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 한 죄” 민희진=나 동일시, 실상은 ‘갑-갑 대결’…쌍욕 생중계 ‘재밌음 그만?’ 우리 시대 자화상
![4월 25일 오후 강남의 한 빌딩에서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와의 갈등을 밝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03/1714701567243873.jpg)
사태의 본질은 ‘경영권 찬탈 시도’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하이브는 △2025년 1월 2일 풋옵션 행사 △권리침해소송 제기 △재무적 투자자 구함 △캐시 아웃한 돈으로 어도어 지분 취득 등 구체적 행동 계획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이외에도 ‘5월 여론전 준비’ ‘어도어를 빈껍데기로 만들어서 데리고 나간다’ 등의 대화가 오간 정황도 전하며 하이브는 “감사대상자 중 한 명은 조사 과정에서 경영권 탈취 계획, 외부 투자자 접촉 사실이 담긴 정보자산을 증거로 제출하고 이를 위해 하이브 공격용 문건을 작성한 사실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민 대표의 답변은 무엇이었을까. 아주 간단했다. 민 대표는 “사담이었다”고 말했다. 동석한 변호사도 “그냥 쓴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하지만 정작 해소된 것은 없다. 향후 법정 다툼에서 이 같은 정도의 답변서만 낸다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민 대표와 어도어 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의미를 축소’하는 대응 방안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일요신문DB](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03/1714701622792954.jpg)
하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민 대표는 박봉에 시달리는 ‘샐러리맨’이 아니라 2021년 기준 연봉이 5억 원이 넘는 ‘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는 2021년 기준, 5억 2600만 원을 수령했다. 이는 그가 ‘X저씨’라 지목한 박지원 하이브 대표의 같은 해 연봉(5억 900만 원)보다 많다. 시기적으로 볼 때 뉴진스가 나오기 전이다. 하이브는 어떤 성과를 내기 전 이미 민 대표에게 ‘업계 최고 대우’를 안겼다.
이게 끝이 아니다. 민 대표는 2023년, 연봉을 제외하고 챙긴 인센티브만 20억 원이 넘는다. 게다가 하이브는 그에게 어도어 지분 18%를 줬다. 이는 현재 가치 1000억 원이 넘는다.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가만히 있어도 1000억 원을 번다”는 주장의 근거다. 게다가 하나증권은 2025∼2026년 어도어의 가치를 약 2조 원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른 그의 지분 가치는 약 3600억 원에 이른다.
결국 민 대표는 이 기자회견을 지켜본 대중과 결코 동일선상에 놓인 인물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대기업 그룹 회장과 계열사 CEO 간 다툼이다. ‘갑을 대결’이 아니라 ‘권력자 vs 권력자’ 구도다. 그런데 민 대표는 현란한 언변으로 대중을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대결은 '갑을 대결'이 아니라 '권력자 vs 권력자'의 구도다. 사진=최준필 기자](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503/1714701715100206.jpg)
이는 상식이 통하는 않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로 퍼져 나갔다. 아직 자의식이 형성되지 않은 10대들도 이를 보고 밈(Meme·온라인상에 떠도는 유행 콘텐츠)처럼 따라 한다. 민 대표의 언행에 열광하는 세태를 보며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상식 따위는 저버린 비뚤어진 대인 관계를 당연하듯 받아들이는 사회는 곤란하다. 이는 부도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 유튜버들의 기행을 보며 ‘좋아요’를 누르고 후원금을 보내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상식과 기본적인 예의가 상실된 사회, 민희진 사태를 통해 목도하게 된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