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간호조무사 자격 소지자였다” 법조계 “그것도 처벌이 원칙”…PA 간호사 역할 확대가 영향 미칠지 주목
2021년 경찰의 내사로 시작된 서울 서초구의 관절 전문 Y 병원에 대한 검찰의 사법 처리가 늦어지는 핵심 지점이다. 압수수색 등 수사 끝에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1년 6개월이 넘도록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검찰 인사로 담당 검사가 바뀌고, 이 때문에 Y 병원장을 두 차례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는 진행됐지만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의료계에서 병원 소속이 아닌 협력업체 직원들을 수술 보조로 쓰는 것은 관행 같은 문제였다고 얘기한다. Y 병원은 이에 더해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는 협력업체 직원만 수술실에서 보조로 썼다’며 항변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간호조무사 수술 참여는 처벌이 원칙이었던 사안’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최근 불거진 의사 파업으로 정부가 PA(진료보조) 간호사의 역할 확대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찰 첩보로 시작된 수사 결과는?
Y 병원 관련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 병원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유통업체 영업직원들을 병원에 상주 시키고, 이들을 수술에 참여토록 한 것 △ 제한적으로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의료기술을 허가받은 기간 외에도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의료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협력업체 영업직원들의 수술 참여다. 관련 의혹을 첩보로 입수한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2021년 8월부터 Y 병원과 협력업체를 세 차례 압수수색했고, 2022년 7월 Y 병원장을 비롯한 관계자 16명을 보건범죄단속법·의료기기법·의료법 등의 위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 직원들이 2017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Y 병원장과 의료진을 도와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절골술 등 모두 1만 3479건의 수술에 참여했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병원이 13억 원이 넘는 이득을 취했다고 봤다. 실제로 당시 수술에 참여한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 등에서 “수술방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실제로 병원 홍보를 위해 대리수술 장면이 지상파 방송에 고스란히 노출된 적도 있다.
의료계는 오랜 관행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개업의는 “수술실 기계사용 난이도에 따라 수술방에 협력업체 직원을 한 번 부르는 것은 흔하고, 암 수술처럼 어려운 것은 서너 번도 부를 수밖에 없다”며 “기계를 더 잘 작동하기 위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결국 이런 과정에서 기계 조작 외적인 부분들, 단순한 봉합이나 석션(병원에서 수술 등의 행위를 할 때 사용되는 가래나 혈액 등을 흡입해주는 기계) 같은 역할을 맡기는 것도 관행 같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매스컴에도 여러 차례 노출된 바 있을 정도로 국내에서 알아주는 관절 전문의인 Y 병원장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대형로펌을 선임해 적극적으로 변론했다. “협력업체 직원이 수술 보조로 참여한 것은 맞지만, 모두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는 직원들이고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없으면 아예 수술실에도 못 들어오게 했다”면서 “수술에 참여해 한 일도 석션 등 단순한 보조 행위”라고 주장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도 검토의견서를 통해 “(Y 병원 케이스는) 단순 진료 보조행위로 수술 결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개연성은 매우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현행 의료법상 간호조무사라 하더라도 수술 주도는 불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PA 면허는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명칭을 따왔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 의료법 제2조에 따르면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제한되기 때문에, 간호조무사의 보조 업무는 법적 사각지대에 있다.
Y 병원 사건은 불법 파견에 해당할 수도 있다. 제보자들 주장처럼 직원들이 상시 대기해 수술에 동원됐다면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이에 대해 Y 병원장은 “의료기기 사용법 관련해 참여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수술 보조 역할을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 대형로펌 대표 변호사는 “간호조무사는 수술방에 들어가는 일련의 행위가 다 처벌 대상이었고 그 때문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갈등이 있었던 것 아니냐”면서도 “Y 병원 사건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협력업체 직원이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처벌대상이라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다만 최근 정부에서 간호사가 아닌 PA(진료보조) 간호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어서 검찰의 판단이 달라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간호조무사 자격증만 가지고 수술에 참여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고 이를 처벌한 경우는 많다. 거꾸로 협력업체 직원 자격으로 들어가서 기계 관련 수술 보조를 했다면 이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며 “그럼에도 1년 넘게 사건 결과를 처분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다만 다소 이례적으로 사건이 지연되는 것”이라며 검찰의 빠른 처리 필요성을 지적했다.
#‘무자격 줄기세포 시술’ 의혹은 무혐의
Y 병원의 ‘무자격 줄기세포 시술’ 의혹은 검찰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까지 했지만, 경찰의 두 차례 무혐의 처분으로 사건이 끝났다. Y 병원은 ‘근골격계 질환에서의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술’을 개발했는데, 보건복지부로부터 대체 치료법이 없는 질환이나 희귀질환에 대한 치료 기회를 확대하는 케이스로 조건부 승인을 받아 3년 동안 비급여로 기술을 시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2018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였는데, 2021년 4월 이후에도 시술을 이어갔다는 의혹이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Y 병원을 한 차례 압수수색한 끝에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불송치했다. 경찰 측은 “의사가 학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료시술을 할 수 있다”며 의사의 재량권을 인정했다. 검찰이 이에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사용범위를 벗어난 환자로부터는 시술 비용을 받지 않았다”며 의사 재량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다시금 무혐의 처분을 했다.
관련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은 “경찰이 의사의 재량권을 인정한 것은 존중하지만,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관련된 보험 처리 기록을 제대로 전수조사 했는지, 이를 통해 비급여 이득 취득 부분을 제대로 확인했는지 아쉬움은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Y 병원장은 “경찰이 관련된 기록을 모두 가져가 모두 설명했고 이를 토대로 무혐의가 나온 것”이라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