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지연’ 위례신사선 사업비 조정 협의 지지부진…주민들, 양측에 ‘책임 시행’ 촉구 시위
지난 2월 28일 위례신도시 주민 150여 명은 서울시청과 종로구 GS건설 본사 앞에서 잇달아 집회를 열었다. 서울시가 2020년 초 위례신사선 민간투자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GS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한지 4년이 지나도록 첫 삽을 뜨지 못하자 양측 모두에 책임을 물으며 집단 항의에 나선 것이다.
위례신사선은 서울 강남구 신사역과 삼성역(코엑스), 송파구 위례신도시를 연결하는 총 14.7km 경전철 노선으로, 2기 신도시인 위례신도시 조성 당시 예고된 핵심 교통망이다. 2013년 주민 입주가 시작된 위례신도시의 거주 인구는 현재 12만 명에 이른다.
서울시는 당초 2021년까지 GS건설과 위례신사선 건설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까지 실시설계와 착공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실시협약 체결조차 이행되지 못한 상태다. 최근 수년 새 건설 물가가 폭등하면서 사업자 선정 당시에 비해 공사비가 훨씬 많이 들게 됐는데, 추가 재정 부담에 대한 협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위례신사선은 지난 1월 열린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위례신사선의 당초 총사업비는 1조 1597억 원으로, 민간사업자인 GS건설 컨소시엄이 전체의 50%(5799억 원)를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위례신도시 입주민이 낸 광역교통개선대책분담금 3100억 원(26.7%)과 서울시 재정 1619억 원(13.9%), 정부 재정 1079억 원(9.3%)으로 채울 예정이었다. 그런데 사업자 선정이 이뤄진 2020년부터 최근까지 건설 물가가 30% 이상 오르면서 사업비도 수천억 원이 더 필요하게 됐다. 추가로 필요한 사업비를 정부나 서울시, 민간사업자 중 누구라도 짊어져야 최종 실시협약 체결이 가능하다.
사정이 이러하지만 3자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경색돼 있다.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로 국토부가 GS건설에 영업정지 8개월 처분, 서울시가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내리자 GS건설은 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을 내고 효력 정지를 요청했다. 법원은 지난 2월 28일 서울시 측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GS건설에 손을 들어줬다. 국토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은 법원의 심문을 앞두고 있다.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이 같은 상황이 위례신사선 사업비 조정 협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확대 해석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위례지역의 한 주민단체 관계자는 “(영업정지 관련 시비가)위례신사선에 약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100%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검단 건으로 GS건설의 내부 경영 상황이 다소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본래 주택사업과 토목사업은 서로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위례신사선 등 토목사업들이 그에 연동돼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GS건설과 서울시는 영업정지 처분 관련 공방이 위례신사선 사업에 영향을 줄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 철도사업팀 관계자는 “검단 아파트 관련 소송 건은 우리 부서 사업과는 관계없는 별개의 건으로, 서로 어떤 영향이 있는지 설명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GS건설 관계자도 “영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과 기존 사업들을 진행하는 것은 완전한 별개의 사안으로, 기존 사업들을 못 하게 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위례신사선 사업비 조정에 대한 양측 협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볼 근거는 마땅치 않다. 7일 ‘일요신문i’ 질의에 GS건설 관계자는 “우리 측 실무자와 서울시 측 실무자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회의는 최근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굳이 공식적인 회의 테이블이 있어야만 회의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GS건설 측 사업단과 유기적으로 협의하면서 빨리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위례지역 주민들은 ‘숫자 논의’ 차원의 실무진 협의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며 국면 전환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위례공통현안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지역정치권을 통해 국토교통부에 건넨 요구안에서 위례신사선 사업 지연에 대한 ‘이자’ 명목으로 1000억 원 이상의 재정을 국토부(LH)가 집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한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 제도 개정도 촉구했다. 비대위는 LH가 지급하게 돼 있는 위례신사선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 3100억 원을 ‘분할’이 아닌 ‘일괄’ 지급 방식으로 착공 초기에 한 번에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김영환 위례공통현안비상대책위원장은 “위례신사선이 서울시가 시행하는 도시철도 사업인 것은 맞지만 위례신도시를 조성한 국토교통부 역시 핵심교통망사업 지연에 책임이 있다”면서 “LH가 당초 위례신사선 건설 명목으로 걷은 분담금에 더해서 사업이 수년간 지연된 이자분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국토부가 관련 제도 지침을 바꿔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시에 대해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위례주민 대표자들과 3월 중 면담 자리를 열 것을 요구하면서 사업시행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재정 부담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김영환 비대위원장은 “위례신도시 개발에 25%의 지분이 있는 서울시가 그동안 위례지역의 막대한 개발이익에 주민 세금수익까지 누려왔음에도 위례신사선에 고작 1619억 원의 재정을 부담하면서 행정 역할도 소극적으로 한 것에 책임을 묻는다”면서 “시가 정부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타개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GS건설을 향해서는 당초 5개 민간사업자의 경쟁에서 ‘저가 입찰’ 전략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얻은 것에 대해 합당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지난 2월 28일 GS건설 본사 앞 집회에서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직접 오세훈 서울시장과 담판을 져 사업 정상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위례신사선이 정부가 조성한 신도시 교통망으로서 갖는 지위를 고려할 때 사업비 증액 역시 정부가 주도력을 발휘해 조정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현재 건설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이다 보니 민간투자사업자가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서 주도권을 갖고, 정부나 지자체가 지역주민들의 압박을 받으며 다소 쫓기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획재정부나 국무총리실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사업비 증액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해 한시적으로라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유관 지자체들의 협의가 이어지도록 조치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