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현 컷오프 이원모 험지 가능성 외엔 국힘 30여 명 민주 10여 명 대부분 양지로 몰렸지만 공천 미지수
하지만 지금까지 초반 문턱은 상당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전 검사장은 경선까지 가지도 못하고 컷오프 됐다. 이원모 전 대통령인사비서관도 서울 강남을 출마를 신청했지만, 경기도 재배치가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반윤’을 내걸고 출마하는 검찰 출신들 중에도 아직 공천 확정자가 없다. 그러다 보니 검찰 안팎에서 “‘친윤이나 반윤’이라고 해도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고속도로를 깔아주지는 않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양지' 공천 받은 주진우 전 비서관
총선에 출마하는 대통령실 참모 출신 인사 가운데 검사 출신으로 공천이 확정된 인사는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부산 해운대갑)이 유일하다. 주진우 전 비서관은 ‘찐윤’으로 분류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시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했다가 좌천성 인사를 받자 사의를 표한 뒤 변호사를 하다가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 합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를 함께한 인연이 있는데, 캠프에서는 윤석열 당시 후보와 부인 김건희 여사, 장모에 대한 네거티브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다른 찐윤 이원모 전 비서관은 용인 출마가 점쳐진다. 현재 용인 4개 선거구 가운데 남은 곳은 용인갑과 용인을 두 곳뿐.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용인을은 험지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원모 전 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광화문 캠프에 출근하며 법률팀장 역할 겸 서초동 캠프와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던 찐윤 중 한 명이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와의 인연도 깊다. 이 전 비서관은 아내 신 아무개 씨와 2013년 1월 결혼했는데, 당시 둘의 중매를 윤 대통령 부부가 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출범 초, 해외 순방 일정에 신 씨가 동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당시 대통령실은 이 전 비서관 아내 신 씨에 대해 “윤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다”고 개인적인 인연을 인정한 바 있다.
부산에서 자란 주진우 비서관은 ‘양지’를 받았지만, 또 다른 찐윤 이원모 비서관이 험지 차출설이 나오고 대통령과의 40년 지기 석동현 전 검사장은 컷오프 되면서 검사 출신 친윤계라고 해서 꽃길만 걷는 것은 아니라는 평이 나온다.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의 총선 인사권이 암암리에 존재했다면 이번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고 당에 맡겼다는 부분이 크게 드러나는 것 같다”며 “이원모 전 비서관의 강남을 선택이 명분이 부족했다고 하지만 석동현 전 검사장까지 컷오프 되는 것을 보고 ‘친윤+검사’가 되레 도움이 안 된다고 느끼는 이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검사 출신 공천도 잇따라 확정
물론 검사 출신으로 공천을 받은 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최기식 전 차장검사(경기 의왕·과천) 와 심재돈 전 부장검사(인천 동구·미추홀갑)의 공천이 각각 확정됐다. 심재돈 전 부장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한 기수 후배로, 대검 중수부에서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시절 민정2비서관을 거친 김진모 전 검사장도 청주 서원에 출마가 결정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적폐 수사로 징역형을 받았지만 윤석열 정부가 특별 사면하면서 출마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핵심 친윤’으로 분류되기에는 거리가 있다는 평이 나온다. 검찰 내에서 평이 좋았던 인물들이지만, 각자 인천과 의왕·과천, 청주 서원 지역구에서 출마를 노리고 정치인 준비를 해왔기에 당내 경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는 평이다. 실제로 심재돈 전 부장검사는 인천 동·미추홀구갑 당협위원장, 최기식 전 차장검사는 의왕·과천 당협위원장, 김진모 전 검사장은 청주 서원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 표밭을 다져왔다.
당내 경선을 앞둔 검사 출신들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 점퍼를 입고 총선을 치르는 검사 출신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갑근 전 검사장은 청주시 상당 지역구를 놓고 정우택 의원과 경선을 치르고 노승권 전 검사장은 대구중구·남구 지역구에서 임병헌 현역 의원, 도태우 자유변호사협회 회장과 3자 경선을 치른다. 최용규 전 차장검사도 포항남·울릉에서 현역 김병욱 의원, 문충운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이상휘 전 대통령실 춘추관장 등과 4자 경선을 치른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2월 18일 이원모 전 비서관의 강남을 비공천·석동현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의 송파갑 컷오프를 거론하며 “30명이 넘는다는 친윤 검사들의 실제 공천 여부에 여론의 비판이 이어지자, 양지 중 양지인 강남 3구에 출마하며 비판이 집중됐던 두 사람을 울며 겨자 먹듯이 내쳤다”며 “몇몇 검사들은 컷오프하고 양지에서 험지로 돌리면서 진실을 호도하고 있지만 검사들의 여당과 입법부 장악 시도는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윤 검사 출신들 ‘양지’만 노려?
민주당에서도 ‘반윤 검사’와 이재명 대표 측근임을 내세우는 전·현직 검사 10여 명이 호남 등 텃밭을 중심으로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법률특보이자 변호인으로 활동 중인 박균택 전 고검장(광주 광산갑)과 이 대표 대선캠프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양부남 전 고검장(광주 서을)이 대표적이다. 법률특보단 단장을 맡았던 김하중 전 부장검사(경기 화성을),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순천갑) 등도 반윤과 검찰 견제를 내걸고 금배지를 위해 뛰고 있다. 친문 검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현직 검사 신분으로 전북 전주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민주당 텃밭 지역에 지원한 탓에 험지나 경합지를 중심으로 우선 이뤄지는 공천에서 확정된 이는 없다. 출마 제안을 받은 바 있는 한 검사 출신 법조인은 “지역구에 현역 의원이 있다면 경선에서 이기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면 된다”며 “검찰 수호 대 검찰 개혁의 기치로 이번 선거가 흘러가고 있다 보니 검사 출신이라는 게 누군가에게는 독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훈장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 확실한 것 하나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검찰 위상과 권한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