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조정 가능성 크지만 장기 우상향 전망…엔저·강달러 시기 미국보다 일본 투자 유리”
닛케이 지수는 일본 간판 기업들의 주가지수로 미국 S&P 500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규모가 큰 기업이 많은 만큼 수출 기업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증시 호조세와 함께 일본 경기도 인플레에 접어들면서 3월 19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했다.
일요신문은 2023년 8월 ‘[인터뷰] “가치투자자 기회의 땅” 한국 출신 일본 증권사 직원이 본 일본 투자’를 통해 일본 주식 매력과 투자 포인트를 짚어본 바 있다. 보도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일본 증시와 개별 주식 투자 관심이 더 고조되는 상황이다. 소위 ‘일학개미’(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개미 투자자)가 늘었지만, 여전히 일본 주식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일요신문은 필명 ‘히비야’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증권사 직원인 A 씨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만나 큰 폭으로 오른 닛케이 지수에도 일본 증시가 여전히 투자 매력이 있는지를 들어봤다. A 씨는 닛케이 지수 투자는 단기적으로는 조정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고, 대신 아직 빛을 보지 못한 개별 주나 달러 대비 엔화가 강해지면 수혜를 입을 종목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해 보길 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요신문 인터뷰 이후 일본 주식이 대폭 올랐다. 닛케이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빠른 속도로 크게 오를지 예상했나.
“예상하지 못했다. 오르더라도 2024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미국 금리인하 이후로 예상했다. 또한 2024년 3월 일본 마이너스 금리 해제가 예상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빠르게 오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주변에 일본 투자자가 많은데 많이 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인터뷰에서 일본 반도체와 후공정 분야, 로봇 분야 등을 추천했다. 이번 상승장에 가장 크게 오른 섹터였는데, A 씨 개인적으로도 수익을 충분히 거뒀나.
“2023년 하반기는 주식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 가장 크게 이익을 거둔 기간이 됐다. 다만 과도하게 올랐다고 생각해 최고점 한참 전에 일부 주식을 매도했다. 그 이후 일본 반도체 섹터가 한참 더 상승을 이어가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가장 많은 수익을 준 섹터는 역시 반도체 관련 섹터와 콘텐츠 관련 섹터였다. 또 방산 관련주인 미쓰비시중공업 역시 큰 수익을 안겨줬다.”
―닛케이 지수 상승에 반도체 섹터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닛케이 중에서도 일본 반도체 섹터를 두고 계속 오른다는 쪽과 거품이라는 쪽이 나뉘는 양상이다.
“현재 닛케이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와 엔비디아 영향을 크게 받은 일본 반도체 회사들이 시세를 견인했다고 보면 된다. 즉 단기적으로 반도체 회사들 시세가 어떻게 되는지가 중요해진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최근까지 반도체 관련 주식들이 많이 오른 상태이고 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엔고 유턴 요인이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조정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역시 우상향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 반도체 장비와 반도체 소재 관련 회사는 나름의 강점이 있고, 일본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는 글로벌 회사도 많다. AI 시대에 돌입한 만큼 반도체의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고, 일본 역시 반도체 산업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이 될 것이다. 단, 반도체 관련 주식들은 사이클을 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세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
―현재 엔비디아를 비롯해 미국 반도체 산업이 뜨겁다. 일본 반도체 업계는 기초 소재 등이 강하고 TSMC가 일본 공장을 짓는 호재도 있다. 미국 반도체 투자와 일본 반도체 투자 하나를 선택한다면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나.
“사심을 조금 넣자면 일본 반도체 주식 투자가 더 좋다고 본다. 한국 반도체 주식에 투자하는 분들은 일본의 반도체 관련 회사들에 대해서도 정보 접근이 쉽다. 또한 미국 반도체 회사에 비해 저평가된 일본 반도체 회사들이 많기도 하다. 환율 등을 고려해 봤을 때도 미국보다는 더 좋은 투자처라고 생각한다.”
―원·엔 환율이 100엔 당 890원대를 밑돌고 있는데 투자의 기회라고 생각하나.
“현재 엔저는 일본이 지속해 온 대규모 금융완화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면 된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였고, 미국은 최고 금리 구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2024년 일본은 3월에서 4월 일본은행 회합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전망이 강하게 관측되고 있다(인터뷰 이후 일본은행은 3월 19일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다). 미국 역시 올해 금리를 세 번 내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으로 미국과 일본 금리 차이는 더욱더 좁아질 전망이고 이는 완만한 엔고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원화를 엔화로 환전하기에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 언론에서도 현재 일본 경기에 비해 주식시장이 과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알고 있다. 현지 반응은 어떤가.
