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비트프리텍에 이어 별도 매각 가능성…에코비트 “워크아웃 발표 한 달 전 이미 이사회 소집”
에코비트그린은 지정 폐기물 매립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에코비트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에코비트그린은 2021년 매출 1147억 원, 영업이익 894억 원을 거뒀고, 2022년에도 매출 981억 원, 영업이익 784억 원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에코비트의 연결 기준 매출이 6000억 원 중반대임을 감안하면 에코비트그린은 나름 주요 자회사인 셈이다.
#존속법인보다 규모 더 큰 분할법인
에코비트그린은 지난해 12월 27일 포항지점과 구미지점을 각각 그린바이오와 에코이앤이라는 법인으로 분할했다. 에코비트그린 존속법인과 그린바이오, 에코이앤이의 자본금 기준 분할 비율은 0.34 대 0.14 대 0.52다. 존속법인보다 분할법인의 규모가 더 크다.
공교롭게도 분할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8일,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그룹은 이어 올해 1월 3일 에코비트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에코비트는 태영그룹의 최근 상황과 에코비트그린 분할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에코비트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발표 한 달 전부터 관련 이사회 소집을 했기 때문에 이미 회사 분할은 결정됐던 상태”라면서도 “분할의 세부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공개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중순 부도설에 휩싸이는 등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태영그룹이 지난해 말부터 에코비트 매각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가에서도 지난해 말 태영그룹이 에코비트를 매각하거나 최소한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로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태영그룹이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면 경우에 따라 에코비트 경영권을 상실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현실이 되고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19일 “(티와이홀딩스가)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해 추가로 대출을 받거나 비핵심 자회사 및 관계 기업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현금을 태영건설에 대여금으로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번 기업 분할을 통해 태영그룹 입장에서는 에코비트 매각과 관련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그린바이오와 에코이앤이 분할을 통해 ‘쪼개기 매각’이 가능해졌다. IB업계에서 거론되는 에코비트의 매각가는 2조~3조 원 수준이다. 인수자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분할 법인을 타 업체에 매각하면 에코비트의 회사 규모가 줄어들고, 인수자로서는 그만큼 매각가를 낮출 수 있다.
태영그룹은 또 다른 에코비트 자회사를 정리 중이다. 태영그룹은 현재 에코비트프리텍의 별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에코비트프리텍은 2차전지 재활용 업체로 에코비트그린과 마찬가지로 에코비트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태영그룹은 최근 에코비트프리텍 매각을 위해 스탠다드차타드증권(SC증권)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했다. 에코비트프리텍 매각은 에코비트 매각과 별개로 진행되는 사안이다.
태영그룹이 에코비트그린 분할법인까지 별도로 매각한다면 이는 에코비트프리텍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에코비트그린 분할법인의 회사 규모는 에코비트프리텍보다 큰 것으로 파악된다. 에코비트프리텍의 2022년 말 자본총액은 184억 원으로 같은 기간 에코비트그린 888억 원 대비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2022년 기준 매출도 에코비트그린이 에코비트프리텍에 비해 3배 이상 많다.
나아가 태영그룹이 일부 사업부나마 지키는 것도 가능하다. 분할 법인을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매각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실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일가는 환경 관련 사업에 애착을 보여 왔다. 태영그룹은 지난해 창립 50주년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에코비트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존 사업 확대와 함께 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미래 사업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태영건설 회생, 키는 에코비트 매각
태영건설은 지난 1월 11일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태영건설은 오는 4월 11일까지 모든 금융채권에 대한 상환을 유예할 수 있다. 또 태영건설 채권단은 외부전문기관을 선정해 자산부채 실사 및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 등을 평가한다.
태영건설은 현재 자산부채 실사를 받고 있는 단계다.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이 태영건설의 실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채권단은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4월 10일까지 워크아웃 관련 방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어 오는 4월 11일 제2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통해 태영건설의 기업개선 계획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실사 중 추가 대규모 부실이 발견되거나 자구안이 이행되지 않으면 워크아웃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태영그룹은 자구안으로 에코비트 매각, 블루원 매각 등을 약속했다. 태영그룹은 블루원이 운영하는 골프장 용인컨트리클럽(CC)과 상주CC 매각을 진행 중이다. 태영건설은 이어 지난 1월 25일 블루원이 운영하는 다른 골프장 루나엑스CC 관련해서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골프장 인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영그룹이 협상 과정에서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관건은 에코비트 매각 성사 여부다. 태영그룹이 에코비트 매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워크아웃은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 에코비트의 규모는 블루원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그만큼 자구안에 미치는 영향도 더 크다. 워크아웃이 중단되면 태영건설은 최악의 경우 법인 청산에 이를 수 있다.
문제는 에코비트의 성공적인 매각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수자 입장에서 최근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 최대 3조 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은 쉽지 않다. 인수자들은 매각가로 2조 원을 희망하지만 태영그룹 측은 3조 원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국내 기업 중 에코비트 인수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도 “검토한 바 없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에코비트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IB업계에서는 에코비트 인수 후보로 EQT파트너스, 블랙록, 맥쿼리PE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주요 투자처가 인프라 기업이라는 것이다. IB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 에코비트 인수 후보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