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서울·에어부산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 못해…조종사 이탈 가속화 등 회사 상황 우려 가중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간 임단협 협상이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조종사들과 협상을 이어왔지만 합의안 마련이 밀리고 있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은 당초 △기본급+비행수당 13% 인상 △국제선 이착륙비신설 △대형기전환지연 특별수당 △복귀편 지연수당 △레이오버(24시간 미만)팀 개선 △국제선 퀵턴(비행 직후 복귀) 수당 인상 △연한 수당 등 비행 관련 6가지 수당을 제시했다. 사측은 ‘기본급+비행수당 5%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임금인상 외 비행 관련 수당 항목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조종사들은 △기본급+비행수당 9% △안전장려금 100% △앞서 제시한 6가지 수당 일부 축소안 등을 제시하며 원래 요구 내용의 일부를 수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본급+비행수당 6.5% 인상안 △안전장려금(기본급 100%) 지급안 등을 제시하면서, 다만 비행 관련 수당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임단협이 지연되자 자회사인 에어서울·에어부산 조종사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아직 제대로 된 임금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한 데다 조종사들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서울·에어부산의 임단협은 통상 아시아나항공 임단협이 끝난 뒤 시작된다. 다만 에어부산은 최근 내부 인원의 이탈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조종사들의 요구로 28일 양측 간 교섭이 열렸다. 이 자리는 임금협상보다 인원 이탈 가속화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어부산은 이달 말에만 비행기 부기장 8명이 사직서를 냈다. 에어부산의 한 조종사는 지난 26일 기자와 통화에서 “얼마 전 부기장 10명이 추가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총 18명이 6월 말까지 퇴사할 예정”이라며 “기장들도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에어서울의 경우 비행기 기장 44명 중 6명이 이달 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서울의 한 조종사는 “다수 부기장들도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임단협이 타결되기 전까지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협상이 어려운 구조”라며 “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져 인원 이탈이 가속화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에어서울·에어부산 조종사들은 아시아나항공 임단협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 실적을 달성했지만 아시아나항공 임단협 결과가 중요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매출은 전년(5조 6300억 원) 대비 16% 오른 6조 5321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7335억 원) 대비 45.3% 감소한 4006억 원을 기록했다.
에어서울은 지난해 매출 3109억 원으로 전년(1610억 원) 대비 107% 올랐고, 영업이익은 710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20.7%로 국내 항공사 중 영업이익률 1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에어부산 매출은 8904억 원으로 전년(4050억 원) 대비 119.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98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역시 역대 최고 실적이다. 에어서울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항공 임단협 결과가 영향을 줄 것이란 생각 정도만 하고 있으며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에어부산의 시선은 임금인상 등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KDB산업은행(산업은행)에도 쏠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21년 금호아시아나그룹 해체 이후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하에 엄격한 재무통제를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임금은 2019~2021년 동결된 후 2022년 2.5% 소폭 인상됐다.
산업은행이 올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기본급·수당 인상 요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이 1500%를 웃도는 상황에서 기본급·수당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과 인수합병(M&A) 작업이 얼마 남지 않은 아시아나항공의 일반 직원뿐 아니라 조종사들은 대한항공 수준의 처우 개선을 원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 입장에선 대한항공에 인수되기 전 몸값을 올려야 (대한항공과 합병 이후) 이를 기본으로 해 임금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시아나항공 임금인상률을 기반으로 자회사들의 임금인상률을 책정하면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이 역으로 자회사들의 매출과 자회사별 조종사 비행수당 등을 고려해 자사 조종사들과 협의하고, 자회사들에도 불만이 최소화될 수준의 (임금) 가이드라인을 책정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