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주도 비례연합 합의 도출, 조국 신당 ‘변수’…국민의힘 현역 의원 컷오프에 관심 집중
#비례연합정당 잇단 잡음
2월 18일 녹색정의당은 민주당에서 주도하는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비례연합정당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점에서 위성정당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에 접전 지역구 후보 연대를 제안했다. 녹색정의당 후보가 접전 지역에서 끝까지 완주한다면, 어부지리로 국민의힘이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김준우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 노회찬 정의당 후보로 단일화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사실상 민주당에 지역구 양보를 요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녹색정의당은 △심상정(경기 고양갑) △배진교(인천 남동을) △여영국(경남 창원 성산) △이정미(인천 연수을) △장혜영(서울 마포을) 등이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지역구 야권 후보 단일화는 경선을 통해서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2월 19일 심상정 의원(4선)은 지역구 단일화 협상에서 자신의 지역구(경기 고양갑)를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심 의원은 비례대표로 초선을 한 뒤 고양갑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같은 날 강성희 진보당 의원(전북 전주을)도 민주당 후보와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2023년 4월 5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 때 당선되며 국회에 첫 입성했다. 이는 야권 단일화 협상을 하되, 민주당에 마냥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진보 정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고양갑은 변화가 감지되는 지역구 중 하나다. 야권이 분열한다면 국민의힘에 의석을 뺏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주을에선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출마에 나선 만큼 민주당으로선 안심할 수 없는 곳이다. 정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보수 정당 후보로 전북 전주을에서 32년 만에 당선된 바 있다. 이 밖에 울산 북구도 민주당과 진보당 후보가 단일화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이 탈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2월 13일 진보당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 뒤 강성희 의원 지역구(전북 전주을)를 포함해 10곳 안팎의 지역구를 민주당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에선 △윤종오(울산 북구) △김재연(경기 의정부을) △이상규(서울 관악을) 전 의원들이 출마를 준비 중인 지역구 등이 단일화 지역구로 거론됐다. 이에 대해 진보당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대표는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 뒤 지역구 출마를 저울질하고 나섰다. 2023년 말부터 민주당을 향해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하면서 비례의원 확보에 집중해온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특히 친문계이자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라고 통보받은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윤영찬(경남 성남 중원) 송갑석(광주 서구갑) 의원 등을 포함해 7~8개 지역구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공천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새진보연합 측은 선거 연합 제안 전 출마를 검토했던 지역구에서 경쟁력 조사를 진행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2월 21일 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은 비례연합정당인 ‘민주개혁진보연합’(가칭)을 3월 3일 창당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전국 모든 지역구에선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통해 단일화를 추진하되, 호남과 대구·경북(TK) 선거구는 예외로 두기로 했다. 울산 북구는 윤종오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공동 비례대표 후보 명부는 30번까지 작성한다. 민주당은 20명을, 진보당·새진보연합은 각각 3명씩 후보를 추천한다. 나머지 4명은 국민후보로 추천받기로 했다.
민주당은 녹색정의당과도 같은 방식으로 단일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진보당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면서 울산 북구를 민주당으로부터 양보받는 데 성공했지만, 불참한 녹색정의당은 어떤 지역구도 양보받지 못했다. 최근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녹색정의당은 비례 의석 확보에 필요한 최소 조건인 ‘정당 득표율 3%’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비례대표 1석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온다.
#조국신당 어떡하나
신당 창당(가칭 조국신당)을 추진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에선 조국 신당으로 인해 진보 진영 표가 갈릴 것이란 우려가 퍼지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2월 15~1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 전 장관 출마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63.1%) △적절하다(29.9%) △모름(7.0%) 순이었다. 반면 진보층에서는 53.3%가 적절하다고 응답했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지율도 심상치 않다. 뉴스토마토 의뢰로 2월 17~18일 만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조국 신당(9.4%)은 3지대가 모인 개혁신당(8.9%)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9.67% 정당 득표율로 비례대표 5석을 가져간 바 있다.
일각에선 조국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의석을 확보한다면, 열린민주당 전철을 밟을 것으로 점친다. 민주당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를 노리고 창당한 열린민주당을 향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라”고 거칠게 각을 세웠다. 열린민주당과 합당 가능성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열린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5.42% 정당 득표율을 올리며 비례대표 3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자, 2022년 2월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열린민주당과 합당했다.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조국신당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지만, 총선 후엔 합당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다만 ‘조국 사태’ 시즌2 양상이 전개되면 민주당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월 8일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과 함께 600만 원의 추징을 명령받았다. 앞서 2023년 1월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도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형을 받았다.
#공천 잡음 최소에 사활
2월 23일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창당대회를 연다. 김예지 비대위원,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이 국민의미래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인 전 위원장에 대해 “검토해 본 바 없다”고 일축했다. 장동혁 사무총장도 인 전 위원장이 대표를 맡을지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 지도부 선정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과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간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당시 한선교 미래한국당 초대 당대표가 미래통합당 영입 인재를 비례대표 당선 가능성 낮은 순번에 놓으면서 당내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44일 만에 원유철 전 의원으로 당대표가 교체됐고, 공천 명단도 다시 발표했다.
기호 3번을 차지하기 위해 현역 의원을 위성정당에 꿔주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민주당은 13명이 불출마 선언을 하고 진보당·새진보연합 의원 2명까지 있는 만큼 여력을 지녔지만, 국민의힘에선 김웅 장제원 의원 2명만 불출마를 했다. 지역구 공천을 신청하지 않은 김예지 윤주경 이종성 정경희 최연숙 의원 등 비례대표 의원들을 모두 합해도 많지 않은 숫자다.
국민의힘은 당초 2월 15일 국민의미래 창당대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23일로 연기했다. 공천이 진행되는 가운데서 지도부 구성, 현역 의원 꿔주기 등을 마무리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장동혁 사무총장도 “(국민의미래) 창당을 위한 행정 절차는 사실상 준비가 다 끝났지만, 지도부도 구성해야 하고 현역 의원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등 실질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미래 창당 일정이 미뤄지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월 15일 기준 각 정당 의석에 따라 지급하는 올해 1분기 경상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국민의미래에 파견할 현역 의원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반발이 나올 수 있다. 특히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컷오프’(공천 배제)를 당한 현역 의원들이 제3지대로 이탈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탈당 시 의원직 상실되는 최영희 서정숙 비례대표 의원만 컷오프된 상황이다.
정가에선 국민의힘이 공천 잡음 최소화에 사활을 걸었다는 평이 나온다. 다만 현재 심사가 보류된 지역구 현역 의원 중에서 컷오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1권역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인천·경기·전북(1명) △2권역 대전·충북·충남(1명) △3권역 서울 송파·강원·부산·울산·경남(3명) △4권역 서울 강남·서초·TK(2명)에서 각각 컷오프된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