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수사팀과 대통령실 간 팽팽한 긴장감…원칙주의자 평판 속 융통성 있는 대응 기대
특히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임설 및 이원석 검찰총장과 대통령실 갈등설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운영의 묘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모두 박성재 장관 취임 전 발생했던 일이라고 하지만, 인사권을 쥐고 있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실 지시로 친윤 중심으로 다시 검찰 핵심 수사보직을 개편할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한 검찰 내부를 다독이면서 이끌어가는 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원석 총장 ‘반발’설에 뒤숭숭한 검찰
채널A는 최근 ‘법무부가 지난 1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교체하겠다는 의견을 이원석 검찰총장 측에 전달했지만 이원석 총장이 유임을 주장하면서 이견을 보였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이원석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좌천 인사에 반발하며 “문책을 하려면 나를 하라”고 해 유임을 주장했고, 결국 인사가 무산됐다는 내용이었다.
송경호 지검장의 부산고검장 좌천설이 나온 것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수사와 관련해 김건희 여사 소환 필요성을 주장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내 공공연한 설명이다. ‘이미 한두 달 전부터 돌았던 얘기’라며 모르면 간첩 취급을 받을 정도로 모두가 아는 내용이기도 하다.
다만 이원석 검찰총장 반발 보도와 관련해 법무부와 검찰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 주요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송 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이 공석이던 상황에서 발생한 송경호 지검장 좌천 인사 시도였기에, 박성재 장관은 취임 직후 갈등 봉합을 곧바로 취했다. 취임 직후 “검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서울중앙지검장 유임 등을 공식화했다. 박 장관은 “밀린 일들이 많아서 인사보다는 일단 업무를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검찰 내 반발이 불거지고 정치적 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게 중론이다.
일시적으로 갈등이 봉합된 모양새지만, 총선 이후인 5월 즈음 대대적인 검찰 인사설이 거론되는 상황. 특히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나 디올백 관련 김건희 여사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할 경우 언제든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전관 변호사는 “지금 검찰은 친윤(석열)과 친한(동훈)이 한몸이었다가 둘로 나눠지면서 ‘찐윤(진짜 친윤)’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며 “이원석 검찰총장이 대통령실과 불편한 관계가 됐다는 보도가 맞다면 결국 5월 인사도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주도적으로 하게 될 것이고 이럴 경우 오는 9월 2년 임기가 끝나는 이원석 총장의 레임덕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47억 고소득이 리더십 발목? “문제 전혀 안 돼”
박성재 장관에게 ‘인사권’이 쏠리게 된 상황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것인지 검사들이 예의주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국회 청문회에서는 박성재 장관의 전관예우 고수익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검찰 내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지배적이다.
박 후보자는 2017년 퇴임 이후 변호사로 활동했고 장관 지명 전까지 법무법인 해송의 대표변호사를 맡았는데, 고검장 퇴직 이후 5년 동안 모두 46억 5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수입의 80%(36억 8313만 원) 가까이가 퇴임 뒤 3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검찰 내에서는 ‘오히려 적은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사무실 비용과 변호사 및 직원 고용 비용, 40% 내외의 세금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연 2억~3억 원 수준에 그치는 소득이라는 설명이다. 검찰의 한 간부급 검사는 “초기에 수입이 몰리는 것은 시장에서 전관을 찾는 수요들이 있기 때문이고 그마저도 세금과 경비를 제하면 문제될 금액이 전혀 아니”라며 “김앤장 같은 대형로펌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5년만 일하면 2억 원 정도를 버는데 고검장 출신의 박성재 장관이 되레 그것밖에 못 벌었냐는 반응이 더 많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박성재 장관은 변호사 시절 사건 선임 과정에서 광고를 하거나 사무장을 고용한 바도 없고, 후배들에게도 무리하게 청탁을 하거나 선임계를 내지 않고 하는 전화변론 등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한 법무부의 영역
하지만 박성재 장관의 ‘원칙주의’가 검찰과 대통령실 사이에서 지휘와 소통 역할을 해야 하는 법무부를 이끌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나온다. 수사를 할 때에는 법리와 판례를 중심으로 원칙적인 모습으로 이끌어 가면 되지만 법무부의 영역은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한 순간들이 늘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원석 검찰총장보다도 사법연수원 기수가 10기수나 높은 박성재 장관을 두고 ‘지켜보자’는 검사들의 시선도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자기가 가장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엘리트 조직이다 보니 윗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문제는 박성재 장관이 분명 동기수대 사람들에게는 그런 존중을 받는 사람이지만 지금 검찰 구성원 다수는 박성재 장관을 잘 모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 사건 관련해서는 “공범으로 적시된 이들이 유죄가 나왔다”며 수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게다가 윤석열 검찰총장-대통령 시절 내내 이어진 ‘특수통 중용’을 놓고도 형사, 기획, 공안 라인 검사들의 누적된 반발심이 적지 않다. 기획 파트 근무 경험이 전무한 특수통 출신 박성재 장관 선임을 놓고 “또 특수통이 왔다”는 비판도 나왔다. 검찰 내 다양한 반발 여론을 아우르는 동시에, 검사들이 납득할 수 있는 리더십을 취임 직후 곧바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박성재 장관을 잘 아는 변호사는 “워낙 인품적으로 훌륭한 분이지만 주변에 ‘곁’을 많이 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보고할 때 힘들었다고 하는 후배들이 많다”며 “다만 장관이라는 자리에 갔으니 다른 리더십을 보여줄 분인데 문제는 크게 인연이 없는 검사들이 다수가 되어버린 서울중앙지검 등 핵심 수사부서들을 잘 추슬러가면서 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