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적자인데다 규제로 신사업 진행 제한…“민간 투자 사업” 서울시 내부서도 지원 회의적
2011년 완공 당시의 세빛섬. 개장은 2014년 10월이 돼서야 이뤄졌다. 사진=일요신문DB
#효성그룹과 세빛섬의 관계
세빛섬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8년, 당시 서울시는 씨앤그룹 컨소시엄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후 불어 닥친 금융위기로 씨앤그룹의 참여가 어려워지자 효성그룹이 컨소시엄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세빛섬 사업에 참여했다. 현재 효성 계열사인 효성티앤씨가 (주)세빛섬(세빛섬 운영 법인) 지분 62.25%를 갖고 있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29.90%를 보유 중이다.
2011년 오 시장이 퇴임하고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 세빛섬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에 따르면 앞서 세빛섬 투자비용은 기존 계획이었던 662억 원에서 1390억 원으로 늘어났고, 무상사용 기간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됐다. 서울시는 2012년 7월 특별감사를 진행하면서 “민자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체결된 불공정하고 부당한 계약이었다”며 “협약을 두 차례나 변경 체결하며 총투자비와 무상 사용기간을 무리하게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세빛섬은 2011년 9월 준공됐지만 서울시와 효성의 합의가 늦어지면서 2014년 10월이 돼서야 개장했다. 효성은 20년간 세빛섬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이후 10년은 유상으로 사용한 후 서울시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현재 (주)세빛섬은 효성그룹 계열사로 분류되고, 임원진도 대부분 효성그룹 출신들이다.
우여곡절 끝에 세빛섬이 개장했지만 실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주)세빛섬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54억 원, 18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말 기준 (주)세빛섬의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701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더구나 세빛섬의 주요 사업인 장소 대관, 요식업 등은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업종들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지난 4월 4일 서울 서초구 올림픽대로 세빛섬 인근 한강공원에서 연 시민과 함께 걷기 행사에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늘어나는 적자…보이지 않는 해결책
세빛섬은 효성그룹 재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년 적자를 기록하면서 세빛섬 투자비용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보통은 설계를 마치고 건설을 진행하지만 세빛섬은 오세훈 시장이 임기 안에 끝내려는 욕심에 공사 진행 중 설계를 주기적으로 바꿨다”며 “그러다보니 투자비용이 늘어났고, 효성 입장에서는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고 전했다.
세빛섬이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기도 어렵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세빛섬은 공익사업이 목적이기에 매년 ‘공공성 확보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해야 한다. 해당 계획은 심의위원회의 심의와 자문을 거쳐 서울시장이 승인한다. 즉 서울시가 공익에 반하는 사업이라고 판단하면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구조다.
뿐만 아니라 세빛섬은 물에 뜨는 부체 위에 건축물을 지었다는 이유로 선박 규제를 받는다. 과거 (주)세빛섬은 옥외 광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선박 규제로 인해 시행되지 못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세빛섬이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뚜렷한 대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세빛섬은 효성그룹 재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오세훈 시장의 세빛섬 지원 가능성
정치권에서도 세빛섬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적자에 대한 책임 소재만 따질 뿐, 대책 마련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4월 4일 유세 현장에서 세빛섬에 대해 “박원순 전 시장이 2년 동안 문을 닫고 시민들의 이용을 제한해 적자가 누적됐다”고 말했다. 이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빛섬을) 자신의 업적이라고 치하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가 찰 노릇”이라고 전했다.
(주)세빛섬은 현재 서울시에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세빛섬 2대주주인 SH 관계자는 “지난해 효성과 용역을 진행해 사업개선 전략을 마련했고, 서울시에 보고를 마친 상태”라며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서울시에서 결재를 하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주)세빛섬 측에서 본인들 입장만 밝히고 간 것”이라고 일축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세빛섬 지원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세빛섬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사업이 잘 됐으면 본인들이 수익을 챙겼을 텐데 적자가 발생했다고 서울시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라며 “민간 투자 사업에 서울시 자금이 들어간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오세훈 시장도 유세 중 (주)세빛섬 자본잠식에 대해 “민간 투자 사업이기에 서울시가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설득으로 효성그룹이 세빛섬 사업에 참여한 만큼 어느 정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들이 사업 참여를 꺼려하자 당시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효성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도 세빛섬은 효성그룹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주)세빛섬의 2020년 매출 58억 원 중 43억 원이 효성그룹으로부터 발생했다.
오세훈 시장이 수상택시 등 한강을 활용한 수익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세빛섬을 지원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 시장이 지원을 하려해도 서울시의회 설득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현재 서울시의회 109석 중 101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측은 한강 관련 사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지난 4월 4일 “실패한 사업에 또 얼마나 투자하려는 심산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