다. 사형 집행 이후 장기를 활용하기 위해 미리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절차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가기 전에 ‘땅땅’ 하는 소리가 감옥 전체에 울려 퍼진다. 사형수 족쇄의 잠금장치를 해머로 끊어버리는 소리다. 그리고 사라진 사형수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감옥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죽었구나’ 인지하게 된다.”
A 씨는 “교도소는 형을 집행하는 곳이기 때문에 사형수는 그곳에 있을 수 없다”면서 “사형이 집행되기 전까지 사형수는 ‘미결수’이기 때문에 우리로 치면 구치소인 간수소에 갇혀 있다”고 했다. A 씨는 “중국은 간수소에 사형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외진 곳에서 별도로 사형을 집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꿇어앉히고 총을 쏘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화장터로 데리고 가서 주사기로 사형을 집행한다”고 했다.
그는 “총을 쏘든 주사를 놓든 ‘사형 관련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시신을 가족에게 인도하지 않는다”면서 “사형을 받을 만한 범죄자들은 대부분 어려운 형편에 있기 때문에 공안 당국에서 시신을 화장 처리하고 마무리 짓는다”고 했다.
중국에서 몇 차례 수감시설을 옮겨 다녔던 한국인 C 씨는 여러 사형수를 곁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다. C 씨는 “며칠 전까지 함께 지내던 사형수들이 갑자기 사라지면 죽는 것”이라면서 “그런 광경을 여러 차례 지켜보다 보면 생사에 대한 개념 자체가 상당히 달라진다”고 했다.
C 씨는 “한 사형수는 교도관이 빌려준 만화책을 받아서 읽고 있었다”면서 “만화책을 막 읽기 시작한 다음, 내일 사형이 집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런데 그 사형수에게 ‘사형 시그널’이 왔다. 교도관이 “저 친구 밥 많이 주라”면서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C씨는 “이런 말을 듣고 사형수가 본인이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C 씨는 “그 사형수는 자신이 죽기 전날 온 힘을 다해 밤을 새워 그 만화책 수십 권을 읽었다”면서 “‘만화책 결말을 못 보고 죽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C 씨에 따르면, 해당 사형수는 만화책을 다 읽고 이튿날 아침 7시에 사형장으로 향했다.
C 씨는 “또 다른 중국인 사형수가 사형 집행을 당하기 위해 떠나던 기억도 뇌리에 남아 있다”면서 “생사와 관련해 초연해진 표정으로 떠나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 사형수는 방을 떠나면서 웃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손을 흔들면서 중국어로 한마디를 건넸다. ‘워 씨엔 조우 러(我先走了)’라는 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말뜻은 이랬다.
“나 먼저 간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