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관련 AOC 없지만 대한항공과 시장 겹치지 않아…에어로케이 “준비 완벽하게 갖춰놨다”
#예상치 못한 도전
투자은행(IB)업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을 두고 대한항공과 개별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관사인 UBS가 인천 거점 항공사에만 인수제안서(IM)를 발송한 탓에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던 에어로케이가 정식으로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어로케이의 인수 도전은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실적으로 에어로케이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인수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 대상자로 적격인지 여부를 놓고 올해 안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업력이 짧고 화물 사업 관련 네트워크가 부족해 승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싣고 나르면 끝나는 여객과 달리 화물은 네트워크가 정말 중요하다. 최종 목적지가 선박이면 배에 실어야 하고, 육상이면 트러킹, 트러킹하기에 멀면 기차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공급망까지 다 필요하다”라며 “사업부 매각 시 기존 네트워크와 인력에서 이탈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까지 감안해 대한항공에서 전면적으로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자생적으로 운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전에 뛰어든 5개사 중에 화물 관련 AOC를 갖추지 못한 항공사는 에어로케이가 유일하다. 화물기를 전문적으로 운용하려면 일반 여객 화물과 달리 위험물 취급 관련 보고 및 처리 체계, 취급자 교육 절차 개정과 운항 규정, 정비 규정, 운영 기준 등을 개정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업이 얼마나 준비돼 있느냐가 제일 관건이고 두 번째는 국토부 감독 인력이 얼마나 여유있는지에 달려 있다. AOC 관련 건은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규정 개정 신청 등이 연간 700건 이상 들어오기 때문에 얼마 만에 된다고 단적으로 말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이미 벨리카고(여객기에 승객의 짐을 싣고 나서 남는 공간에 싣는 화물)를 다 하고 있어서 화물 사업 영위 경험이 있고 사업부를 인수하게 되면 아시아나의 화물기와 네트워크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어려움은 크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AOC와 관련해서는 “단기간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던 이스타항공도 최근에 받았다. 다른 물류기업과 달리 기존에 항공운송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들은 실질적으로 이미 다 갖추고 운항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어렵지 않다. 준비는 완벽하게 다 갖춰놨다”고 자신했다.
#에어로케이, 거점공항이 인천 아닌 청주
에어로케이가 인수전에서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이후 미래 항공 시장 재편을 고려했을 때, 전략적 관점에서 대한항공이 에어로케이를 진지하게 고려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입장에서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은 떠밀려서 하게 된 성격이 짙다. 규모가 큰 사업부를 떼어주게 된 만큼 어디에 매각해야 향후 유리할지 구도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에어프레미아와 제주항공은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잠재적인 경쟁사다. LCC 업계 점유율 1위인 제주항공은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조 7240억 원으로 2006년 출범 이래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진에어 매출은 1조 2772억 원으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아시아나의 자회사인 에어서울 매출은 3109억 원으로 지역의 분리매각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에어부산 매출 8904억 원까지 더해야 비로소 제주항공을 넘어선다.
에어프레미아는 이미 대한항공-아시아나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가장 크게 누릴 항공사 중 하나로 꼽힌다.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의 미주 노선을 이관받고 대한항공의 항공기를 대여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합병 성사 이후 풀서비스항공사(FSC)인 대한항공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미주 노선을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여객 부문의 막대한 부채는 자기들이 떠안고 코로나19 팬데믹 때 큰 수익을 냈던 화물사업부를 경쟁사에 넘긴다면 합병으로 얻을 이익이 현저히 줄어든다”며 “제 손으로 ‘제2의 아시아나’를 만들어주는 꼴이다. 그 상황만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수 후보인 에어인천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대금을 감당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에어프레미아와 더불어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점이 약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나 KDB산업은행 입장에서도 사모펀드에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넘기기에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모펀드는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기에 플랫폼 기업이나 일반 기업 인수와 달리 화물사업부를 인수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항공 화물사업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국가기간산업인 데다 국가의 산업과 수출입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는 물류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견제가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반면 에어로케이는 거점공항이 인천이 아닌 청주국제공항이고 단거리 노선만 운항하는 신규 항공사이기 때문에 대한항공과는 시장이 중첩되지 않는다. 충청도에서 청주공항을 물류거점기지로 육성하려는 수요가 있고 국토부 역시 국내 항공물류기지 분산에 관심이 크다. 황용식 교수는 “사실 모든 물류를 인천으로 끌고 가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인 부분도 있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런 요소들이 인수전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항공업과 물류라는 두 개의 특수성이 결합하기 때문에 희소성이 크고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육상화물하고도 또 다른 데다가 이번 인수합병은 속도전이기 때문에 외부의 비항공사가 들어오기에는 너무 까다롭다”라며 “항공 쪽 기반이 우선 마련된 회사가 화물을 추가로 영위하는 게 더 개연성이 높다.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에어로케이도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반면 대한항공이 항공사가 아닌 다른 종합물류기업 등에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려 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휘영 교수는 “항공사업은 적자를 내기 시작하면 수천억~수조 원 손실 내는 건 일도 아니다. 아시아나 인수를 앞두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왜 빠져나갔겠나”라며 “오히려 자금력이라는 측면을 놓고 봤을 때 물류를 전문적으로 영위하는 비항공사업자가 인수해가는 게 더 개연성도 있고 발전가능성도 높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