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 자회사 정리 등 포트폴리오 정비, 증권사 인수 가능성 주목…두나무 “넥스트 업비트 고민 계속”
#지난해 연예기획사 ‘르’ 지분 전량 매각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는 두나무가 최근 자회사인 오토매닉스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오토매닉스는 2020년 8월 3일 설립된 기업으로 설립 두 달여 만인 같은 해 9월 29일에 두나무에 인수됐다. 두나무의 지난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나무는 오토매닉스 지분을 85.71%가량 보유 중이었다.
오토매닉스 업종은 ‘그 외 기타 사업 지원 서비스업’으로 비금융회사로 분류된다. 오토매닉스는 e스포츠 레이싱 대회를 주최하는 회사다. 2021년에는 1비트코인을 상금으로 걸고 아프리카TV 등과 협업해 국내 최초 프로e스포츠 레이싱 대회 ‘코오롱 AMX e스포츠 챔피언십’을 주최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두나무가 추가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두나무의 자회사 매각은 처음이 아니다. 두나무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연예기획사 ‘르’ 지분을 전량 매각했고 하반기에는 IT스타트업 ‘노머스’를 정리했다. 남아 있는 종속회사는 비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주주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드박스’, 증권 화상강의 솔루션 등의 콘텐츠 제작·운영 사업을 하는 ‘퓨쳐위즈’, 자산관리와 자산운용업·컨설팅업 등을 영위하는 ‘두나무투자일임’ ‘두나무앤파트너스’ ‘두나무글로벌’ 그리고 부동산임대업 전문인 ‘코람코더원강남제1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등 11개다.
자회사 정리 흐름을 두고 두나무가 금융사에 걸맞게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중반까지 두나무는 네이버·카카오 등과 비견되는 테크 기업을 표방했다면 지난해 중반부터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제도권 금융사로 편입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지금 수익이 나지 않고 방향성이 맞지 않는 자회사들을 정리하는 수순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보금이 쌓여 이익률이 떨어지면서 두나무는 발등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두나무의 자기자본이익률(ROE·기업이 투입하거나 보유한 자본 대비 어느 정도의 이익이 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은 2021년 68.7%에서 2022년 ‘크립토윈터(가상자산 침체기)’를 겪으며 4.2%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12.8%로 반등하긴 했으나 3조 50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적도 감소세다. 두나무는 자산총액이 10조 원을 넘어서면서 2022년 암호화폐(가상화폐) 관련 기업으로는 최초로 대기업으로 지정됐으나 2023년에는 고객 예탁금 감소 등으로 재계 순위가 44위에서 61위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연결기준 지난해 3분기 매출은 1930억 원, 영업이익은 1018억 원, 순이익은 295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9%, 40%, 82% 감소했다.
특히 업비트는 두나무 전체 매출 비중의 96%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절대적이다. 위믹스 유통량 사기 논란이나 테라·루나 사태 등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이라 업비트의 미래를 낙관만 할 수는 없는 셈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투자자들이 이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뺀 나머지는 비전이 없다고 인식을 하게 됐다. 그래서 거래건수가 확 줄고 있고 비트코인 빼놓고는 거래 단위나 금액도 크지 않아 거래소도 자연히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 또한 “시장에 유통된 후 발행업자들이 돈을 챙겨가면 상폐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코인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상태”라고 말했다.
오는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도 단기적으로는 가상자산시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높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거래소와 코인 발행업자 모두 강도 높은 규제를 받게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제도권 안에 들어오게 되면 더 이상 치외법권이 아니게 되기 때문에 판매가 굉장히 어려워진다”라며 “앞으로는 불완전판매 이슈 등도 고려해야 하고 은행이나 증권처럼 각종 제약과 소비자 보호 절차 등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거래량 증가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인수하면 플러스 될까
지난해 12월 두나무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자본준비금 중 주식발행초과금에서 2000억 원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두나무가 준비금을 감액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신사업 강화를 위해 2000억 원의 ‘실탄’을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분기 말 연결 기준 두나무의 이익잉여금은 2조 7473억 원으로, 주식발행초과금 2000억 원을 전환한 것을 합산하면 총 이익잉여금은 3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두나무의 증권업 진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두나무가 유진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했으나 당국 제동에 무산됐다는 보도가 나와 두나무 측에서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는 일도 있었다. 홍기훈 교수는 “3조 원이나 되는 돈을 쌓아놓고 배당을 안 하고 있다. 신사업 투자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이유인데 두나무 측에서는 사리고 있지만 증권사 얘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두나무가 애초에 ‘증권플러스’로 시작을 했고 ‘증권플러스 비상장’도 영위하고 있고 업계 1위 플랫폼인 ‘업비트’도 운용하고 있다”라며 “지금 증권사만 추가하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 안에 가상자산, 상장주식, 비상장주식 투자 등을 전부 아우르는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니 충분히 욕심이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 증권 등이 전통적인 ‘돈통’이고 두나무가 예전에 우리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며 “플랫폼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라이선스 취득을 통해 지속가능한 이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를 영위하길 원하는 건 당연하다”고 부연했다.
다만 의지만으로 금융업 진출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신뢰 확보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잉여금 3조 원에 인수금융까지 받으면 증권사 하나 인수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가상자산 플랫폼 업체가 증권사를 인수하는 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금융당국의 입김이 워낙 강해서 인수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두나무 관계자는 “오토매닉스는 경영상 판단에 따라 지분을 매각하게 됐다”며 “넥스트 업비트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고 신사업을 발굴해서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는 굉장히 강한 상황이지만 아직 어떤 사업으로 진행할지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