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등 경제불안 속 안전자산 선호 추세…보관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가공하기도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중국의 설, 2월 10~18일) 기간 주요 도시의 금 매장은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베이징의 한 금은방 대표는 “금 매출이 2023년 춘제 기간에 비해 크게 올랐다. 하루에 1만 명이 넘는 손님이 몰렸다. 특히 용 모양의 금괴가 인기를 끌었다”고 했다. 그는 “젊은층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아직 집계가 되진 않았지만 이번 춘제 때의 금 소비량은 과거 같은 기간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쇼핑몰은 가장 좋은 위치에 ‘금 코너’를 따로 뒀다. 선물용, 투자용 할 것 없이 금은 대부분 팔렸다. SNS에 구입하거나 선물로 받은 금괴를 인증샷으로 남기는 것은 이제 하나의 유행이 됐다.
베이징 차이시커우 백화점에 따르면 춘제 때 금 매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백화점 관계자는 “명절에 금이 잘 팔리긴 했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용의 해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금값이 고점이라는 지적도 있긴 하지만 이것이 구매 열기를 꺾진 못했다”라고 귀띔했다.
중국금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금 소비량은 1089.69톤(t)으로 2022년 대비 8.78%가량 증가했다. 2023년 금 장신구 판매액은 2820억 위안(52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하이의 한 유명 금은방 대표는 “올해 들어 매출이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하루에 20만 위안(3700만 원) 정도”라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생일 등 기념일 때 금을 선물하는 건 흔한 모습이 됐다”고 전했다.
상하이금거래소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 금 1g은 480위안(8만 8000원)이었다. 이는 2023년 1월에 비해 17%가량 오른 수치다. 국제 금 시세에 비해서도 중국의 상승폭은 높은 편이다. 금 관련 기업들의 성장세도 눈부시다. 저우다성의 경우 전국에 총 5106개 매장이 있는데 올해만 490개를 새로 열었다.
금 ETF(상장지수펀드) 실적도 좋다. 2023년 12월 말 기준 금 관련 ETF는 모두 수익을 냈다. 평균 15% 수익률로 다른 ETF에 비해 월등히 좋다. 보장융타오 중국금협회 부회장은 “금 자체뿐 아니라 가공 및 소매업은 매우 유망하다”면서 금 열풍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흥미로운 대목은 단순히 금을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다양한 용도로 가공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20대의 샤오천은 “내가 구입한 금이 아름다운 장신구로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나에겐 ‘힐링’”이라면서 “대형 브랜드에서 나오는 것보다는, 내가 직접 주문하는 맞춤형 제품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30대 리타오도 비슷하게 말했다. 그는 “쇼핑몰,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에서 금괴를 구입한 후 이를 자신이 원하는 금은방에 가져가 디자인하는 친구들이 많다. 인건비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다. 내 경험으론 1g당 30위안(5500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24년에도 금값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정학적 긴장, 선거, 금리 인하 전망 등 경제적인 불안 요소가 많은 상황에서 전통적인 위험 회피 투자 상품인 금이 각광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불확실성에 맞서 금 보유량을 대거 늘리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2023년 1~3분기에만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800t의 금을 사들였다. 이는 2022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의 경우 2023년 224t의 금을 샀다. 누적 보유량은 2235t이다. 세계금협회는 최근 중국의 금 가격이 당분간 사상 최고가를 유지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맹목적으로 금을 사들여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적지 않다. 차오롄금융 수석연구원 둥시마오는 “금 자산을 적절하게 배치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도 “금을 비롯한 모든 투자의 경우 그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투자 능력, 자산 규모, 귀금속에 대한 지식 등을 잘 살펴서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금 열풍을 악용하는 일도 빈번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가짜 금, 불순물이 섞인 금 등을 판매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시세에 비해 저렴한 제품은 일단 피하라고 입을 모았다. 금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상거래에서 불량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판매자, 그리고 제품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진짜 금인지 여부를 판별해주는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