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빠진다” vs “되레 오른다” 팽팽
▲ 프로축구 K리그의 연봉 공개 시행을 놓고 도·시민구단들과 기업 구단들의 찬반 여론이 극명히 갈리고 있다. |
K리그는 그간 연봉이 공개되지 않았던 탓에 일부 선수들의 경우, 실제 실력에 비해 거품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기에 경기 출전 시간과 승리 등 활약상에 따른 기타 수당도 많아 연봉 이외 부가 수입도 상당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모기업을 등에 업은 일부 구단들의 경우,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선수들의 연봉 일부를 모그룹 관련 제품의 CF 촬영 등, 기타 마케팅 활동을 통해 채워준다는 소문도 나왔다.
그러나 이를 확실하게 알 길이 없었다. 외부에 노출되는 이적료나 연봉은 어디까지나 ‘설’ 또는 추정치일 뿐, 전 구단들이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봉 공개를 찬성하는 쪽은 ‘구단 운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함’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여기에는 선수 측과 구단 간의 돈 관계가 투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분했던 비리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거의 대부분의 운영 자금을 도(道)나 시(市) 차원의 재정 지원으로 충당하는 도·시민구단들에게 특히 투명성은 중요한 부분이다.
점차 늘어만 가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여기서 비롯됐다. 기업 구단들과 도·시민구단들의 운영 규모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역시 추정치에 불과하지만 많게는 200억 원 넘게 쓰는 구단들이 있다는 소문도 있다. 도·시민구단들의 한 시즌 운영비가 100억 원이 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경쟁 무대에서 선수들의 상황을 공개적인 잣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비싼 몸값의 선수들이 실제로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 바로 연봉에 있기 때문이다.
한 도·시민구단 관계자는 “연봉을 공개하면 일단 공개적으로 실력을 체크하고 가늠하는 게 가능해진다. 에이전트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FA(자유계약선수) 제도가 시행되면서 갑작스럽게 연봉 상승률이 크게 늘어났다. 몸값이 외부로 알려지고 팬들과 축구인들이 확인하는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면 인정을 받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몸값 거품을 줄여갈 수 있다. 결국 구단들은 실제적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단 감독 역시 “이제 몇몇 선수들의 몸값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다른 팀에서 많은 돈을 준다며 자신을 보내달라고 하는데, 이적시키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이적한 팀에서 제대로 뛰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그 선수를 데리고 있는 게 싫어서 돈 많은 구단들이 별 생각 없이 영입하고 그대로 벤치에 앉혀놓는 일도 자주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기업 구단들은 대부분 연봉 공개를 반대한다. 축구단도 기업의 일부라는 틀에서 보면 일종의 영업 기밀을 노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연봉을 공개해야만 구단운영이 투명해질 수 있다는 주장에도 반기를 든다. 실제로도 상당수 기업들은 직원들과 연봉 협상을 진행할 때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기업 구단들 중 일부는 용병들의 가치를 확인시키기 위해, 토종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오히려 연봉 공개를 희망하기도 한다.
연봉 공개를 반대하는 쪽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를 거론한다. 이에 프로연맹 관계자는 “법적 해석에도 (연봉 공개는) 강제 규정이 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자칫 개인 명예 훼손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또 선수들 간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기업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먼저 프로연맹과 구단 직원들부터 연봉을 공개한 뒤 선수들에게도 똑같이 요구하는 게 공정할 것 같다”고 했다.
도·시민구단들이 외치는 ‘연봉 공개’가 전체 선수단의 몸값 거품을 뺄 수 있다는 주장에도 기업 구단들은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인다. 상식 밖 연봉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라. 연봉이 공개됐을 때, 누가 ‘나와 실력이 비슷한 A가 저것밖에 못 받으니 내 연봉을 A에 맞추겠다’고 하겠느냐. 결국 높은 연봉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소규모 팀들의 재정은 더욱 참담해질 것”이라는 게 모 구단 핵심 직원의 이야기.
기업 구단들은 프로축구도 철저한 시장 논리를 따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과 상황은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기업 구단 프런트는 “승강제가 시작되니까 (나쁜 성적에 대한) 변명을 위해 선수단 연봉 공개를 하자는 뜻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좋지 않은 성과를 냈을 때, ‘기업 구단들은 저렇게 풍성하게 돈을 선수들한테 써대니 성적이 좋지만 돈이 없는 우린 그럴 수 없다’는 일종의 안전장치랄까. 몸값 협상은 구단 간의 대화를 통해 충분히 낮춰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인재 유출 방지에 대한 견해도 있다. 유럽이나 남미 등 대부분 프로축구가 선수단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K리그만 외부에 연봉이 알려진다면 선수들의 이적을 막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동, 중국 등 제3세계 국가 리그들이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인재 확보에 혈안이 된다면 이적선수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프로축구 연봉 공개는 아직까지 타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