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불가 결정’ 기장에게 운항기술공시 조항 삭제 후 문책…티웨이항공 “내용 명확하려 잠시 내렸다 수정”
LCC(저비용항공사) 업계 3위였던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연 매출액 1조 3488억 원을 기록하며 2위 자리로 올라섰다. 이러한 성과에도 티웨이항공은 항공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웨이항공이 항공기 안전 운항을 위해 당사 운항기술공시를 근거로 국제선 여객기의 ‘운항불가’ 결정을 한 기장에게 징계를 내린 사실이 드러나서다.
대구지방법원(재판장 김태균)은 지난 3월 26일 티웨이항공의 A 기장에 대한 징계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결정하며 "비행안전과 관련해 징계나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해당 기장과 회사 측은 징계의 적절성을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법원 결정문을 종합하면, 지난 1월 2일 티웨이항공 A 기장은 베트남 캄라인국제공항에서 이륙하려던 중 항공기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브레이크 패드의 마모 상태 지표인 ‘인디케이터 핀’의 길이가 '티웨이항공의 운항기술공시' 기준치였던 1㎜에 미달한 것이다. A 기장은 운항불가를 결정했다.
티웨이항공은 이후 1월 19일 A 기장에게 '정직 6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티웨이항공은 해당 항공편에 대체기를 투입했고, 지연 운항으로 인한 추가 비용 발생과 승객 피해, 상당한 신뢰도 하락의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이에 불복한 A 기장이 지난 2월 1일 재심을 신청, 정직 5개월로 감경됐다.
취재 결과, A 기장이 '운항불가' 결정을 내린 근거로 사용한 운항기술공시 규정 조항을 티웨이항공 측이 A 기장에 정직 처분을 내리기 직전 일시 삭제한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해당 규정은 A 기장 징계 처분 후 수정돼 올라왔다. 항공사 기술운항공시는 각 항공기 회사에서 기준으로 하는 안전 규정을 근간으로 항공사 측에서 정리한 운항관리 조항으로 '강행규정'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운항기술공시는 회사의 지침이다보니 수정하거나 삭제해도 불법은 아니지만, A 기장에게 징계를 내리기 전에 삭제했다는 것은 A 기장을 징계하기 위해서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해당 규정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내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임시적으로 내렸던 것"이라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권고 기준에 따르도록 수정해 올렸다"고 설명했다. 한 법률 전문가는 "운항기술공지는 항공기 제작사(보잉)의 정비 매뉴얼보다 선행한다(강행규정)고 볼 수 있다"며 "운항불가 사건 이후 티웨이항공에서 운항기술공지를 수정했어도 A 기장이 운항불가 결정을 내렸을 당시엔 사측 운항기술공시가 유효했을 때"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운항기술공시를 따르지 않았고 그것이 알려졌다면 A 기장이 그에 따른 징계를 받을 뿐 아니라 국토교통부가 티웨이항공에 벌칙금을 물 수도 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항공사에서 안전 요건에 따른 판단에 대해 문책을 한다는 건 상식에 벗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기장은 고객과 항공기 안전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안전 조항을 따르고도 징계를 염려한다면 안전은 누가 책임지나"라고 성토했다. 국토교통부 운항기술기준에는 '비행에 대한 최종 책임은 PIC(해당 비행의 총책임 기장)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항공법을 위반하면 항공사는 물론 해당 PIC도 책임을 져야 한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에도 안전관리 소홀 문제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의 특별점검에서 항공기 '공기조화장치(에어컨디셔닝 시스템)'에 미인가 부품으로 정비를 진행한 정황이 적발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티웨이항공 측은 "현재 국토부의 안전 개선 명령을 받은 상태며, 정확한 내용은 아직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동종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인가 부품이 사용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안전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기 수익이나 이익만 내세우는 것은 기업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면서 "특히 항공사에서 안전을 진정으로 추구한다면 오히려 기업의 신뢰가 쌓여 장기적으로는 수익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보연 기자 by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