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점포정리와 사상 첫 희망퇴직 단행에도 회장 승진…재무구조 개선 전환점 마련 가능할지 주목
이마트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서도 정용진 회장은 지난 3월 8일 회장으로 승진·취임했다. 정 회장의 승진·취임으로 이마트가 재무구조 개선의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는 시선이 있지만, 실제 유통업계에서는 아직 이를 기대하기 이르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이마트가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내며 전 계열사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점포별이 아닌 전사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이마트가 1993년 설립한 이래 처음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올 것이 왔다”며 “이마트의 현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는 불가피해 보이지만 시장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마트가 점포정리와 희망퇴직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건 지난해 실적 악화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46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가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신세계그룹에서 인적분할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순손실도 1875억 원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이마트의 역대 최악의 실적에도 정용진 회장은 지난 3월 8일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에 따르면 정 회장의 전격 승진은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서 비롯됐다. 정용진 회장의 승진이 책임 경영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시사된다. 하지만 정용진 회장의 승진에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실적 악화의 책임을 져야 할 오너 부회장이 오히려 회장으로 승진한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 3월 11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승진보다 신음하는 이마트 주주에 대한 사과 및 기업 밸류업 대책을 내놓는 것이 옳지 않았나"라고 논평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20일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백화점과 이마트 대표를 동시에 교체했다.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와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를 동시에 해임하고,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이마트 대표이사로,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신세계백화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백화점과 이마트 대표의 동시 교체는 실적 악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 교체와 정용진 회장의 전격 승진 이후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에 천안 펜타포트점과 서울 상봉점, 두 곳을 폐점했다. 앞서 2022년엔 시화점과 가양점, 2023년에는 성수점, 이수점, 광명점을 정리하기도 했다. 2020년 141개였던 이마트 점포는 현재 130여 개로 줄었다.
‘폐점’ 행보는 마트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마트에브리데이가 운영했던 ‘자연주의’는 지난해 말 로드숍 점포를 모두 폐점했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가전 전문점인 '일렉트로마트'와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 '몰리스'도 사업 초기 운영하던 로드숍을 모두 철수한 상태다.
이마트의 잇단 점포 폐점은 이마트가 발표했던 “오프라인 유통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최근 전략과 반대된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9월 대표이사에 오른 한채양 대표는 오프라인 점포를 강화하는 등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점포 수가 아닌 본업 경쟁력 강화 의지를 내세웠다. 이마트는 “대형마트란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게 기본 골자”라면서 “지금 대형마트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상품력 강화, 가격 경쟁력 강화 등 저비용·고효율 구조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의 실적 악화와 부진은 자회사 신세계건설의 부진이 큰 영향을 끼쳤지만 무리한 사업 추진의 결과로 보기도 한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서울 성수동의 본사 건물을 매각하면서까지 G마켓을 인수한 것도, 푸른밤 소주 사업을 강행한 것도 아직까지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악화의 이유를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탓으로 돌리기도 무리다. 정용진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8일 공개한 실적 발표에서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전 분기 대비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신세계백화점은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가 법인 설립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1대 창업주 세대와 비교해 능력이 없다고 평가되는 3세·4세 세습 경영에 대한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정용진 회장의 책임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라고 언급했다.
양보연 기자 by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