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LIG넥스원 인수 앞둔 고스트 로보틱스 추가 고소 파장 주목
#추가 고소로 법적 분쟁 심화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월 12일(현지시각)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고스트 로보틱스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자사 사족보행 로봇 ‘스폿’에 쓰인 기술이 고스트 로보틱스의 ‘비전60’과 ‘스피릿40’에 무단 도용됐다고 주장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보유한 △자동 높이 스윙 조정(US9594377) △다리가 달린 로봇을 위한 지면 경사 보정(US9908240) △보행 오류 처리 방식(US9789611) △지면 평면 추정을 위한 시스템 및 방법(US11287819) 관련 특허 침해 여부가 소송의 쟁점이다.
소장에 따르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미 2020년 7월, 2021년 3월, 2022년 5월 세 차례에 걸쳐 양사 로봇 사이의 유사성을 지적하고 비전60 등에 대한 판매 중단 등을 요청했으나 고스트 로보틱스가 고의적으로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법원에 고스트 로보틱스의 특허 침해 판결과 로열티가 포함된 손해 배상 명령, 이자 비용, 재판 비용, 예비·영구적인 판매 금지 명령 등을 청구했다.
보행 로봇은 화학공장이나 발전소 등의 시설 점검이나 화재 진압이나 구호 활동, 군사작전용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고스트 로보틱스는 사족보행 로봇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세계적인 로봇 제조사로 꼽힌다. 스폿과 비전60이 각각 양사를 대표하는 사족보행 로봇인 만큼 재판 결과에 따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인 고스트 로보틱스가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05년 초기부터 사족보행 로봇을 개발해 2019년에 스폿을 출시했다. 고스트 로보틱스는 2015년 처음으로 상용 로봇을 출시한 후 2019년 비전60과 이듬해인 2020년 스피릿40을 선보였다. 게다가 고스트 로보틱스 측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출신 인력들이 고스트 로보틱스에 합류하면서 기술 유출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해명해야 한다.
문전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부총장 겸 융합연구원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은 ‘기술의 완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고스트 로보틱스와 달리 기술적으로 더 진화된 형태인 2족 로봇까지도 생산하고 있고 관련 지식재산권도 다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고스트 로보틱스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 간의 특허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22년 11월에 7건의 특허를 침해한 혐의로 고스트 로보틱스를 고소했다. 지난 1년간 재판은 답보 상태였으나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추가 고소를 진행하면서 법적 분쟁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박민흥 와이즈업특허법률사무소 대표는 “확실한 것부터 먼저 소송을 진행하고 내부적으로 지속적인 기술과 법률 검토를 거쳐 순차적으로 제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발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추가적인 소송이 이뤄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한 로봇제조업체 관계자는 “사족로봇들은 어떤 임무수행장비를 다느냐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는데 고스트 로보틱스 같은 경우는 밀리터리 스펙을 갖고 있어서 군용으로 주로 판매를 한다”며 “보스턴 다이내믹스 측은 자사 로봇 기술이 살상용 등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를 제지하려고 하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과 LIG넥스원에 쏠리는 이목
‘로봇 개’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던 현대자동차그룹과 LIG넥스원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수년 전부터 미래 신사업으로 ‘로보틱스’ 분야를 점찍고 2021년 8억 8000만 달러를 들여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했다. 현대차(30%)와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가 참여한 한편 정의선 회장도 사재 2400억 원을 출연해 지분 20%를 확보하기도 했다.
특히 2022년 열린 CES에서 정의선 회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폿’과 함께 등장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에는 로보틱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 지역에 ‘로봇 AI 연구소’를 설립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제조, 물류, 건설 분야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역량을 접목할 계획이다. 로봇 부품 제조부터 스마트 물류 솔루션 구축까지 로봇공학을 활용한 새로운 가치사슬을 창출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글로벌 판매·서비스 및 제품군 확장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LIG넥스원도 ‘군용 로봇 개’ 사업에 진출하며 로보틱스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12월 8일 고스트 로보틱스 지분 60%를 1877억 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취득 시기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 절차 등을 거친 이후인 6월 30일로 예정돼 있다.
스폿이 안전, 치안, 보건 등 민간에서 주로 활동한다면, 고스트 로보틱스의 비전60은 LIG넥스원에 인수된 후에도 전투병 지원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영국에서도 비전60을 구매했으며, 일본 자위대도 올해 최소 6대 정도를 납품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장에 사용하기 위해 비전60을 구입하기도 했다.
LIG넥스원은 고스트 로보틱스 인수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12월 8일 9만 8600원이었던 주가가 고스트 로보틱스 인수 소식을 알린 직후 30%가량 급증하기도 했다. 향후 로봇 개 시장은 LIG넥스원과 현대자동차가 양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허 재판 결과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의 박민흥 변리사는 “현대차나 LIG넥스원 모두 로봇 사업이 신사업인 만큼 본업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겠지만 인수를 앞둔 기업에서는 당연히 신경 쓰이는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며 “리스크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인수가 불발될 가능성도 있고 LIG넥스원 측에서 가격을 낮춘다든가 리스크를 해결하고 오라고 주문할 수도 있다. 향후 사업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저희가 공식적으로 드릴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LIG넥스원 관계자 또한 “인수 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당사에서 답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