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간섭 시 기업결합 추가 심사 가능성 제기…지분 경쟁 어려워지자 ‘협력’으로 선회
롯데렌탈은 2022년 쏘카에 처음 투자했을 때부터 전략적 투자자임을 강조하며 쏘카 경영권에 대해 관심을 보여왔다. 당시 롯데렌탈은 최대주주 측에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주는 계약을 체결하고, 대주주 우선매수권 등의 내용이 포함된 합의를 했다. 쏘카 지분 확대를 위해 풋옵션을 최대주주 측에 넘기고, 대주주의 지분 매각 시 먼저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온 것이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8월 대주주 우선매수권을 행사했다. 쏘카 대주주인 SK그룹의 주식 전량 매수 계약을 체결한 것. 이와 맞물려 2018년 쏘카에 투자한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최대주주 측에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최대주주 특수관계자인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소풍)가 재차 롯데렌탈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로써 쏘카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34.95%)와 롯데렌탈(32.90%)의 지분 차이는 2.05%로 좁혀졌다. 롯데렌탈이 110억 원만 사용해 주식을 장내 매수해도 최대주주는 바뀔 수 있었다.
롯데렌탈이 2대 주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했다. 롯데렌탈은 쏘카와 같은 업계 2위인 그린카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쏘카의 2대 주주가 될 경우 카셰어링 시장에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공정위는 지난 1월 31일 “롯데렌탈이 쏘카 주식 19.70%를 취득한다고 해서 쏘카의 지배관계가 형성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업결합을 승인했지만 “△지분 매입을 통한 최대주주 등극 △이사 추가 △경영 참여 등 롯데렌탈이 쏘카에 대한 지배관계와 관련된 변동을 일으킬 경우,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제한 여부를 재심사할 것”이라는 여지를 남겼다. 롯데렌탈이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한 지분 경쟁에 걸림돌이 생긴 셈이다.
모빌리티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롯데렌탈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기 때문에 롯데렌탈의 공격적인 쏘카 경영권 인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롯데렌탈은 지난해 8월 이후 쏘카 경영권 인수를 위한 움직임을 펼치지 않았다. 오히려 최대주주 측이 풋옵션을 한 번 더 행사하면서 지분 1.8%를 넘겨받았다.
공정위의 판단이 내려진 이후 롯데렌탈은 쏘카의 경영권 인수보다 양사 간 ‘협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쏘카가 지난해 96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하면서 기업 가치를 회복할 필요성이 생겼다.
우선 롯데렌탈 측은 최대주주 측에 힘을 실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쏘카는 지난 2월 29일 정기주주총회에 8건의 안건을 상정한다고 공시했다. 이 중 관심을 끄는 것은 △이사 선임의 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의 건이다. 최대주주 우호 세력으로 이사를 선임하고, 박재욱 쏘카 대표에게 총 지분 약 1%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안건들이 포함됐다.
정기주주총회에 상정된 두 건은 롯데렌탈이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대주주 측 우호세력으로 이사진이 꾸려지면 향후 롯데렌탈이 원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임원진에 1%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도 향후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롯데렌탈 측에 불필요한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신규 사외이사진의 선임은 ‘쏘카 2.0’이라는 중장기 성장전략의 실현을 위해 플랫폼 전략을 고도화하고, 재무적인 측면에서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의사결정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스톡옵션 또한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쏘카의 의지로 판단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쏘카의 성장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 협력하며, 시너지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롯데렌탈은 쏘카와 사업적인 협력을 강화했다. 롯데렌탈은 쏘카의 FMS(Fleet Management System) 시스템을 자사 렌터카 25만여 대에 공급할 예정이다. 쏘카 FMS는 차량에 전용 단말기를 설치해 차량 상태와 위치, 외부 환경 등의 정보를 관제 시스템에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쏘카는 IPO(기업공개) 때부터 FMS를 회사를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롯데렌탈과 협력으로 FMS를 더욱 고도화할 수 있는 셈이다.
최대주주 측은 지난해 적자 기조 속 지분 매입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모양새다. 이재웅 쏘카 창업주가 지난해 11월 15일부터 66일 동안 장내 매수로 쏘카 주식 148만 9000주를 사들이면서 14일 종가 기준 2만 650원까지 회복한 것. 당시 쏘카의 주가가 상장을 위한 공모가(2만 5000원)보다 1만 원 넘게 하락한 상황이었다. 당시 장내 매수로 쏘카 이재웅 창업주가 지분을 4.54% 확보하면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약 39.32%)와 롯데렌탈(약 34.70%)의 지분 격차는 4.62%포인트 수준이다.
모빌리티업계 다른 관계자는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성이 둔화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떨어지고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 업계 1위인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쏘카는 카셰어링 업계 1위지만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더욱이 롯데렌탈이 쏘카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공정위 눈치도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