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모어 징크스’ 없는 완벽한 후속편…“시네필의 나라 한국, ‘듄2’와 사랑에 빠지시길”
진심과 진심은 결국 통하는 게 아닐까. 작품을 사랑하는 팬들의 진심과 그런 팬들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감독, 출연진의 진심이 한자리에 어우러진 '듄: 파트2'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2월 2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렸다. 단 한 편만으로 한국의 '듄친자'(영화 '듄'에 열광하는 사람들)를 대량으로 만들어낸 작품의 주역들이 이곳에 모여 팬들은 물론, 대중들의 눈길마저 사로잡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연출을 맡은 드니 빌뇌브 감독을 비롯해 배우 티모시 샬라메, 젠데이아, 오스틴 버틀러,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이 자리했다.
'듄 시리즈'는 우주에서 가장 귀한 자원의 생산지인 아라키스 모래 행성 '듄'을 두고 벌이는 거대한 전쟁과 전설의 메시아 폴(티모시 샬라메 분)의 위대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 SF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지난 2021년 10월 개봉한 '듄'의 속편 '듄: 파트2'는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각성한 폴이 절멸한 가문의 복수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 등 명작과 가장 최근의 화제작인 '웡카'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대세 배우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티모시 샬라메는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5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전날인 20일 티모시 샬라메는 압구정, 서촌 등의 카페와 옷가게에서 쇼핑을 즐기는 소탈한 모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듄'의 마니아 관객층을 가리키는 '듄친자'에게 먼저 감사의 말을 전한 티모시 샬라메는 "드니 빌뇌브 감독님이 원작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 만들어주신 덕에 더욱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다"며 "폴이라는 역할로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감독님과 함께 그의 대단한 영화적 커리어를 따라오며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영광"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자신이 맡은 폴에 대해서는 "드니 빌뇌브 감독님을 만나기 전 원작 소설을 읽었다. 원작 속 폴이 영웅으로 비춰지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폴이 때로는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 분)에 비해 윤리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역시 인정욕을 가지고 있고, 챠니(젠데이아 분)와의 관계도 이어가고 싶어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좋지 않은 모습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폴이 가진 입체성을 설명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도 한국 팬들에게 제일 먼저 감사를 표했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인들이 정말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은 진정한 시네필의 나라"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러면서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려고 했다. 원작은 강력한 리더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듄'은 젊은 청년의 이야기이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유전적인 모습을 버리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많은 고민과 과제를 가지고 인생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고 '듄: 파트2'가 보여줄 확장된 스토리를 설명했다. 실제로 '듄: 파트2'는 사전 시사회에서 더욱 방대하고 압도적인 세계관과 다채로운 인물들의 면면, 그리고 그들이 가진 고뇌와 시련을 깊이 있게 풀어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할리우드를 책임질 차세대 배우로 손꼽히는 젠데이아는 폴의 연인 챠니 카인즈를 연기했다. 우리에게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MJ로 친숙한 배우인 그는 이번이 첫 내한으로 알려졌다.
이날 젠데이아는 "영화에는 감독님이 이 작품에 갖고 있는 열정과 사랑이 잘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감독님 덕에 '듄'이란 세계에 들어오게 됐고, 사랑에 빠지게 됐다"며 "'듄'을 통해 한국의 관객 앞에 설 수 있다는 건 꿈 같은 순간이다. 제가 영화의 일원이 된 것을 즐긴 만큼 여러분들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며 관람을 당부했다.
하코네 가문의 후계자이자 잔혹한 검사인 '빌런' 페이드 로타 역을 맡아 이번 '듄: 파트2'로 시리즈에 첫 합류한 오스틴 버틀러도 작품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특히 '듄' 시리즈가 한국에서 많은 마니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감독님이 만들어낸 이 세계관이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닿은 게 아닌가 싶다. 모든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게 (작품 속에) 있을 것"이라며 "영화관에서 작품의 세계관에 완전히 몰입하는 경험을 사랑하는 관객들도 드니 감독님이 만든 세계관의 질감을 느끼며 그 세계관의 힘에 열광하게 된 것 같다. 한국 영화계가 전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그런 이유로 '듄'을, 영화를 사랑해주시고 드니 감독님의 영화를 사랑해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듄친자'라는 애칭(?)을 또박또박 따라 발음해 좌중을 웃음짓게 만든 스텔란 스카스가드는 하코넨 남작으로 함께 했다. 내한 일정이 다른 배우들보다 늦었던 그는 "내가 다른 배우들보다 늦게 도착해서 (공항에) 팬들이 없었다. 공항이 텅텅 비어있더라. 그래도 좋은 분들이 나를 챙겨주셨다"라며 "이렇게 한국에 오게 돼서 너무 기쁘다. 한국에 처음 왔는데 한국 음식을 너무 좋아한다. (체류 기간이) 3일 뿐이라 너무 짧아서 슬프다. 계속 먹어야 하겠다. 최대한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어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작품에 대해서는 진지한 분석을 이어갔다. 주인공 폴이 메시아로 이어지게 되는 이야기를 두고 그는 "원작의 본질인 '메시아 같은 인물'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잘 전달돼야 할 것이다. 종교에 대한 비판 역시 이 소설(원작)이 담고 있다"며 "그래서 이 작품에 참여한 게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듄: 파트2'는 감독과 출연진, 그리고 국가를 막론한 평론가들의 압도적인 호평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듄친자'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1편만한 속편 없다"는 '소포모어 징크스'가 비집을 틈 없을만큼 완벽한 후속작을 내놓은 드니 빌뇌브 감독은 "'듄: 파트2'는 전편보다 훨씬 강인한 영화로 액션이 많다. 아마 지금까지 제가 평생 했던 일 중 가장 힘든 과제였다"면서도 "파트1을 보지 않았던 관객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작품이다. 충분히 오락적 가치가 있는 영화"라며 단단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듄: 파트2'는 오는 2월 28일 개봉한다. 166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