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 사면 추진 논란부터 아시안컵 졸전까지…정 회장 향한 비판 거세져
염원하던 아시안컵 우승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이번 대표팀은 포지션마다 유럽 정상권 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포진, '황금세대'로 불렸다. 그럼에도 6경기를 치르면서 정규시간 내 승리는 단 한 경기에 불과했고 결승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4강에서 대표팀을 무너뜨린 상대 요르단은 '유럽파' 단 1명만 보유했다.
'목표는 우승'이라 외치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퇴·경질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정몽규 회장을 향한 비판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능력이 부족한 감독을 선택한 배경으로 정 회장이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클린스만 감독은 이전부터 전술적 역량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던 인물이다. 이는 부임 당시부터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미 충분히 알려진 약점이 있는 인물을 데려왔다는 것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마친 축구협회는 새로운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에 독일 출신 마이클 뮐러를 선임했다. 선임 이후 2개월이 되지 않은 시점, 뮐러 위원장은 새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 그는 감독 선임 배경을 밝히며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 강한 개성을 바탕으로 팀워크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봤다"고 말했다. 감독의 축구철학에 대한 질문에는 "강남스타일처럼 한국적인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당시 기자회견장은 술렁였다. 뮐러 위원장이 취임 당시 내건 감독 선임의 첫 번째 조건인 '전문성'을 말하던 때와 다른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곧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들이 배제됐다'는 후문이 이어졌다. 당시 일부 위원은 "감독을 정해두고 우리는 통보를 받는 식이었다"는 목소리를 일요신문도 전했다. 반발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지난 월드컵을 준비하던 당시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던 탓이다.
앞서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홍명보 전 협회 전무이사는 2018년 김판곤 현 말레이시아 감독을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에 앉혔고 감독 선임 관련 전권을 쥐어줬다. 김판곤 감독은 '주도적인 축구'라는 방향성 아래 여러 후보 가운데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다.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에서 흔들리기도 했지만 김 감독은 진화에 나서기도 하며 4년의 여정을 마쳤다. 결과는 월드컵 16강 진출이었다.
이 같은 '프로세스'가 무너진 상황에 비판의 화살은 정몽규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회장의 지지에 뮐러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회가 정상 가동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시안컵 이전 클린스만 감독은 외유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축구협회는 최초 계약 발표 당시 "국내 거주를 계약 조건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클린스만은 자택이 있는 미국이나 '김민재, 손흥민 경기를 본다'는 이유로 유럽에 머무는 기간이 길었다. 전임 감독들이 이어왔던 국가대표 명단 발표 기자회견도 생략됐다. 팬들은 국가대표 감독에게 선수 선발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축구협회는 감독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3년 3월 정몽규 회장은 축구협회 이사회를 열고 징계를 받은 축구인들에 대한 사면을 추진해 큰 비판을 받았다. 사면 명단에는 과거 축구계를 뒤흔든 승부조작 가담자도 포함돼 충격을 안겼다. 거센 비판 여론에 정몽규 회장은 결국 사면 조치를 철회했고 협회 부회장 등 전원이 사퇴하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실제 사퇴한 이는 일부 젊은 인사들이었고 장기간 협회에 몸담던 이들과 정몽규 회장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사면 논란' 이후 1년도 되지 않은 기간 안에 다시 한 번 '책임론'이 불거진 정몽규 회장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