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음식’ 결합 콘텐츠로 틱톡 팔로어 160만 “연구시간 부족해졌지만 고고학 홍보 위해 계속 올릴 것”
햇볕이 내리쬐는 양산의 한 호숫가. 전통 옷을 입은 장양인은 땀을 뻘뻘 흘리며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 옆엔 장양인의 모습을 담으려는 촬영기사가 있었다. 장양인은 “지금 찍고 있는 것은 단편 영화 ‘낚시기’다. 과거 이 호수에서 침몰했던 ‘남해 1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장양인이 ‘음식 블로거’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부족한 연구비 때문이었다. 또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고고학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고민하던 장양인은 고고학 지식을 활용해 음식을 소개하고, 직접 먹는 영상을 찍어서 올리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장양인은 “이란과 러시아 등에서 고고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경비가 부족했다. 단기간 내에 재원 마련을 위해 영상을 찍었다”면서 “고고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도 작용했다”고 했다. 그는 2023년 8월 팀을 꾸려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먹방을 올리기 시작했다.
고고학자인 장양인이 먹방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음식은 서민의 삶과 가장 가깝다. 요식업, 축산업, 농업 등 다양한 산업을 통합하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고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뜻이다. 고고학을 알면 그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을 더욱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SNS에서 장양인은 ‘중국의 고독한 미식가’로 불린다. 일본의 유명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 비롯된 말이다. 장양인이 모자를 쓰고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모습이 ‘고독한 미식가’ 출연자를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이 많다. 이에 대해 장양인은 “난 전혀 고독하지 않다. 음식은 혼자 먹지만 촬영팀과 항상 움직이기 때문이다. 또 식당 주인, 다른 손님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라고 했다.
영상에 나오는 음식점은 촬영팀이 사전에 촬영 허가 및 맛 검증 등을 한 뒤에 장양인이 방문하는 곳이다. 장양인은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먹방은 평소 식사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음식이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먹을 때가 많다”고 했다. 장양인의 먹방은 큰 화제를 모았고, 2023년 12월 기준 30만 명이던 틱톡 팔로어 수는 3월 13일 기준 160만 명으로 늘어났다.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장양인은 유명한 ‘왕홍(온라인상의 셀럽)’이 됐다. 언론 인터뷰가 쇄도했고, 길거리에서 장양인을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사실 나는 사회 공포증이 있다. 연구실에 있는 게 좋아서 교수를 한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누가 나에게 인사를 할까 아직도 걱정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장양인은 “나는 영상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다. 연기에 재능이 없고, 자유롭고 때론 과장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아나운서로부터 발성 등을 전문적으로 배웠다. 시행착오를 많이 거쳤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연기력이 좋아진 것 같다”며 웃었다.
장양인은 “연구할 시간이 부족해졌지만 영상은 계속 찍으려 한다”면서 그 이유를 들려줬다. 먹방으로 인해 자신이 유명해졌고, 그 덕분에 고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장양인은 “내 영상을 본 많은 학부 졸업생들이 나와 고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왔다”고 했다.
장양인은 “예전에는 수업할 때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본다거나 다른 짓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집중도가 높아졌다. 또 청강을 하는 타전공 학생들도 늘어났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없던 일들이다. 고고학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것만으로 먹방은 성공했다고 본다”고 했다.
장양인은 고고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장양인은 “고고학이라는 학문은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는 지루함을 의미한다.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까지 장기간의 힘든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 영상에서 보이는 것처럼) 흥미롭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양인은 현재 16명의 대학원생을 데리고 있다. 이들과 함께 중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틱톡 영상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수익이 발생했고, 이는 연구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또 장양인은 동료 교수들의 연구비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양인은 앞으로도 먹방을 계속 촬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난징 일부 지역의 음식만 소개했다. 이젠 쑤저우, 상하이, 지난 등 다양한 지역의 음식을 먹을 예정이다. 또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음식도 먹고 싶다. 내가 연구하는 러시아, 이란과 같은 국가에서도 먹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배경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