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의 HMM 인수 추진 당시보다 낮아…주주환원 정책 등 영향, ‘양재동’ 관련 추측 나돌기도
#‘HMM 인수 철회’ 호재 안 먹히네
하림그룹의 HMM 인수 철회는 팬오션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하림그룹은 당시 6조 4000억 원의 HMM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팬오션에 수조 원대 유상증자를 추진하게 할 계획이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팬오션이 3조 원대 유증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HMM 인수 계획이 무산되면서 팬오션 주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고, 주가도 급반등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팬오션은 HMM 인수 포기 소식에 한때 주가가 5000원을 넘겼지만 현재는 HMM 인수 추진 당시보다 더 낮은 4000원 안팎에 거래 중이다.
팬오션은 주주환원에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팬오션은 2015년 이후 자사주 취득에 소극적이다. 팬오션이 2015년 자사주 일부를 취득한 적이 있지만 이는 출자전환 오류로 초과 발행된 주식을 재매입한 사례다. 주주환원이나 임직원 보상 등을 이유로 자사주를 취득한 적은 없다.
배당도 부실하다. 팬오션은 최근 3년간 배당금으로 주당 100원, 150원, 85원을 책정했다. 주주환원에 소극적이다 보니 기관투자자도 별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팬오션 지분 6.70%를 보유하고 있을 뿐,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요 투자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팬오션 주식도 10만 4569주(0.02%)에 불과하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하림그룹이 팬오션 유상증자를 통해 양재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말 양재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에 대한 서울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양재첨단물류단지 사업은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일대에 지상 58층, 지하 8층 규모의 첨단물류시설과 상류시설(상적유통시설), 지원시설 등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규모는 8만 6000㎡(2만 6015평)에 달하고, 총 사업비는 6조 8000억 원이 넘는다.
하림그룹 측은 연내 양재첨단물류단지 사업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2016년 부지를 매입한 이후 사업 진행을 위해 서울시와 잇따른 소송을 벌였다. 조건부 승인을 받은 만큼 앞으로는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자금 여력이다. 하림그룹 계열사 중 해당 사업 규모를 감내할 수 있는 곳은 팬오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하림그룹 계열사 중 팬오션만 시가총액이 2조 원대다. 하림지주와 (주)하림의 시가총액은 각각 7000억 원, 3000억 원대에 그친다. 그 외 계열사는 모두 1000억 원대거나 그 이하다.
팬오션은 과거에도 본업과 무관한 하림USA에 투자한 바 있다. 하림USA는 2021년에만 당기순손실 328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하림USA의 자본총액이 마이너스(-) 35억 원이 되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때 팬오션은 하림USA에 308억 원을 수혈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팬오션은 HMM 인수를 추진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다”며 “다만 하림그룹 측은 팬오션을 통한 물류단지 개발 가능성에 사실무근이라고 답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팬오션 관계자는 “(양재첨단물류단지 사업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며 “주주환원 관련해서도 현재로는 배당 외에 추진 중인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사업 육성은 어떻게?
팬오션의 실적이 개선되면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하림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팬오션은 내부적으로 컨테이너사업 육성을 고민 중이다. HMM 인수가 무산됐으니 어쩔 수 없이 자체적으로 육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팬오션 컨테이너사업부는 수년째 흑자를 거두고 있다. 팬오션 컨테이너사업부는 한국~일본, 한국~중국, 한국~동남아시아(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근해노선 위주로 영업한다. 이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벌어들이는 이익도 크지 않다. 실제 팬오션 컨테이너사업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0억 원에 불과했다. 팬오션 전체 영업이익 3859억 원의 2.35% 수준이다.
그러나 사업 확장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컨테이너는 유력 선사들과 동맹을 맺어야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구조다. HMM도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서 독일 하파그로이드가 탈퇴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팬오션 또한 유력 주자의 손을 잡지 않는 이상 근해노선 위주로 영업할 수밖에 없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기업이 대주주라 그런지 지나칠 정도로 보수적으로 경영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실적이 BDI지수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주식시장에서 매력 없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팬오션 관계자는 “컨테이너 사업 확장 관련해 공식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