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콘텐츠 ‘파이터100’ 기획·제작 집중 “새로운 격투기 스타 배출이 목표”
그런 그에게 돌발행동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종합격투기 단체 로드 FC에서 챔피언을 지내며 실력도 증명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모범적인 행동으로 호감을 사기도 했다. 현재 케이지에서 잠시 멀어진 듯 하지만 콘텐츠 제작자로서 적극 나서고 있는 그를 만나 근황을 들어봤다.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는 종합격투기 선수로서 마무리를 지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선수생활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좋은 기회가 있다면, 적절한 상대가 있다면 케이지 위에 오를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그의 최근 관심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개그맨 오인택 씨와 손을 잡고 콘텐츠 제작으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기 고양시 모 카페에서 만난 지난 9일에도 2박 3일간의 콘텐츠 촬영을 마치고 왔다고 전했다.
"'권아솔' 채널에서 공개하는 콘텐츠 '파이터100'의 새로운 시즌 촬영을 끝냈다. 파이터100은 아마추어들이 100초간 격투기 경기를 치르는 콘텐츠다. 시즌1이 반응이 좋아서 시즌2도 제작했다. 시즌2는 프로 파이터가 결승에서 기다리고 있는 형태였다. 아마추어간 경기에서 최종 승자가 프로 파이터와 붙어 승리하면 1000만 원 상금을 지급하는 형태였다."
그가 준비한 세 번째 시즌에는 또 변주를 줬다. 그는 "시즌3는 요즘 인기 있는 연애 프로그램을 섞어봤다. '나는 솔로'와 파이터100을 합쳤다고 보면 된다"면서 "남자 4명과 여자 4명이 커플을 이뤄서 싸우는 게임이다. 2박 3일 동안 거의 잠을 못 잤는데 피곤해도 즐겁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 아마추어간 짧은 경기를 보여주는 파이터100은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일부 영상은 조회수 100만회를 넘겼으며 그 외에도 수십 만회를 기록했다. 권아솔은 "그냥 싸우기만 하기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며 "참가자 중에는 선수 지망생도 있었지만 대기업 직원, 공무원도 있었다.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참가자를 프로 무대에 세우는 데에도 성공했다. 권아솔은 뿌듯한 표정과 함께 "4월 13일, 오랜만에 장충체육관으로 돌아오는 로드 FC 경기에 파이터100 참가자들의 경기가 포함됐다"면서 "쇼유 니키와 편예준이 나선다. 나는 현장에 해설로 참여한다"고 했다.
글러브를 끼고 케이지에 서던 그가 콘텐츠 제작에 흥미를 느낀 것은 오인택 씨를 만나면서다. 그는 "개그맨 윤형빈 형님과 친해서 소개를 받게 됐다. 형빈 형님이 '재밌는 그림이 나오지 않겠어?'라며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두 분 다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여러 참가자가 경쟁을 벌이는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그 또한 유사한 형태의 콘텐츠에 얼굴을 비춘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저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겪었던 사람이다. 과거 '슈퍼 코리안'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큰 무대에 섰다. 이어 '주먹이 운다', '맞짱의 신', '겁 없는 녀석들', '소사이어티 게임' 등 많은 프로그램이 출연했다"며 "프로그램이 진행되다보면 필연적으로 개개인의 스토리가 생긴다. 나는 이런 부분들을 재밌다고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과 기획자로 나서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그는 두 역할에 대해 "완전히 다르다"며 "플레이어가 됐을 땐 나만 생각하면 된다. 제작자가 되면 참가자들의 이미지를 생각해줄 필요가 있다. 때로는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해야 하고 선을 지키지 못하는 것 같으면 조절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빌런'이 되는 건 괜찮은데 사회악이 돼선 안 되지 않나"라며 웃었다.
권아솔은 '빌런'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을 인물이다. 선수시절 빌런으로 활약하며 스스로가 강조했던 '스토리'가 있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나는 100% 싸우기만 했던 선수는 아니다. 다만 그 때는 혼자였기에 탄탄한 스토리는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나 혼자 도발하고, 싸우고, 책상 엎고 그랬다(웃음). 그땐 혼자였는데 이제는 오인택이라는 좋은 제작자를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선수들이 스타가 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도 스타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이 계획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처음엔 열심히 싸워야지라는 생각뿐이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다(웃음). 그냥 '시골에서 올라온 미소년 파이터' 이미지였고 헤비급 파이터와 난타전을 하면서 유명세가 올라갔다. 그러다 복싱 챔피언을 상대로 노가드로 도발을 했는데 욕을 엄청 먹었다. 지금보다 일종의 '체면'이 중시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싸이월드' 시절인데 몇 십만 명이 내 미니홈피에 찾아와서 욕을 하더라. 그런데 내가 '죄송합니다' 하지 않고 '불만 있으면 욕하지 말고 찾아와라'라고 대응했다. 더 불타올랐다(웃음). 이전에는 없던 '빌런'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게 인지도를 많이 얻었다. 그때도 지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만든 이미지이지만 그 역시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다. 그는 "처음엔 욕먹는 일이 힘들다기보다 욕하는 것이 이해가 안됐다. 공감이 안됐달까. '도발 좀 할 수 있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다만 한 때는 악플이 너무 많아서 무시만 할 수는 없더라. 어쨌든 욕설이니까 기억에 남았고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었다. 운동에 집중하기 어렵던 시기도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권아솔은 감내하는 것을 택했다. 그는 "악동 이미지는 일부 손해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과거에는 일단 내가 유명해 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유명해지는 방법이 빌런 역할이다. 착한 척 해서는 어렵다"며 웃었다.
수많은 돌발행동을 이어왔지만 그가 넘지 않는 선도 있다. 이는 경기 중 비매너 행동과 일상생활에서의 매너다.
"경기 전후로 튀는 행동을 하고 설전도 벌였지만 경기 중 반칙과 같은 행동은 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나는 악동 이미지가 있는 사람이니까 경기장 밖에서는 절대 욕먹을 짓을 하지 않으려 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나는 욕을 두 배, 세 배로 먹는다고 생각했다. 무대에서 빌런인데 사회에서도 빌런이 되기는 싫었다. 특히 나는 격투기 선수이지만 아이 아빠이기도 하다. 가족들과 있을 때면 더 조심하려 했다. 아내와 아이까지 빌런으로 만들기 싫었다. 때론 그런 부분에 너무 신경을 써서 혼자 예민해질 때도 있다. 다시 태어나면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다(웃음)."
적극적인 팬서비스로도 유명한 권아솔이다. 그는 "그런 모습들을 격투기 팬들이 봐주시다보니 과거엔 나를 미워하기만 했던 분들도 언젠가부터 응원을 해주시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의 행보대로 당분간은 콘텐츠 제작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이어지는 대외활동도 자신이 만든 것을 더 알리고 좋은 내용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그는 "많은 분들의 도움 덕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안정권에 접어든 것 같은데 더 많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이름 '아솔'은 아버지께서 '아름드리 소나무'라는 뜻으로 지어주신 것이다. 이전까지 종합격투기 선수로서 나무를 키워 왔다면 이제는 또 다른 나무를 아름드리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남겼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