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절차 놓고 말 다른 두 주인공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큰 상처를 입었다. 64년만에 우승을 노리던 아시안컵에서는 졸전을 거듭하다 4강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였다.
그 이전에도 논란은 지속됐다. 불성실한 근무 태도 등으로 원성을 샀다. 결국 전임제 감독 도입 이후 최단기 재임 기간만을 채운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뒤따르게 됐다.
이 같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절차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이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 16일 임원회의 이후 직접 브리핑에 나서 "벤투 감독 선임 당시와 같은 과정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자세한 설명도 덧붙였다. "최초 61명의 후보 중 23명으로 좁혀졌다. 최종 5명을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인터뷰 했고 2명은 2차 면접을 실시했다. 결국 클린스만으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선임 당시부터 정 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클린스만이 선택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클린스만도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 1월 독일 언론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부임 과정에 대해서도 말을 남겼다. 그는 FIFA 기술연구그룹 자격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지켜보고 있었고 대회 현장에서 정몽규 회장을 만났다고 전했다.
당시 한국은 파울루 벤투 감독과 동행을 마무리짓기로 한 상태였다. 이에 클린스만은 "코치를 찾느냐고 장난스레 말했다. 그리고 정 회장이 정말이냐고 되물었다"라는 상황을 전했다. 이튿날 둘의 실제 만남이 성사됐고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을 떠나게 됐으나 정 회장은 지속적으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독단적인 결정으로 감독 선임에 영향력을 끼친 상황이 다시 한 번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