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직장인 주 관심사, 금지한 회사도 증가…유연고용·디지털경제 흐름 속 ‘n잡러’ 더 늘듯
얼마 전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젊은 직장인들은 부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 ‘보다 많은 수익’을 꼽았다. 새로운 진로 모색, 자기 계발, 체험, 창업 준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부업 업종으로는 전자 상거래, 1인 미디어 운영, 동영상 편집 순이었다.
칭다오에서 거주하는 리러는 유명 블로거다. 그는 ‘부업의 하루’라는 제목의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리러는 그동안 100여 개의 부업을 경험했다. 부업을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 실패담 등을 올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리러가 처음 부업을 시작한 것은 선전의 한 대학원 근무 시절이었다. 그는 많은 대학원생들이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고 부업 아이템을 찾았다. 리러는 자료를 찾아서 이를 중고 사이트에서 팔았고, 제법 많은 수익을 올렸다. 리러는 2023년 7월 고향인 칭다오로 돌아와 이직했고, 부업은 계속됐다.
현재 리러의 부업은 2023년 11월부터 시작한 야간 활동 커뮤니티 운영이다. 리러가 선전에서 살고 있을 때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야간 활동이었다. 퇴근 후 외국어와 코딩 등을 배우거나, 아니면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리러는 고향으로 돌아가면 이러한 현상을 활용해 부업 아이템을 찾겠다고 생각했다.
리러는 인터넷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인원을 모은 뒤, 학원 등에 소개해주고 수수료를 받았다. 단체로 등록을 하면 저렴하게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해서 많은 학생들을 모을 수 있었다. 인터넷 공동구매에서 착안한 방법이었다.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의 경우 장소 섭외, 물품 구매 등을 중개해 비용을 받았다. 야간 활동 커뮤니티 운영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매달 회사로부터 받는 급여와 비슷한 수준이다.
항저우의 샤오샨은 3개 부업을 하고 있다. 매주 2일은 한 교육훈련기관의 실습 교사로 일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본인의 장기인 서예로 글씨를 써서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일도 한다. 최근엔 친구들과 함께 공연 기획 업무도 하고 있다. 퇴근하면 더 바빠지는 샤오샨이다. 그는 몸은 고되지만 부동산 대출 이자를 생각하면 안정적인 부수입원을 포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온라인상에선 부업 열풍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는 입장과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하다. 그동안 중국에선 ‘이중취업 금지’와 같은 부업 관련 규정이 거의 없었다.
부업을 하는 직원들이 증가하자 이를 막는 회사가 빠르게 느는 추세다. 선전의 한 대기업 임원은 “부업을 하고 있다는 직원들을 보면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제때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면 본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부업을 금지하는 사규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부업 예찬론자’인 리러는 이러한 부정적 시선을 반박한다. 리러는 “돈을 떠나 부업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될 때가 많다. 새로운 경험에서 얻는 쾌감도 크다. 이런 정서적 상태는 본업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리러는 “퇴근 후의 시간에 대해 회사가 관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샤오샨은 부업을 하면서 본업 능률이나 성과가 더 좋아졌다고 했다. 문화 관련 회사에 다니는 샤오샨은 서예, 공연 기획 등 부업을 하면서 일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한 부업을 통해 알게 된 인맥이 회사로까지 이어져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직장인들이 부업에 뛰어든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고용형태를 꼽았다. 유연고용이 주를 이루면서 해고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부업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2023 중국 신규 유연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유연고용은 이제 대부분의 기업에서 볼 수 있는 방식이고, 여기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향후 중국 경제의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디지털 경제 발전도 부업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큰 비용과 지식 없이도 창업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당국에서는 부업 열풍을 악용한 범죄에 대해 주의보를 내렸다. 부업 사기 사건은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얼마 전엔 유료 부업 특강을 미끼로 수업료를 받고 달아난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샤오샨은 “부업을 할 때는 우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도록 해야 한다. 또 남들이 많이 하는 업종을 무턱대고 따라가서도 안 된다”면서 “거액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업종은 함정이 많다. 법을 어길 때도 있다”고 충고했다.
리러는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돈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면서 “지금 정보를 얻는 루트는 너무나 많다. 부업의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막상 이를 시작하고 버티는 사람은 드물다. 일단 시작부터 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