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갑 ‘실무 강조’ 이광재 vs ‘높은 인지도’ 안철수…분당을 ‘찐명’ 김병욱 vs ‘찐윤’ 김은혜 박빙
#분당갑, 엎치락뒤치락 지지율
3월 21일 오전 10시 이광재 후보 캠프는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외투를 입은 운동원들이 분주히 칸막이를 손보거나 자리를 치우고 있었다. 벽에는 ‘실력은 이광재’라는 문구와 이 후보의 얼굴이 있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캠프 내부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10년 넘게 이 후보와 일했다고 밝힌 캠프 핵심 관계자는 “첫 여론조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괜찮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BC와 UPI뉴스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3월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48%)가 안 후보(44.8%)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관계자는 아직은 역전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상승세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관계자는 선거 유세에 따른 이 후보의 인지도 상승,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 등이 반전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선거운동원들이 하는 말이 있다. 지지율이 낮으면 현장에서 손잡기가 어렵다고 한다. 캠프 운동원들이 (이 후보가) 처음 왔을 때는 10명 중 3명 손을 잡아줬다면, 지금은 6명은 호응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2010년 강원도지사 선거 때부터 함께했다는 캠프 또 다른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 후보 측은 실무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관, 국회의원, 강원도지사, 국회사무총장 등을 두루 거쳤다. 이 관계자는 “(이 후보는) 인맥이 넓다. (실무) 경험도 많다. 어떤 이슈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자원들이 많다. 일을 잘 한다”고 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들은 분당구 상인회 등 지역 단체들이 주최하는 초청 간담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시민들을 만날 수 있고, 실무 능력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 측은 안 후보에게 간담회에서 정책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고 있지만, 안 후보가 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10시경에는 두 후보 사이에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두 사람은 선거 후보 등록을 하기 위해 분당구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았다. 사진 기자들이 먼저 도착한 이 후보에게 안 후보가 조우하는 장면을 연출해 달라고 부탁했다. 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이 후보는 안 후보를 기다렸다. 앞서의 이 후보 측 관계자는 “30~40분 정도 기다렸다. 김은혜 후보하고 안철수 후보가 나란히 접수하러 들어왔다”며 “김은혜 후보는 악수했는데, 안철수 후보는 그냥 지나갔다”고 말했다.
“박빙 지역구가 아니라 관심 지역구다.”
3월 21일 오후 1시 30분 안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캠프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선거 베테랑으로 꼽히는 이 관계자는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안 후보의 높은 인지도, 분당갑 지역의 보수 우위 판도, 현역 프리미엄 등을 이유로 안 후보가 우세하다는 구도는 깨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최근 이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앞선다고 나온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조선일보·KBS·MBC·YTN·JTBC 등 주요 언론사가 했던 (분당갑) 여론조사에서는 한 번도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뒤진 적 없다”며 “유독 (‘여론조사꽃’과 KBC) 조사만 (튀는 결과가) 나왔을까”라며 “(이 기관들은)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여론조사도 굉장히 중요한 지표지만, 과거 선거 분석도 중요하다”며 “경기도는 전반적으로 판세가 어려운데, 유독 강세인 지역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분당”이라고 했다. 다만 ‘이종섭 호주 도피 논란’ ‘김건희 여사 뇌물수수 의혹’ 등 대통령실발 악재 때문에 분당도 쉽지 않은 지역구가 됐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이 이 후보를 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선거전략 차원에서 보면 선발주자는 굳이 후발주자의 말을 따라줄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토론회에 대해서는 선관위에서 후보자 토론회를 한다. 그것도 강제성은 없지만, 토론회에서 지역 현안을 다 다루게 된다”며 “(초청 간담회는) 원칙적으로 기조를 정했다. 어떤 간담회든지 간다. 주민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양쪽 후보들을 다 불러다 놓고 토론회를 하는 것은 선관위 토론회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 분석대로 분당갑은 수도권에서 대표적인 보수 텃밭 중 하나로 꼽히는 지역이다. 16대 총선부터 2022년 재보궐 선거까지 총 7번의 선거에서 보수진영 후보가 6번 승리했다. 2022년 재보선에서는 안 후보(62.5%)가 민주당 후보인 김병관 전 의원(37.49%)을 25%포인트(p) 차로 따돌렸다.
여론조사는 엇갈리고 있다. 매일경제·MBN이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3월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지지율 45%를 기록해 안 후보(44%)를 1%p 앞섰다. 같은 날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의 지지율은 45%로 이 후보(40%)를 5%p 차로 앞섰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분당을, 20대 표심이 관건
‘찐명’ 김병욱 후보와 ‘찐윤’ 김은혜 후보가 맞붙은 분당구을의 여론도 초박빙 양상이다. 앞서의 KBC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역인 김병욱 후보가 49.4%로 도전자인 김은혜 후보(44.3%)를 앞섰다. 3월 21일 KBS 여론조사에서는 김은혜 후보가 42%로 김병욱 후보(40%)보다 2%p 높았다.
보수 지지자라고 밝힌 60대 남성 택시기사는 “전에는 손님들과 정치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안 한다. 정치에 크게 실망했다”며 “선거는 국민의 권리지만, 투표장에 나갈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래도 대통령을 뽑았으면 뜻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앞세운 정권 심판론보다는 국민의힘의 정권 안정론을 더 지지한다는 의미였다.
20대 채 아무개 씨는 “(보수적인 어른들이) 정치 이야기를 안 하신다. 보수가 유리할 때는 계속하시던 분들이 조용하다. 최근 용산발 악재 때문만이 아니라 (윤 대통령 당선 이후) 2년 동안 계속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채 씨는 “김은혜 후보는 안 뽑을 거다. (바이든·날리면 같은)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그 사람을 뽑으면 안 된다”며 “분당은 보수 밭이긴 한데 인물도 많이 본다. 인물 안 봤으면 지금 국회의원(김병욱)이 계속할 수 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자역 인근 김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관계자는 “김 후보는 재선 국회의원이다. 금곡 스포츠센터 개관 등 지역 민원 관련 일을 많이 했다. 일을 많이 했다는 점을 주민들이 인정해 주는 것 같다”며 “인지도는 김은혜 후보가 좀 더 있다. 그래도 지역에서 일을 했다는 것을 인정받는 것 같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면 안 되는데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어르신들은 보수세가 강하니까 국민의힘을 더 많이 지지한다. 30~50대는 (김병욱 후보 쪽이) 더 유리하다고 본다. 20대 지지율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실발 악재에 관해서는 “(현장에 가보면) 손을 잡고 당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 문제가 많다고 한다”며 “(이종섭 호주 대사의 경우) 국민들이 볼 때는 도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부분들이 영향이 컸던 것 같다”고 전했다. 김병욱 후보 캠프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보수적인 동네에서 살고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무조건 국민의힘 편이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은혜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정자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미금역 근처에 있었다. 오후 4시경 찾은 선거사무소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관계자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한 관계자는 사전에 질문지를 보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김은혜 후보 선거사무소 인근에서 만난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밝힌 70대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성남시장을 했던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의혹 때문에 화가 난다. 내 또래 주민들도 다 비슷한 분위기다. 대기업 다니는 40대 아들도 민주당 권리당원이었다가 (의혹이 나온 다음) 국민의힘으로 돌아섰다. 지금 보수진영에서 문제가 많이 터진다고 보도가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 문제도 결국 밝혀진 것 없이 의혹만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분당은 아무리 뭐라 그래도 보수적인 동네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