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해임 결정 의아”…BBQ 소송전‧가맹점주 갈등 등 영향 미쳤을 수도
bhc 지주사 GGS는 박현종 회장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차영수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동시에 임금옥 bhc 대표이사도 해임됐다. bhc 이사회는 이훈종 사내이사를 bhc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이 신임 대표이사가 bhc의 임원 선임 관련 내부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전문경영인(CEO) 선임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hc 이사회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 등 자회사에서 박 회장과 임 대표를 해임하는 안건도 함께 결의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 창고43, 큰맘할매순대국 등 bhc 자회사들은 조만간 각각 이사회를 열어 이사와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GGS는 “악화하는 외부 경영 환경에 맞서 GGS 및 자회사 bhc의 기업 명성 및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지속성장을 추구하며 글로벌 수준의 기업 거버넌스 및 컴플라이언스 체계 확립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bhc이사회는 사내 공지를 통해 “과거의 성공 방식에서 벗어나 한걸음 더 전진하기 위해 회사의 많은 부분에서 경영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2012년부터 BBQ 글로벌 사업부문 대표를 맡은 박현종 회장은 BBQ가 bhc를 사모펀드에 매각한 이후인 2013년 6월 bhc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박현종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2017년 임금옥 대표가 bhc 대표이사를 맡았다. 박현종 회장과 임금옥 대표가 경영을 하면서 bhc는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창고42, 큰맘원조할매순대국, 아웃백스테이크 등 인수를 추진하며 bhc를 종합외식기업으로 이끌었으며, 임 대표가 bhc로 자리를 옮긴 후 매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6년 2326억 원이던 매출은 2017년 2391억 원, 2019년 3186억 원, 2021년 4771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507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프랜차이즈 치킨업계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bhc의 성장을 이끈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해임에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박현종 회장은 bhc가 원래 업계에서 3위권이었는데 그 순위를 업계 1위로 올릴 만큼 추진력이 좋았던 인물로 업계에서 평가되고 있다”며 “bhc 경영진 해임과 관련해서 들려왔던 이야기들이 전혀 없어서 솔직히 이번 해임 소식이 갑작스럽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적 면에서 기여를 한 경영진이 갑자기 해임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치킨업계 다른 관계자는 “보통 쉬는 개념으로 그만둔다고 하면 사임으로 발표를 하는데 해임이라고 발표가 났다는 것은 확실히 지주사나 사모펀드와 경영진의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현종 회장이 경쟁사인 BBQ와 오랜 소송전을 이어오면서 기업 이미지가 실추돼 이번 해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박 회장은 BBQ에서 bhc로 자리를 옮긴 후 BBQ와 소송을 여러 차례 벌여왔다. 여전히 진행 중인 소송도 있다. 10년간 두 기업 사이에 30여 건의 소송이 진행됐다. 박 회장은 2015년 7월 BBQ 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해 자료를 들여다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올해 1월 윤홍근 BBQ 회장과 주주들이 제기한 71억 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는 박 대표가 ‘BBQ에 27억 1000여 만 원을 지급하라’는 배상 명령을 받았다. 가맹점주들과 갈등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bhc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원가 폭리가 bhc의 높은 영업이익률의 바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맹점주에게 기름을 비싸게 판매했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까지 받았다.
BBQ와 소송 장기화, 가맹점주와 갈등 등이 기업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해임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에서 좋은 실적을 이룬 경영자를 해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다만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는 회사의 매각시 기업가치를 평가받아야 하는데 기존 회장님의 리스크 요인들이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여긴 것 같다”고 말했다. bhc 지분 100%를 GGS에서 보유하고 있으며, GGS 지분의 45% 정도를 MBK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외식업이나 프랜차이즈 업계는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소비자들 입장에서 그 기업이 얼마나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지 굉장히 중요하다”며 “한 번 기업이미지가 실추되면 다시 만회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이미지 훼손은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GGS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bhc 경영진의 갈등이 해임의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박현종 회장은 bhc를 일구고 성장시킨 인물이라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을 것”이라며 “그렇기에 MBK파트너스와 의견 대립이 많았을 것으로 추측되고 이 때문에 현재 결과에 이르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경영학과 교수는 “MBK파트너스 측에서 자신들이 미는 인사를 앉히려고 입김을 불어넣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사모펀드 입장에서 쓸 수 있는 무기는 투자금 회수인데, 투자금 회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서 경영권을 받아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GGS 이사회에는 MBK파트너스 이사 2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과 임 대표가 해임된 후 신규 선임된 대표들은 모두 MBK파트너스 측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번 해임 결정에 MBK파트너스의 영향력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경영진이 교체될 시점이라서 해임이 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기업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대주주라고 해서 뭔가 함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박현종 전 대표가 당연히 실적 면에서 기여한 부분은 있겠지만 실질적인 이익이나 성장세는 bhc만 봤을 때 꺾인 상태라 말 그대로 경영 쇄신이 필요하다고 이사회에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회장과 임 대표가 함께 경영을 한 2017년 이후 bhc는 매출이 꾸준히 올랐고,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6.4% 증가한 5075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7.8% 줄어든 1418억 원을 기록했다.
bhc그룹 관계자는 “해임 건에 대해서는 보도자료로 나간 것 이외에는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bhc 지주사의 주주 중 한 곳일 뿐이며 박 전 대표이사, 임 전 대표이사의 해임 결정은 지주사 및 bhc 이사회 결의 사항”이라며 “MBK파트너스가 대표성을 갖고 이사회 결의 사항에 대해 말할 입장도 위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