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금 통제권’ 두고 양측 이견…새로운 인수자 나와도 난관 예상
산은과 해진공이 매각하려던 주식은 보통주 3억 9879만 주(지분율 58%)다. 산은과 해진공은 매각 후에도 보통주 전환이 가능한 전환사채(CB) 형태로 3억 3600만 주(잠재지분율 32.8%)를 보유한다.
문제는 배당을 받을 수 있는 보통주와 그렇지 못한 CB의 차이다. 하림은 계열사인 팬오션의 대규모 유상증자까지 동원해 6조 4000억 원의 매입대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HMM의 이익잉여금은 약 10조 원으로 하림이 보통주 58%를 매입한 후 즉각 배당을 한다면 최대 5조 8000억 원(세금 비고려)을 회수할 수도 있다.
이익잉여금이 줄어들수록 기업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높을수록 CB를 주식으로 전환했을 때 더 큰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산은과 해진공으로서는 경계해야 할 시나리오다. 그렇다고 산은과 해진공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후 지분 매각을 하기도 애매하다. 이들이 보유할 보통주 가치가 11조 원을 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산은과 해진공은 CB의 주식 전환은 보류한 채 하림 측에 현금배당 제한과 이사회 참여, 5년간 지분매각 금지 등의 주주간 계약을 요구했다. 하림이 HMM의 알짜 자산을 빼가지 못하도록 감시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이사회 참여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CB의 주식전환 차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HMM 주식에서 발생한 차익은 결국 산은과 해진공을 거쳐 국고로 유입된다. 세수 부족인 정부에는 가뭄의 단비가 될 만한 규모다. 반면 하림 입장에는 산은과 해진공 요구를 수용하면 이른바 ‘영끌’로 마련한 6조 4000억 원의 거액이 HMM에 묶이게 된다. 자칫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운업계에는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그동안 덩치가 작은 하림이 HMM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해운업은 경기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 새 주인은 HMM의 경쟁력을 강화할 만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는 업계의 바람일 뿐 실제 HMM의 잉여 현금을 건드리지 않고 6조 원의 넘는 자금을 동원할 만한 곳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증권가의 관측이다. 결국 하림 이후 누가 인수에 나서더라도 같은 난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