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악화로 KINGS에 낼 돈 30억 원 미납 상태…한전 “재무 상황 고려해 납부 방법 협의 중”
KINGS는 한전 산하의 사립 교육기관으로 국내 유일의 원자력 전문대학원이다. 한전, 한국수력원자원,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등 5대 원전 공기업이 공동으로 출연해 설립됐다. 원전 수출 분야 고급인력과 현장 인력 양성에 있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KINGS는 현 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호응해 학생 수를 늘리는 등 교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영국 런던 맨션하우스에서 양국 산업부 장관이 입회한 가운데 맨체스터대학교와 인력양성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KINGS는 올해 2월 긴급 추가경정 예산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한전이 지난해 KINGS에 냈어야 할 출연금을 미납했기 때문이다. 미납된 출연금은 약 30억 원에 달한다. KINGS는 한전에 지속적으로 출연금 입금을 요청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도 ‘협의’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학교 안팎에서는 출연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비등록금회계 잔액이 부족해 교직원 급여 지급에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학의 주된 수입은 학생의 등록금을 받아서 채우는 등록금회계와 기부금 수입 등을 재원으로 하는 비등록금회계가 있다. KINGS 학교법인 측은 비등록금 회계를 기반으로 한 운영출연금 66억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한전의 출연금이 미납되면서 예산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KINGS는 170억 원에 달하는 수익용 예금과 105억 원의 임의건축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용 예금의 용도를 변경하려면 교육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임의건축기금의 경우 기금운용심의회, 대학평의원회, 등록금 심사위원회를 거쳐야 용도를 변경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수익용 예금과 마찬가지로 교육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출연금이 미납되고 있는 이유는 한전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전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출연금 규모도 당초 계획인 1016억 원보다 30% 줄인 708억 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다만 한전공대 출연에는 한전 외 자회사들이 출연하는 금액도 적잖은 데다 한수원도 매년 약 80억 원을 출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재무상황을 고려해 학교 측과 미납 출연금 납부 방법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익 내도 한숨 돌리기 어려운 한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된 한국전력공사의 영업손실은 43조 1000억 원에 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지만, 원가 밑으로 전기를 공급하며 대규모 손실이 누적된 탓이다. 한전은 최근 자회사들에게 전례 없는 대규모 중간 배당을 요구해 자금을 수혈받는 등 재무적 비상 상황 상태다.
다만 한전의 최근 실적은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세 차례 요금 인상을 단행하면서 전기 판매 수익이 늘었고 연료 가격이 하향 안정화된 덕분이다. 올해 전망도 예년에 비해 긍정적이다. 하나증권은 지난 2월 26일 한전에 대해 올해부터 2015~2016년에 버금가는 수준의 영업실적 달성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부채 규모다. 지난해 집계된 한전의 부채는 202조 4000억 원에 달한다. 한 해에 지출하는 이자 비용만 4조 4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57% 상승했다. 한전의 중장기 재무 계획에 따르면 총부채는 2027년 226조 3000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연 평균 4조~5조 원이 이자로만 나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한전이 시장 전망대로 영업이익을 내도 이자 비용 때문에 순손실을 기록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송전망 확충에 상당한 재원을 투자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5월 수립한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통해 2036년까지 15년간 총 56조 5000억 원을 송·변전 설비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1년 수립한 ‘9차(2019~2034년) 송·변전 설비계획’ 때 설정한 29조 원의 투자금액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송전망 투자 재원 마련 때문에 차입금을 늘리겠다거나 일부는 민간 참여를 허용하겠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금부터 만약에 이익이 생기면 적자를 메꾸고 남는 돈들은 송전망 투자에 쏟아부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올랐던 유가가 조금씩 내려가며 대외적인 여건은 좋아졌지만 대내적으로는 녹록지 않아서 재정적으로 여유가 충분한 상황이 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김종용 경기도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유가에 영향을 주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는 항상 생긴다. 2년 전에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터지고 작년에 갑자기 홍해에서 후티 반군이 미사일을 쏠 줄 누가 알았겠나”라며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전기를 요금이 아니라 세금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국내는 선거가 수시로 열리니까 유가가 올라도 전기요금에 즉각 반영이 안 된다는 점이다. 대외 여건이 계속 좋기를 바라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전이 안정적으로 재무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