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행세하며 수임 미끼로 접견 요구, 사적인 심부름 시켜…일부 로펌 아예 ‘접견용 변호사’ 채용
수년 전부터 변호사 업계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이른바 ‘집사 변호사’ 문화를 악용한 ‘사기’라는 것인데, 변호사 업계에서는 변호사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배경이 진짜 원인이라고 입을 모아 설명한다. 개업 변호사 기준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가 1.1건으로 떨어지면서 ‘한 달에 300만 원을 벌기도 쉽지 않은 변호사’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우려다.
#집사 변호사에서 진화한 접견 피싱
‘접견 피싱’은 수임을 미끼로 접견을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치소 변호사 접견의 편의성을 노린 수감자들의 사기에 가깝다. 구치소 변호사 접견은 10분으로 제한된 일반 접견과 달리 시간제한이 없다. 사건 관련 대응을 위해, 접견도 칸막이 없는 장소에서 이뤄진다. 짧으면 5~10분이지만, 길면 수십 분도 편하게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는 피의자·피고인 방어권을 위해 마련된 제도지만, 수감자들이 악용한다는 게 서울변회의 지적이다. 동료로부터 소개를 받았다거나 가족이 추천했다며 ‘만나러 와 달라’고 한 뒤, 사건을 수임할 것처럼 운을 띄우면서 각종 사적인 심부름을 시킨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를 속이기 위해 서울 강남의 빌딩이 있다거나 상장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속여 거액의 수임료를 줄 것처럼 행동한 뒤, 잦은 접견 요구 및 각종 사적 물품을 들여올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만 가능한 ‘꼼수’다. 형이 확정되면 변호사 접견이 불가하기 때문에 일부러 항소·상고를 한 뒤, 변호사들을 새로 선임할 것처럼 불러 접견 시간을 자유시간처럼 활용한다고 한다.
통상적인 형사 사건의 경우 1심에서 4~5개월, 2심에서 3~4개월, 대법원에서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구속된 피의자를 가정하면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은 변호사를 활용해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서류 검토를 핑계 삼아 책을 읽는 것은 양반이고, 음란 서적이나 담배 등 불법적인 물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미 2018년과 2019년에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구치소 ‘접견 피싱’ 주의 및 주요 피해사례 안내”를 전국 회원에게 공지한 바 있다. 변호사협회들은 이미 유료 상담만 할 것을 여러 차례 당부해 왔지만, 변호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료로 접견’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메일을 받은 30대 후반의 개업 변호사는 “사건이 없을 때에는 사무실 운영비용이라도 벌기 위해 한 사건에 수십만 원을 주는 국선 변호사 사건을 맡기도 한다”며 “수천만 원 이상의 수임료를 주는 사건을 선임할 가능성이 있다면 적지 않은 변호사가 무료로 구치소 접견을 가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집사 변호사 늘어날 것” 우려
이런 상황은 매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2000명 가까이 쏟아지다 보니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2021년 1.1건에 불과하다. 2013년 2.05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변호사 수가 늘어난 탓이기도 하다. 2013년 1만 6000여 명이던 변호사는 현재 3만 4000여 명으로, 2~3년 지나면 4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 시장도 성장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대형 로펌이 아닌 개인 변호사들은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소형 로펌을 운영 중인 한 변호사는 “변호사가 혼자 개업을 했을 때 월 500만 원짜리 사건을 2개는 맡아야 세금 30~40%에 사무실 운영 경비 200만~300만 원을 제외한 300만~400만 원을 가져갈 수 있다”며 “문제는 매달 사건을 2개를 수임하려면 한 분야에 전문성을 띄거나 온라인 등에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무료로 사건 상담을 해주지 않으면 아예 오지 않는 의뢰인들도 많아 유료 상담으로 수익을 보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이를 활용한 게 접견용 변호사, 이른바 집사 변호사라는 것이다. 2023년에는 아예 변호사들을 ‘접견용’으로 채용한다는 공고가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징계를 하고 있지만 시장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시장에 쏟아져 나온 직후부터, 변협에서 변호사가 접견권 남용으로 징계를 받는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징계결정일 기준 2017년 18건, 2018년 1건, 2022년 1건, 2023년 2건이다.
대법원에서 2022년 개인업무 처리나 심부름 목적으로 ‘집사 변호사’를 반복적으로 접견한 미결수용자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이런 흐름이 더 강화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대법원은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 최규선 전 유아이에너지 대표가 집사 변호사 6명을 고용해 379회나 접견하며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거나 회사 운영 관련 사항을 전달한 것을 ‘교도관 직무집행 방해’라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죄를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피고인의 접견이 접견교통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한 경우에 해당할 수는 있겠지만, 그 행위가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해 교도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이 방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는데, 이때부터 수감자들 사이에서 ‘변호사 쇼핑’을 핑계 삼아 구치소로 변호사들을 부르는 게 대거 늘었다는 지적이다.
앞선 소형 로펌 대표 변호사는 “몇몇 로펌들은 아예 접견용 변호사를 뽑아 하루 종일 구치소만 다니면서 집사 변호사 역할을 하며 수감자들의 심부름만 하는 경우도 있다”며 “수감자들이 예쁜 여성 변호사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집사 변호사의 대부분은 여성 변호사들인 게 특징이다.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 다 변호사 경쟁이 치열해져, 시간당 변호사 수임료가 낮아졌기 때문 아니겠냐. 수감자들은 이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차리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악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