“일본 내에서도 ‘경기가 이렇게 힘든데 주식시장이 뜨겁다’는 여론이 많다. 일본 내에서는 고환율 때문에 수입 물가가 오르는 등 임금 대비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일본에서 살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또한 닛케이 종목들이 수출 기업인데 도요타자동차 등이 고환율로 인해 수출에 매우 유리해진 측면이 있어, 이들 수출 기업들이 호조를 보이는 점도 있다. 실제로도 과열됐다고 느낀 건 닛케이가 4만을 돌파했을 때 노년층의 주식에 대한 전화 상담이 급증하면서다. 과열 여파인지 3월 닛케이가 최초 4만 돌파 이후 주식시장이 쉬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약간의 조정을 거치면서 지수는 우상향하는 것 같다.”
―닛케이 지수가 급격히 올랐는데 신규 진입할 만한 종목이 여전히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최근까지 중국이 심각했던 경제침체에서 약간 회복을 하게 되면서 관련주들이 상승하게 됐다. 그동안 중국 경기침체로 빛을 못 봤던 종목들, 예를 들어 산업로봇 관련주 등이나 향후 엔고 진행으로 수혜 입는 주식 등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엔저 시기 원재료 수입 물가로 인해 어려웠던 과자나 식품 관련주, 일본 100엔숍 등에 관심이 있다. 결국에는 엔고가 온다는 게 기정사실이라는데 투자 아이디어의 바탕을 두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 의약품 섹터가 소외됐었는데 미국이 금리를 내리게 되면 의약품 회사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아직은 공부하는 중이다.”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일본에서도 약 10년 전부터 거버넌스 개선 작업이 진행됐다고 알려졌다. 일본주가 상승에 거버넌스 개선이 영향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한국이 배울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
“과거와 비교해 보면 일본 회사들이 대체로 주주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주식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 ‘주주우대’라는 걸 했다. 주주우대는 주식을 사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인데, 이런 회사를 정리한 카탈로그가 따로 있기도 했다. 예를 들어 오리엔탈랜드(일본 디즈니랜드) 주식을 사면 디즈니랜드 티켓을 집으로 보내준다. 철도 회사 주식을 사면 열차 티켓을 할인받을 수 있었다. 최근에 거버넌스 개선 작업이 진행되면서 기본적이면서 상식적인 일들이 도입됐다. 이익이 많이 나는 회사들에 대해 배당을 증액하고,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고, IR(투자자를 위한 정보 제공)에서 주주들과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 등이 있다. 이런 활동은 기본적으로 일본 기업 기초 체력이 좋아져서 할 수 있게 된 점도 있다. 한국도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물적분할과 쪼개기 상장 등을 줄이고, 회사 성장에 크게 집중하는 기업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최근 국내에서는 엔화로 미국 국채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엔화는 지금 저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미국 금리 역시 거의 고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금리가 높을 때는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맞고, 엔화가 저점이면 환전하는 게 맞다. 이런 점을 결합한 좋은 투자인 것 같다. 다만 금리차로 인한 환 헤지 비용 등도 고려해야 하므로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일본 주식에 악재가 있다면 어떤 이벤트가 있을 수 있나.
“일본은 점차 금리를 조금씩 올리려고 한다. 염려되는 부분은 물가가 오르는데 경기도 나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본은 과도한 채무 때문에 구조적으로 기준금리를 크게 올릴 수가 없는 나라다. 이 점이 물가를 잡기 힘들게 한다. 일본 정책 변화로 일본 회사들이 엔저 수혜를 보기 힘들고, 고물가로 기업들의 가격 전가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된다면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
―흔히 미국 장은 불패이므로 S&P 500 혹은 나스닥을 장기적으로 꾸준히 사라는 말이 있다. 이런 격언이 30년 동안 전고점을 돌파하지 못했던 일본 시장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앞으로 일본 증시는 잃어버린 30년과는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일본 기업의 기초체력도 매우 강해졌고 경쟁력도 좋아졌다. 또한 주주 친화적인 회사들과 일본에 관심을 가지는 외국인 투자자들과 행동주의 펀드들도 늘어났다. 일본의 경쟁력 있는 산업 및 섹터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 주식 투자가 늘어나면서 한국인의 일본 주식 투자 금액이 약 2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한국인의 일본 투자 붐이 혹시 체감되나.
“실제로 체감이 된다. 내가 운영하는 단톡방에서도 2023년 상반기에 비해서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 주변에서도 일본 주식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조금 더 늘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도 세계 속에서 독점적인 기술을 가진 경쟁력 있는 주식들이 있고, 훌륭하게 성장하는 주식들이 많기에 많은 분이 일본 주식에 관심을 가져서 엔화 벌이를 하셨으면 좋겠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