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독점 불가능 단어 판단 bhc 손들어줘…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는 BBQ 최종 승소
#소비자 조사 인식 결과 제시했으나 기각
지난 4월 18일 특허법원 제24부는 bhc가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BBQ가 제기한 상표권침해금지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BBQ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2020년 BBQ는 bhc의 ‘블랙올리브치킨’이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상표권침해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블랙올리브치킨은 bhc가 2019년 10월 출시한 제품이다. BBQ의 제품인 ‘BBQ 황금올리브치킨’과는 ‘올리브치킨’이 겹친다. BBQ는 자사가 올리브치킨 상표의 식별력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BBQ는 자사 상품과 혼동할 수 있는 블랙올리브치킨 제품을 bhc가 판매한 것은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한다며 1억 원을 배상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1심 법원은 bhc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2민사부는 bhc가 블랙올리브치킨 표장을 사용한 행위가 상표권 침해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올리브치킨은 특정인의 독점이 불가능한 식별력 없는 단어라는 이유였다. 일반적으로 올리브치킨은 올리브를 직접 재료로 사용한 치킨요리로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 BBQ는 한국갤럽조사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를 증거로 올리브치킨이 자사 상품의 식별력이 있다고 반박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올리브치킨’이라는 제품명을 특정 회사에서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72.1%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또 “‘올리브치킨’이라는 제품명을 보거나 듣는다면 그 상품의 BBQ의 제품이라고 생각되냐”는 질문에는 68.4%가 “BBQ의 제품으로 생각된다”는 선택지를 택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조사 결과로 올리브치킨에 BBQ의 식별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제로 BBQ가 판매한 제품은 올리브치킨이 아니라 황금올리브치킨”이라며 “질문을 통해 올리브치킨을 BBQ의 제품명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판시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bhc의 한국리서치 조사 보고서를 인용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리브치킨이라고 하면 어떻게 인식되느냐”는 질문에 “올리브를 재료로 사용한 치킨이라는 생각이 든다”를 선택한 사람(59%)이 “특정 치킨 브랜드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답한 사람(41%)보다 많았다. 또 “올리브치킨이라는 단어는 어떤 회사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일반명사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특정 회사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표라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83.8%가 전자를 택했다.
#끝나지 않은 소송전
양사 ‘치킨 전쟁’의 역사는 길다. BBQ는 2004년 bhc를 인수했다. 2013년 BBQ는 1130억 원에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 CVCI(현 더로하틴그룹)에 매각했다. 그런데 2014년 더로하틴그룹은 BBQ가 가맹점 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bhc를 팔았다며 국제상공회의소(ICC)에 중재 신청을 냈다. ICC는 2017년 ‘BBQ가 bhc에 96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자 2017년 BBQ는 bhc와 맺은 상품공급·물류용역계약을 해지했다. BBQ는 매각과 동시에 bhc와 10년간 상품공급·물류용역계약을 체결했다. BBQ는 bhc가 계약 내 정산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반면 bhc는 BBQ가 더로하틴그룹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자 계약을 해지했다며 반박했다.
이를 발단으로 bhc는 BBQ를 상대로 상품공급·물류공급계약 해지 손해배상 소송 등을 걸었다. BBQ는 bhc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영업비밀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걸었다. BBQ는 박현종 전 bhc 회장을 상대로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컸던 다툼은 지난해 판단이 나왔다. 상품공급·물류용역계약 해지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bhc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BQ가 bhc에 상품공급계약과 관련 120억 원, 물류용역계약과 관련 85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배상액은 당초 bhc의 청구 금액(상품공급계약 관련 540억 원, 물류용역계약 관련 2400억 원), 1심에서 나온 배상액(상품공급계약 관련 290억 원, 물류용역계약 관련 133억 원)보다 줄어든 액수다. BBQ가 bhc를 상대로 제기한 1000억 원대 영업비밀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대법원에서 bhc 승소가 확정됐다.
하지만 BBQ가 bhc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는 올해 1월 BBQ가 최종심에서 승소했다. BBQ와 bhc는 2013년 상품공급·물류용역계약을 맺으면서 최소한 보장 영업이익 기준을 정했다. 영업이익이 기준치를 넘으면 bhc가 BBQ에 초과이익을 돌려주고, 영업이익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BBQ가 물류서비스와 상품공급가를 높여 금액을 맞춰주는 방식이었다. BBQ는 계약체결 이후 2017년 계약 해지시까지 bhc가 정산 의무를 한 차례도 지키지 않았다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법원은 bhc가 계약 위반 및 부당이득을 취득한 사실을 인정하고 bhc에게 부당이득금 약 7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측은 모두 상고했다. 올해 1월 대법원은 상고 사유가 없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하는 심리불속행기각으로 판결을 확정했다.
BBQ와 BBQ 주주들이 박현종 전 bhc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3심이 진행 중이다. BBQ는 bhc 매각 당시 BBQ글로벌 대표로 있던 박 전 회장이 매장 수를 부풀리는 데 개입했다며 7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2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등에 28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BBQ 관계자는 “(상표권 침해소송 관련해서는) 상고 기한이 아직 남아서 고심해서 결정하려고 한다”며 “(박 전 회장 상대로 한 민·형사 소송 등) 다른 소송들도 아직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bhc 관계자는 “(상표권 침해소송은) 고발을 당했던 입장이라 따로 밝힐 의견은 없다”며 “경영진도 바뀐 상태다. 앞으로는 과거의 악연에서 벗어나서 서로 원만하게 협력하며 선의의 경쟁을 해 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