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뒤집어 놓은 ‘이하늬의 주체적인 여성상’
순간 최고 시청률 14.4%(닐슨코리아 기준)까지 치솟으며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에서 이하늬는 밤이 되면 담을 넘는 15년차 수절 과부 조여화 역을 맡아 맹열연을 펼쳤다. 죽은 남편만을 위해 살아야 하는 산 사람 과부 여화를 능청스럽게 표현해 낸 이하늬는 답답해 보일 수 있는 조선시대 과부라는 캐릭터를 생동감있게 그려내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조선시대 과부로서 일반적인 사대부 여성보다 더욱 제한적인 삶을 살아야 하지만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여화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해 냈다는 데에 시청자들의 공감이 이어지고 있다.
극중 여화는 밤마다 몰래 담을 넘어 법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들을 아낌없이 도와준다. 이런 행동 때문에 의도치 않게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하지만 여화는 자신의 정체가 들통날까 걱정하기 보단 "우선 살려야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제한된 삶 속에서도 자신의 주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당찬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위험도, 자유도 자신이 선택하고자 노력하는 주체적인 과부 여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낸 이하늬의 연기는 많은 이들의 응원을 이끌어 냈다.
앞서서도 이하늬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장르 불문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소화해 왔다. 2021년 방영된 SBS 드라마 '원 더 우먼'에서 첫 원톱 주연을 맡았던 이하늬는 비리검사 조연주와 재벌 상속녀 강미나로 1인 2역을 맡아 자신을 무시하는 시댁 식구들에게 큰소리로 맞받아치는 시원시원한 '사이다' 코믹 연기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터뜨렸다. 시댁의 배경에 주눅 들어 있기 보단 자신을 핍박하는 이들에게 맞서며 강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완성해 냄으로써 최고 시청률 17.8%(닐슨코리아 기준)로 최종화까지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견인하기도 했다.
스크린에서의 이하늬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주체적인 캐릭터를 선보였다. 2023년 개봉한 영화 '유령'에서 총독부 통신과 암호 전문 기록 담당 박차경을 맡은 그는 몸 사리지 않는 맨몸 액션부터 장총 액션까지, 장정들과 붙어도 밀리지 않는 거침 없는 액션 연기로 큰 화제를 이끌었다.
'유령'에서의 이하늬는 앞서 그가 로맨스나 코미디 장르에서 비슷한 연기를 해왔다는 일부 혹평을 뒤집어 놓을 만큼 완벽한 액션과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독립 운동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묵직하고 진중한 카리스마로 완성해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이 직후에는 다시 그의 전매특허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 '킬링 로맨스'에서 대활약을 펼쳤다. 일반적인 대중의 감각으론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독특한 이 작품은 반대로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했는데, 이하늬는 이 작품에서 폭력 남편의 억압에 당당히 맞서는 은퇴한 톱스타 여래를 연기했다. 여래를 통해 웃음과 통쾌함을 선사한 이하늬의 연기는 '킬링 로맨스'의 독특한 작품성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관객들을 사로 잡았다.
이렇듯 이하늬는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려내며 원톱 주연 배우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하늬가 등장하는 작품이라면 자연스레 그가 맡은 여성 캐릭터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밤에 피는 꽃'을 이어 다시 한 번 이하늬가 그려나갈 '여성의 행보'에 자연스럽게 더 큰 기대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이하늬 주연의 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은 매주 금, 토 밤 9시 50분 방송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