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출금 대통령실 정말 몰랐나, 공수처 ‘수사 의지’ 도마 위…법무부 기다렸다는 듯 출금 해지
#대통령실의 이종섭 임명 과정 문제
법조계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해병대 채 상병 수사를 진행하면서 입건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해뒀었다. 공수처 수사4부는 1월 국방부를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기에 앞서 이종섭 전 장관, 신범철 전 차관, 유재은 법무관리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김동혁 검찰단장과 박경훈 조사본부장 등 모두 6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수사의 기본과도 같은 조치였다.
하지만 3월 4일 대통령실에서 호주 대사에 이종섭 전 장관을 임명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언론 취재로 출금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의 이종섭 전 장관 임명 과정이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생긴 것.
1차 검증을 담당하는 법무부는 “출국금지 여부를 확인했는지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고, 대통령실은 “이종섭 전 장관 인사검증 과정에서 출국금지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직자 신원조회 때 보통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는지 여부가 드러나고, 이종섭 전 장관의 경우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공수처에 입건된 것이 이미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가 된 바 있기 때문에 ‘법무부가 확인 안 했다면 문제가 있고 대통령실이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입건 여부가 언론에 공개적으로 드러난 사건에 대해 출금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국내 임명직도 아니고, 해외 대사로 나가는 상황이다. 사전에 아그레망(상대국의 대사 임명 동의)을 받아야 하는 건에 대한 출금 여부를 대통령실이 몰랐다는 것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눈치 보는 공수처
공수처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공수처는 2023년 8월부터 정당과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접수하고 ‘수사 외압 의혹’ 수사를 해왔다. 이종섭 전 장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한 뒤, 임성근 해병대 1사단 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한 것을 부당하게 회수·재검토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1월에는 공수처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도 압수수색했다.
사건을 대하는 태도도 문제가 됐다. 이종섭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5일 언론 브리핑에서 공수처는 출금 여부에 대해서 ‘확답’을 해주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국가를 대표해서 공무로 정식으로 인사 발령 나서 가는 것이기에 그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의 입장을 신경 쓴 듯한 답을 내놓았다. 특히 “어쨌든 국방 총 책임자였고 국가를 대표해서 가는 것으로 임명이 됐는데 일반 잡범처럼 할 수는 없지 않냐”고 말해 ‘수사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출금 조치를 한 사실이 알려지자, 하루 만인 3월 7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불러 조사했다. 4일 호주 대사에 임명한 뒤 사흘 만이기도 했다. 조사는 단 4시간 만에 끝이 났다. 출국금지 해제를 위한 수순으로 서둘러 조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공수처는 소환 조사 직후 언론에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소환 조사했다”며 “이 전 장관은 앞으로 진행될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출국금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결정 기관이 아니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공수처가 ‘이종섭 전 장관 측의 입장을 해명하는데 집중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대목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문제 삼다가 논란이 됐던 것을 의식해서인지 너무 대통령실 눈치를 보는 느낌”이라며 “‘피의자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수사기관이 밝히는 것은 처음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시 법무부로 넘어온 공
법무부는 기다렸다는 듯 3월 8일 출국금지 조치를 해지했다. 소환조사를 했고, 공수처가 밝힌 것처럼 ‘피의자가 조사에 적극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문제가 될 부분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법무부는 8일 오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에 대하여 금일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거친 결과, 이의신청이 이유 있다고 판단하여 출국금지를 해제했다”며 해제 사유로 별다른 조사 없이 출국금지가 수차 연장되어 온 점, 최근 출석조사가 이뤄졌고, 본인이 수사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한 점을 내세웠다.
11일에는 안내 문자를 통해 “이종섭 전 장관의 이의신청을 받은 법무부 출국금지심의위원회는 고발장이 2023년 9월경 공수처에 접수된 이후로 출국금지 조치가 수회 연장되었음에도 단 한 번의 소환조차 전혀 없었고, 공수처에 자진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으며 증거물을 임의제출하면서 향후 조사가 필요할 경우 적극 출석하여 조사에 응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출금 해지 여부를 해명했다.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시선의 차이
하지만 이종섭 전 장관이 제출한 휴대전화는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된 뒤 교체한 휴대전화이고, 사건 당시 업무수첩은 폐기했다고 진술했다고 알려지면서 공수처의 1차 소환조사와 법무부의 출금 해지를 놓고 야권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도 비판을 의식한 듯 “첫 조사는 대사 임명에 따른 불충분한 조사였고, 따라서 추가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며 서면이 아닌 소환조사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또, ‘출국금지를 해놓고 소환 조사를 한 차례도 안했다’고 출금 해지 판단 배경을 밝힌 법무부에 대해서는 “수사는 계획에 따라 진행하고 있으며, 출국금지를 안 하면 어떻게 됐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실제로 공수처는 출국금지 권한을 가진 법무부에 “수사 대상이라 출국금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실에서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해도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 아니냐”며 “결국 이종섭 전 장관을 피의자로 보는지 억울한 정치적 희생양으로 보는지 시선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인데 그 부분에서 공수처는 ‘대통령실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받은 셈이나 다름없어 새 처장이 임명되더라도 이를 풀어나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