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중에 6-3 역전승…대회 MVP 전강윤 “오타니처럼 투타 겸업 지속할 것”
강남중이 대회에 참가한 26개 팀 중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서울 최대 규모의 중등야구대회인 일요신문배는 제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서울시 대표 선발대회를 겸한다.
일요신문배는 2024년 서울 관내에서 처음 열리는 중학교 야구대회다. 저마다 겨우내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는 첫 무대인 것이다. 참가팀 모두 남다른 각오로 임한다.
지난 9일 열린 결승전은 강남중과 상명중의 맞대결이었다. 강남중은 8강과 4강에서 각각 덕수중, 선린중과 접전 끝에 결승에 진출했다. 상명중은 영남중과 휘문중을 큰 점수 차로 누르며 기세를 뽐냈다.
선취점은 강남중이 올렸다. 1회초 공격부터 선발투수에게 한 점을 뽑아내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상명중이 곧장 반격에 나섰다. 강남중이 1점에 그치는 사이 1회 1점, 2회 2점을 내며 역전을 해냈다.
끌려가던 강남중은 3회말부터 승부수를 던졌다. 정주영을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것이다. 이전까지 3점을 내줬던 강남중 마운드는 정주영이 오르자 무실점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마운드의 호투에 타선이 화답했다. 4회 점수를 내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주영은 4회에도 삼진 2개를 섞어가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승부는 5회에 뒤집어졌다. 상대 실책 등이 이어지며 강남중이 2득점 해 4-3 역전을 만들었다. 6회에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을 추가했다. 강남중은 주자가 나갈 때마다 번트를 시도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타순과 상관없이 선수들은 고루 번트를 대며 작전 구사 능력을 선보였다.
7회에는 마무리 투수 전강윤이 등판했다. 삼진 하나를 섞으며 상대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6-3으로 끝냈다. 강남중 선수들은 일제히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오며 2연패의 기쁨을 만끽했다.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한 감독상 수상자 김정길 강남중 감독은 "일단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 하고 싶다"며 "힘든데도 열심히 버텨줘서, 견뎌줘서,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2연패의 원동력으로는 "코칭스태프, 학부모님들의 노력"이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훈련이든 경기든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이 이런 결과를 스스로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대표로 나서게 된 전국소년체전에 대해서는 "목표는 하나다"라며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올라가서 오늘과 같은 기쁨을 맛보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 종료 이후 이어진 시상식에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등에서 활약한 전 야구선수 홍성흔이 깜짝 등장하자 선수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그는 대회 결승을 지켜본 후 "오랜만에 어린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니 참 좋다. 성인 선수 못지않은 기량에 놀라운 장면도 있었다. 지금처럼 패기 있는 모습으로 야구를 하면서 잘 성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회 MVP는 결승전 마무리 투수로 등판,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전강윤이었다. 그는 수상에 대해 "내가 잘해서 받은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최선을 다해서 잘해준 덕분"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감독님이 투타를 다 믿어줘서 열심히 했다. 마지막에 투수로도 등판을 했는데 자신감이 있었다. 스트라이크가 잘 들어가서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도 훈련 열심히 해서 투타 양면에서 잘하는 오타니 같은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3회부터 구원 등판해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정주영은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나와서 참 좋다. 오늘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 것이다. 개인운동 철저히 하고 컨디션 관리도 열심히 할 것"이라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역전의 발판이 된 투구에 대해서는 "팀에 피해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수비를 믿고, 포수 오준혁의 리드대로 던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주영의 목표는 프로야구 선수였다. 그는 "어떤 기록을 남기겠다는 생각보다 지금으로선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당장 눈앞의 과제는 약 1개월 앞으로 다가온 전국체전이다. "방심하지 않으면서도 자신감 있게 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우승트로피 전달, 개인상 시상식이 종료된 이후에는 선수들이 다시 한 번 우승의 기쁨을 누리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선수들 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감독, 코치 등을 헹가래 치는 등 경기력 외에 뒤풀이에서도 프로야구 못지않은 장면을 연출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주최, 서울특별시체육회와 서울특별시야구소프트볼협회(회장 김윤규) 주관으로 열린 일요신문배 대회는 일요신문과 사단법인 청소년선도위원회(회장 류병근), 주식회사 엘에이티(회장 김흥환)가 후원했다. 일요신문은 앞으로도 중학 야구 발전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