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직 중심 노조, 초과이익분배금 산정 방식에 불만…한화시스템 “노조 주장 무리 있어”
#PS 둘러싼 잡음, 왜?
지난 2월 6일 한화시스템은 방산부문 직원들에게 연봉의 2%에 해당하는 2023년도 PS를 지급했다. 한화시스템은 매년 초 한 차례 PS를 방산부문 직원들에게 지급한다. 한화시스템은 매년 말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목표 매출과 목표세전이익(세금을 제외한 영업이익)을 설정한다. 이후 목표세전이익 초과 달성 15%의 재원을 직원의 총 연봉으로 나눠 지급하는 것이 PS다.
연봉 2% 수준의 PS는 한화시스템 방산부문에서 예년과 비교하면 특별하게 낮은 지급률은 아니다. 한화시스템 방산부문 직원들은 2022년도 기준으로도 연봉의 2.1%에 해당하는 PS를 받았다.
삼성탈레스가 전신인 한화시스템은 2019년 정도만 하더라도 계열사가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뺀 뒤 이를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PS 제도를 택했다. 기존 삼성그룹의 성과급 제도를 따랐다. 하지만 정부의 통제 아래에 있는 방위산업 특성상 영업이익이 높지 않았다. 그나마 현재의 PS 산정 방식대로 바꾸면서 PS 지급률이 올라갔다.
하지만 최근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PS 지급률을 둘러싸고 불만이 제기됐다. 지난해 기준 방산부문은 한화시스템 전체 매출의 74%를 차지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한화시스템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 4531억 원, 92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대비 각각 12.1%, 137.6% 오른 금액이다. 같은 기간 방산부문 매출은 1조 8170억 원, 영업이익은 985억 원이었다. 2022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약 10%씩 올랐다.
연구직 중심 직원 약 1100명으로 이뤄진 한화시스템 방산부문 노조는 PS 산정의 기준이 되는 목표세전이익 증가율이 과도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2022년도 대비 2023년도 목표세전이익을 35% 높게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시스템은 2024년도 목표세전이익도 2023년도 목표세전이익 대비 35% 증가한 액수로 책정했다. 한화시스템은 매년 매출 목표치를 전년 대비 평균 10% 오른 금액으로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목표세전이익이 오르면 PS가 낮아질 수 있는 구조다.
지난 2월 말 PS 지급률과 관련해 사측과 노조가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지만 양측의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 4일 노조는 대표에게 “매출 증가 예상보다 높은 목표이익을 설정해 노동자들이 PS를 적게 지급받았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와 관련, 송태진 노무법인 이랑 노무사는 “법적으로만 따지면 회사가 잡은 목표이익에 대해 근로자들이 관여하기는 어렵다. 다만 성과급 문제는 노사 간의 합의가 중요한 사항은 맞다”고 말했다.
#올해도 호실적 전망…성과급 제도 손볼까?
유안타증권은 한화시스템이 올해 매출 2조 7000억 원, 영업이익은 1244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대비 매출은 11.7%, 영업이익은 33.9% 오른 수치다. 호실적 전망의 배경은 방산부문의 성장세다. 지난해 한화시스템의 방산부문 수주액은 3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화시스템의 수주잔고는 5조 6117억 원이다.
올해도 수주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사우디아라비아로의 국산 중거리 탄도형미사일인 천궁-II 다기능 레이다(MFR) 수출이 예상된다. 한국항공우주(KAI)의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21) 능동형 위상배열(AESA) 레이다 수주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로템의 폴란드향 K2 전차 4차 양산사업 등에 따른 수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화시스템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도 긍정적이다. 지난 2월 29일에는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증액하는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수은의 법정 금융지원 한도도 늘어났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방산 무기 구매 국가에 대한 우리나라의 영업 능력이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한화시스템 같은 부체계(Sub-system) 업체들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자국의 군사력과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난 5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은 유럽방위투자전략(EDIS)과 유럽방위투자프로그램(EDIP)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방위 물자 조달 예산의 최소 50%를 EU 역내에서 조달하고 2035년까지 이 비중을 60%까지 늘리는 게 그 골자다. 기존에 EU의 무기 역내 구입 비중은 20%였다. 최기일 교수는 “일종의 보호주의 성향으로 돌아선 셈”이라며 “수출에 급격한 제동이 걸리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 방산업체를 둘러싼 견제 강도가 세졌다”라고 했다.
이성종 한화시스템 노조위원장은 “이대로라면 수출이 늘어나도 직원들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당장은 목표세전이익 증가율을 매출 증가율과 비슷하게 산정해야 한다고 본다”며 “경영목표를 수립할 때 목표세전이익을 정한 근거 역시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측과 노조는 올해 임금교섭과 별개로 성과급 제도에 대해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매년 수시로 바뀌는 경영환경 요소와 회사가 정한 사업과제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 내부평가 과정을 거쳐 목표세전이익 기준을 책정한다. 목표세전이익은 그해의 목표 매출 대비 평균 4%대로 산정하고 있다. 때문에 노조에서 주장하는 연간 목표세전이익끼리 비교는 무리가 있다”며 “PS 지급률 공개 후 직원들의 요청에 따라 지급률 산정에 대한 기준 등을 투명하게 공개했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