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맹점주 모두에게 비난 받아…송 대표 어떤 ‘대처 능력’ 보일지 관심 집중
유통업계에 따르면 bhc가 최근 가맹점주들에게 보낸 ‘가맹본부·가맹점사업자 간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협약서’를 두고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 bhc 가맹점주를 통해 받은 협약서를 보면 제1조부터 제18조까지 △가맹점사업자에 대한 지원 △위약금 등에 관한 기준 △점포환경 개선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가맹점주들은 bhc가 제시한 상생협력 협약서에 대해 “상생 없는 협약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맹점주들이 지적한 협약 내용 중 하나는 온라인 e-쿠폰(상품권) 수수료다. 협약서에는 온라인 e-쿠폰 수수료를 모두 가맹점주가 내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소비자가 기프티콘으로 알려진 온라인 e-쿠폰으로 결제하면 카카오 등에 내야 하는 수수료 전액을 가맹점주들이 지불해야 한다. 한 bhc 가맹점주는 “상생협약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협약서에는 또 가맹점주가 소비자 혼선을 줄이기 위해 낮 12시부터 자정까지 매장을 운영해야 하고, 임의로 휴업하거나 운영시간을 단축·연장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만약 휴무나 운영 시간 단축 등을 원하면 bhc 본사와 협의해야 한다. 앞의 가맹점주는 “상생협약보다 계약서 느낌이지만 서로 지킬 것은 지켜 나가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과거 한 가맹점주가 개인사정으로 매장 운영시간을 지키지 못했는데 가맹해지를 당했고, 그 가맹점주한테 소송 생각 없냐고 물었는데 ‘더러워서 다신 부딪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치킨)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주가 운영시간을 어기면 경고장을 먼저 보내고 또 어겼을 시 계약에 따라 제재가 이뤄지는데, (bhc는) 운영시간 어긴 가맹점에 재료를 안 주는 것으로 안다”며 “재료를 못 받은 가맹점은 (치킨을) 그날 치킨을 팔 수 없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bhc 관계자는 “사전에 운영시간 변경을 고지하면 휴무하거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계약해지 건이 언급된 것에 대해선 “처음 (운영시간 어길 시 가하는 제재 방안이) 도입됐을 때 서투르게 처리됐을 수 있지만 매년, 지난해 말에도 영업시간에 대한 가맹점과 본사 모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소통을 지속한다”고 말했다.
가격 인상을 두고도 뒤늦게 잡음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bhc는 85개의 제품 가격을 500~3000원 인상했다. bhc 대표적인 순살 메뉴인 ‘뿌링클순살’은 기존 2만 원에서 2만 3000원으로 올랐다. 당시 bhc는 가격 인상 이유에 대해 “주문 중개 수수료 및 배달 대행 수수료,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지속되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악화한 가맹점 수익 개선을 위해 부득이하게 가격 조정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hc는 지난해 5월 순살 치킨 메뉴 7개의 닭고기를 국내산에서 브라질산으로 바꾼 사실이 최근 회자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브라질산 냉동육은 국내산 닭고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원재료 부담이 오히려 하락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bhc의 가격 인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bhc는 2021년과 2022년 영업이익률이 각각 32.24%, 27.95%로 동종업계에서 매우 높다. 원가 압박 등 비용 부담의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며 “최근 제품을 구성하는 원재료를 저렴한 수준으로 변경 혹은 함량을 감축했지만 가격은 동일 혹은 인상하는 등의 가격 결정이 잦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꼼수 가격 인상 정책을 택하면 소비자들은 외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호섭 대표가 난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bhc가 지난해 경영진 교체 카드를 통해 내부 재정비에 들어가고자 한 만큼 송호섭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업계 다른 관계자는 “박현종 전 대표가 있을 당시 제너시스BBQ와 소송전이 계속되면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이 있지 않았나”라며 “올해 초부터 원산지 문제, 가맹점주 갈등 등 잡음이 이어졌기에 송호섭 대표의 대처 능력이 돋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섭 대표의 리더십에 물음표를 얹는 이들도 있다. 송호섭 대표가 취임 첫 활동으로 ‘전국 가맹점 순회 간담회’를 개최할 만큼 ‘소통’을 중요시하는 듯했지만, 정작 가맹점과 관계를 드러내는 상생협약에서 갈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송호섭 대표는 앞서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시절에도 ‘레디백’ 발암물질 검출 논란으로 중도 퇴임한 바 있다. 당시 발암물질 검출 성적서를 스타벅스 측에서 확인했음에도 행사를 즉시 중단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분노는 컸다.
‘업계 1위’를 이어나가는 것도 송호섭 대표의 과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hc는 2022년 매출 5075억 원으로 전년(4771억 원) 대비 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18억 원으로 전년(1538억 원) 대비 7.8% 줄었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지난해 제너시스BBQ의 매출은 4188억 원, 영업이익 641억 원이었으며 같은 기간 교촌치킨의 매출은 4989억 원, 영업이익 29억 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송호섭 대표가 경제적 이익만 고려한 경영을 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브라질산 닭’ 치킨 가격 인상, 가맹점 쿠폰 수수료 전가 등으로 현재 bhc에 대한 고객 반응은 싸늘하다”며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익 실현을 위해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임대료 상승 등을 닭고기 가격인상 및 가맹점 쿠폰 수수료 전가 등 가장 손쉬운 방법을 동원할 수 있지만 경영혁신과 고객만족을 통한 선순환적인 가치사슬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