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 명불허전이지만 최근작 흥행 아쉬워…정치적 논란으로 인한 ‘꼬리표’ 해결해야 할 숙제
판타지오가 제작하는 드라마 ‘의녀 대장금’은 2025년 방영 예정으로 오는 10월 첫 촬영을 앞두고 있다. 2023년 6월 주연 배우인 이영애를 캐스팅한 데 이어 1월에는 드라마 작가와의 계약을 마무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MBC 드라마 ‘허준’(1999)에 이어 사극 드라마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평균 시청률인 46.3%를 기록한 ‘대장금’과 같은 주인공인 서장금이 의녀로서 펼치는 일대기를 그릴 것이라는 게 판타지오 측의 설명이다.
같은 배우, 같은 주인공, 같은 시대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녀 대장금’이 ‘대장금’의 속편이 될 것이며 기존의 제작진들도 함께 뭉치지 않겠냐는 예측이 나왔지만, ‘대장금’의 김영현 작가 측이 곧바로 선 긋기에 나서 반대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김영현 작가가 속한 드라마 제작사 KPJ는 ‘의녀 대장금’에 대해 “김영현 작가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작품으로 해당 작품의 제작 소식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을 뿐”이라며 “2003년 방영된 MBC 드라마 ‘대장금’은 김영현 작가의 오리지널 창작물로서 ‘대장금’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의 설정,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사건의 전개 및 에피소드 등 김영현 작가가 원저작자로서의 극본의 내용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의녀 대장금’은 기존의 ‘대장금’에서 주인공 서장금이 가진 모든 서사를 배제한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완전 별개의 작품이 되는 셈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대장금 한류’를 불러일으킨 메가 히트 작품의 정식 속편이 아니기에 처음보다 기대는 조금 줄었어도 전작의 ‘향수’를 충분히 불러일으킬 만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여전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 ‘봄날은 간다’(2001), ‘친절한 금자씨’(2005)나 드라마 ‘불꽃’(2000) 등 현대 배경 작품에서도 물론 뛰어난 연기력을 보인 이영애지만, 특히 사극에서 그의 존재감은 동세대 다른 배우들이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런 이영애가 7년 만에 선택한 사극 대작이라니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의녀 대장금’을 향한 관심과 기대는 이영애가 2017년 복귀 후 꾸준히 작품을 내놨으나 그의 명성에 비해 미흡한 결과를 얻어냈다는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대장금’을 끝으로 2009년 결혼, 2011년 출산에 이은 긴 공백기를 가졌던 이영애는 2017년 ‘사임당, 빛의 일기’로 장장 1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지만 이 작품은 “이영애가 돌아왔다”는 이슈 외에는 국내에서 이렇다 할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대중들이 그다지 반기지 않는 타임루프 판타지라는 소재와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이 흥행 실패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방영 초반 최고 시청률이 16%를 기록한 반면, 회를 거듭하며 추락하다 마지막 회에서 결국 반토막 나 8.2%로 마무리된 것 역시 톱스타 이영애의 복귀작이자 화제작치고는 아쉬운 성적이었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이영애”를 내세운 JTBC 드라마 ‘구경이’도 본방송 시청률이 1~2%에 머무는 등 작품의 팬덤을 제외하고 일반 대중들에겐 크게 어필하지 못한 비운의 작품이 됐다. 다만 이영애가 연기한 구경이가 그의 연기 인생에 비춰봐도 처음 보는 유형의 신선한 캐릭터라는 점에서는 평단과 대중 모두 긍정적인 평을 내놨다.
경찰관 출신으로 남편의 죽음 뒤 방구석 폐인이 돼 술과 게임에 찌들어 사는 ‘몹쓸 인간’이지만 해결해야 할 사건 앞에서는 백팔십도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자칫 잘못하다간 유치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력 하나만으로 완성해냈다. 시청률 성적과는 별개로 ‘친절한 금자씨’에 이은 이영애의 파격적인 변신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기세를 이은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도 4~5%대라는 소소한 시청률을 기록하다 마지막 12회에서 최고 시청률 6.7%로 마감했다. 작품 초반에 집중됐던 진부한 불륜 코드가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결국 이영애의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 성공한 셈이다. 복귀 이후 그가 선택한 작품들이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엔 아쉬운 성적표를 거뒀어도 이영애라는 배우만큼은 여전한 신뢰감을 부여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가운데 ‘의녀 대장금’이 이영애에 대한 믿음의 최정점을 찍을 수 있을지에 눈길이 모이고 있다. 배우의 연기력과 브랜드 가치와는 별개로 최근 이영애를 둘러싼 논란과 이로 인한 일부 대중들의 반감이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영애는 역사적 공과를 놓고 정치권과 사회 전반의 뜨거운 감자가 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에 5000만 원을 기부해 논란이 일었다. 또 2016년 그의 시삼촌인 정진석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 유세에 참여하고 2022년에도 500만 원을 후원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정치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성향 차이로 인해 대중들이 극과 극으로 갈라지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전 작품 활동 때와는 달리 ‘의녀 대장금’은 이 같은 꼬리표를 매달고 시작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주연 배우들의 정치적 성향도 최근 대중들의 작품 선택에 영향을 끼치고 있어 배우는 물론이고 제작사도 이런 이슈에 민감하다”며 “다행히 이영애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에 신속하게 사실관계 해명에 나서 대응했기에 차기작에까지 큰 악영향이 미치진 않겠지만, 한 번 덧씌워진 이미지를 완벽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이 이슈가 ‘의녀 대장금’ 방영까지 이어질지 여부가 작품 흥행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