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의 (주)효성과 조현상의 효성신설지주로 재편…조현상으로선 효성첨단소재 매출처 다변화 숙제
효성그룹은 지난 2월 23일 지주사인 (주)효성을 분할해 두 개의 지주사 체제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주)효성의 분할이 완료되면 효성그룹은 (주)효성과 효성신설지주 두 개의 지주사 체제로 운영된다. 효성신설지주 자회사로는 효성첨단소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토요타, 광주일보, 효성홀딩스USA, 효성글로벌로지스틱스 등 6개 계열사가 편입된다. (주)효성은 오는 6월 주주총회를 거쳐 7월 1일 최종 분할될 예정이다. (주)효성은 조현준 회장이, 효성신설지주는 조현상 부회장이 각각 경영을 맡는다. 효성신설지주 사내이사는 조현상 부회장, 안성훈 효성중공업 부사장, 신덕수 (주)효성 전무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재계에서는 효성그룹이 (주)효성과 효성신설지주를 중심으로 계열분리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분할은 인적분할 형태로 진행되므로 (주)효성과 효성신설지주의 주주는 동일하다.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조현준 회장의 효성신설지주 지분과 조현상 부회장의 (주)효성 지분을 교환해야 한다. 현재 (주)효성의 주주는 △조현준 회장 21.94% △조현상 부회장 21.42% △조석래 명예회장 10.14%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현상 부회장은 (주)효성 자회사로 남는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에 대한 지분도 정리해야 한다.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 주식을 각각 4.88%, 6.16% 갖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효성의 분할 이후에도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은 (주)효성, 효성신설지주의 지분을 변함없이 보유하고 있다”며 “효성그룹의 명확한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주)효성과 효성신설지주 지분 교환,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을 모두 보유한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의 지분 교환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효성그룹은 계열분리 가능성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효성그룹 대신 “지주회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지주사별로 사업 분야와 관리 체계를 전문화하고 적재적소에 인적, 물적 자원을 배분해 경영 효율화를 꾀할 방침”이라고만 밝혔다.
효성신설지주의 핵심 자회사는 효성첨단소재다. 효성첨단소재는 연 매출 3조 원이 넘는 효성그룹의 주요 계열사다. 효성그룹의 다른 주요 계열사인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효성티앤씨 등은 (주)효성 자회사로 남는다. 효성그룹에 따르면 (주)효성과 효성신설지주의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으로 0.82 대 0.18이다. 조현준 회장에 비하면 조현상 부회장 몫은 상대적으로 적은 셈이다.
효성첨단소재는 내연기관 및 전기차용 타이어코드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수소에너지용 탄소섬유, 아라미드, 시트벨트, 에어백 등의 제품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차세대 모빌리티, 우주항공, 친환경 소재 등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효성첨단소재의 최근 실적은 좋지 않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의 매출은 2022년 1~3분기 3조 35억 원에서 2023년 1~3분기 2조 4342억 원으로 18.96%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53억 원에서 1516억 원으로 42.85%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주)효성 자회사인 효성중공업의 매출은 2조 3126억 원에서 3조 86억 원으로 30.09%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934억 원에서 1944억 원으로 108.07% 늘었다. (주)효성의 다른 자회사인 효성화학과 효성티앤씨의 경우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늘어나거나 적자폭을 줄여 수익성이 개선됐다.
효성첨단소재의 전망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해상운임 상승에 따른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차질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탄소섬유는 여전히 20% 이상의 고마진을 유지하고 있으나 증설 영향으로 중국향 평균판매단가(ASP)가 하락하며 수익성도 지난해 2분기 이후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중장기적으로 효성첨단소재의 높은 효성그룹 의존도도 불안 요소로 거론된다. 효성첨단소재의 지난해 1~3분기 매출 2조 4342억 원 중 35.56%인 8656억 원이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했다. 이 중 효성신설지주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인 효성홀딩스USA와의 거래액 97억 원을 제외해도 여전히 매출의 35%가량이 (주)효성 자회사로부터 나오고 있다. 효성첨단소재 매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계열사는 효성USA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1~3분기 효성USA로부터 3943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효성USA는 (주)효성 자회사로 미국에서 타이어보강재를 생산하는 법인이다.
반면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 매출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1~3분기 기준 각각 1.32%, 1.38%에 불과하다. 효성티앤씨의 내부거래 비중은 17.70%로 상대적으로 높다. 다만 효성티앤씨와 효성신설지주 자회사와의 거래 비중은 그렇게까지 높지 않다. 효성티앤씨가 지난해 1~3분기 효성신설지주 자회사인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홀딩스USA의 거래액은 각각 409억 원, 1168억 원이었다. 효성티앤씨 매출에서 효성신설지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74%에 불과하다.
현 상황에서 계열분리가 진행되면 효성신설지주는 (주)효성에 매출 상당 부분을 의존해야 하는 셈이다. 반대로 (주)효성으로서는 효성신설지주와 거래가 끊겨도 크게 아쉽지는 않다. 물론 계열분리가 진행되더라도 당장 (주)효성과 효성신설지주의 거래가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효성그룹으로서도 효성첨단소재의 내부 상황과 제품 구성을 가장 잘 알 텐데 이왕이면 잘 아는 제품을 쓸 것”이라며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관계가 안 좋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주)효성이 저렴한 거래처를 찾아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현상 부회장으로서는 효성첨단소재의 거래처 다변화가 숙제로 남은 셈이다. 그나마 효성첨단소재 매출 중 내부거래 비중은 △2021년 37.95% △2022년 36.63% △2023년 1~3분기 35.56%로 낮아지고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