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과 상처 통해 전파되지만 감염 위험 높지 않아…질병청 “개인 감염예방수칙 준수가 더 중요”
한편 일본에서 퍼진 STSS가 주변 국가에 미치는 파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 STSS 확산 소식이 전해진 3월 20일 국내 주식시장은 들썩였다. 특히 STSS 관련주로 분류되는 국제약품·경남제약·수젠텍 등은 이날 상한가로 마감했다. 북한은 ‘악성 전염병’을 이유로 3월 26일 평양에서 예정된 일본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여기서 악성 전염병은 STSS를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여행 취소해? 말아?
STSS는 화농성 연쇄상구균(A군 연쇄상구균)이라는 박테리아에 의해 감염된다. 연쇄상구균은 비말, 신체 접촉, 손발 상처 등을 통해 전파된다. 감염자는 고열, 인후통, 충혈된 눈, 설사 및 근육통 등을 호소하며 일부는 의식이 혼미해질 수 있다. STSS의 치사율은 최대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본에서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 STSS 진단을 받은 50세 미만 환자 65명 가운데 21명이 사망했다. 올해 들어 1~2월 사이 일본에서 STSS 확진 사례는 총 378건으로 집계됐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 관광이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3월 19일 발표한 2월 방일 외국인 통계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81만 8500명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2023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2507만 명 중에서도 한국인은 28%에 해당하는 696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2024년 1월에도 방일 한국인은 85만 7000명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STSS 확산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서는 전염병 공포로 일본 여행 계획을 재고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 아무개 씨는 “당장 다음 주에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STSS 관련 기사가 쏟아지니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일곱 살 딸과 오사카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밝힌 30대 여성은 “여행을 취소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현지에 거주하는 교민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하다. 도쿄에 거주 중인 한 30대 남성은 “한국 기사를 보고 STSS 소식을 알았다. 발병률이 매우 낮다고 들었는데, 일본에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면서 “아마 (STSS 감염으로 죽는 것보다)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에 거주한다고 밝힌 누리꾼은 “STSS는 흔히 요렌킹(용련균)이라고 하는데 원래 아이들이 주로 걸리는 병이지만 최근에는 어른들도 감염되는 사람이 꽤 있다고 한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일본 방문 시 마스크는 착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질병관리청(질병청)은 STSS에 대해 지나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해외 여행객들은 과도한 불안과 우려보다는 감염예방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며 “고위험군은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의료기관에 방문해달라”고 전했다. 실제로 아직까지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STSS로 인해 해외여행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일본 여행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약자의 경우 치명률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손 씻기 등 감염예방수칙을 준수해 STSS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만약 증상이 생길 경우 빠르게 치료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세균성 감염이기 때문에 항생제만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 유행 가능성 “매우 낮아”
질병청에 따르면 STSS는 국내에서도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질환이며 건강한 성인이라면 감염 위험은 높지 않다. 특히 질병청은 STSS의 국내 유행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STSS의 국내 유행 가능성은 동일한 원인병원체로 감염되는 성홍열의 추이를 주목하면 된다”면서 “2급 법정감염병(발생 또는 유행 시 24시간 이내에 신고하고,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으로 지정된 성홍열은 코로나19 유행 이전 대비 매우 낮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STSS의 국내 유행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말했다.
다만 질병청 관계자는 “STSS 감염 시 대부분은 고열, 인후통, 설사, 근육통 등 일반적인 인플루엔자(감기) 감염 때와 같은 경미한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에 수술을 받아서 상처가 있거나 65세 이상 고령층 등 고위험군의 경우 드물게 저혈압, 다발성 출혈, 쇼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병 관리에 100%는 없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의료계에 주의를 당부해 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재훈 교수는 “STSS는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와 굉장히 다른 형태의 질병이며 팬데믹(대유행)과는 거리가 멀다. 팬데믹은 사람 간 접촉으로 인한 전파가 일어나야 하는데 STSS는 사람과 사람 사이 감염 능력이 거의 없다. A군 연쇄상구균 자체가 독성이 조금 더 강한 상태로 변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게 수백, 수천 건의 감염 사례로 나타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 역시 “STSS를 유발하는 ‘원인균’이 문제이지 중증화 단계인 STSS만을 두고 무리한 공포감을 느낄 수준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STSS는 사람 간 접촉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한다. 다만 CDC는 “STSS를 유발하는 연쇄상구균의 박테리아 전파는 매우 쉬우니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오타 킨타로 코베대 감염증내과 교수는 “(STSS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처럼 국외에서 유입된 새로운 형태의 병원체와 달리 전세계 어디에서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반 연쇄상구균에 감염이 되고 이 바이러스가 악화해 신부전, 급성 호흡 곤란, 의식 장애 등 심각한 증상을 초래할 수 있는데 이것이 STSS”라며 “처음부터 STSS에 감염되거나 발병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라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