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92.68% 담보대출 걸려 있어 이자 상환 부담…효성ITX·갤럭시아머니트리 역할 주목
조현준 회장은 2018년 6월 효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당시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10여 개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주)효성 주가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한동안 부진했다. 반대매매(주가 하락으로 증권사가 담보물인 주식을 임의 처분하는 것) 가능성은 높지 않았지만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주도했던 경영진은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 지주회사 전환하자마자 주가가…
효성그룹은 2018년 6월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했다. 자회사 지분 관리와 투자, 수입차 사업 및 금융을 담당하는 지주회사 (주)효성과 효성티앤씨(섬유·무역), 효성중공업(중공업·건설), 효성첨단소재(산업자재), 효성화학(화학) 등 4개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했다.
지주회사 전환의 첫째 목적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 상승이지만 각 계열사의 독립 경영 체제를 확고히 하겠다는 목적도 있었다. 이종 사업이 한 회사 아래 있다 보니 성장이 더디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 후 주가는 하락했다. (주)효성은 하나의 회사를 5개로 나눴다는 이유만으로 분할 전 4조 7057억 원이었던 시가총액이 분할과 동시에 3조 원대 초반으로 대폭 줄었다.
당시 시가총액 급감은 회사 분할로 인해 기관투자자 자금이 일거에 빠져나간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시가총액 수조 원의 기업이 수천억 원대의 기업들로 쪼개지면서 효성은 코스피200 리스트에서도 탈락하게 됐는데 이로 인해 기관투자자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5개로 분할되면서 지주회사나 계열사들이 코스피200에 재합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좀 있었다”며 “당시 효성의 부채 부담이 크고 주가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았다는 점도 기관 이탈의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조현준 회장도 타격을 받았다. 조 회장을 비롯한 효성 오너 일가는 회사 지분 이외에는 보유한 현금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회장은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지분을 늘렸다. 지주회사 체제로 조 회장의 지분은 14.59%에서 21.94%로 늘었지만 담보로 제공된 주식 비중 또한 76.77%에서 92.68%로 늘었다. 효성그룹 측은 “지주사 전환 당시 조 회장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준 회장이 빚까지 져가면서 (주)효성의 지분을 늘렸지만 주가가 신통치 않자 경영진의 고심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주도한 임원들은 좌불안석이었다”면서 “조 회장도 주가 하락의 이유와 배경 설명을 요구하는 등 조바심을 느끼는 듯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반전됐다. (주)효성 주가는 제자리를 찾았다. 현재 계열사 시가총액 합은 7조 원대로 분할 전과 비교해도 50% 가까이 늘었다. 전망도 나쁘지 않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효성은 분사를 했지만 아직도 계열사 간 수직계열화가 이뤄져 있어 업황이 개선되면 동반으로 수혜를 입는다”며 “높은 부채와 이자 비용이 해소되고 있고, 이익 체력이 대폭 개선되면서 주당순이익 흐름이 나아지고 있어 주가는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숙제는 남았다…주목 받는 계열사 두 곳
조현준 회장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200억 원 이상의 배당금과 40억 원대의 연봉을 받았지만 주식담보대출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화학은 부채비율이 500%가 넘는 등 부채 부담이 큰 데도 고배당을 집행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효성그룹이 더 성장하려면 부채 부담을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 배당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조현준 회장이 배당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조 회장 개인의)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효성ITX와 갤럭시아머니트리를 주목하고 있다. 조 회장은 효성ITX 지분 37.91%, 갤럭시아머니트리 지분 32.98%를 갖고 있다. 두 회사의 가치를 키운 뒤 매각하거나 합병하면 조 회장의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효성ITX는 효성그룹의 스마트 팩토리 사업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사업을 진행 중이다. 내부 일감 몰아주기 우려 때문에 외부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대표적으로 한국판 뉴딜의 공공데이터 청년인턴십 사업을 수주해 외형 확장을 꾀하고 있다.
주사업이 전자결제업인 갤럭시아머니트리는 최근 블록체인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 3월 말 갤럭시아머니트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블록체인 관련 사업과 ‘미술품·보석·기타 귀중품 등 경매 가능한 물품의 보관·위탁판매 및 자기판매·중개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김용호 한양증권 연구원은 “NFT(대체 불가능 토큰) 기반 미술품 거래가 주목받으며 블록체인과 예술품의 접목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해당 시장은 초기 단계에 위치한 만큼, 갤럭시아머니트리는 관련 전문 업체와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갈 경우 초기성장 가속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