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2월과 달리 ‘적격’ 입장 밝혀…정치적 논란 피해 형기 80% 넘긴 후 결정
2024년 2월부터 가석방 심사에 올랐지만 앞선 2차례는 가석방 명단에서 제외가 됐던 최 씨. 하지만 이번 5월 가석방 적격 판정이 나온 것은 ‘법무부 측에서 그동안의 입장과 다르게 적격 목소리를 낸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굳은 표정으로 구치소 떠난 장모 최 씨
5월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감색 계열 옷차림에 스카프를 두른 최 씨는 구치소에서 나와 경찰의 경호 속에 곧장 검은색 차를 타고 빠져나갔다. 취재진이 ‘현직 대통령 친인척 가석방은 처음이라 셀프 가석방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가석방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굳은 표정의 최 씨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 경찰도 50여 명의 경력을 동원해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최 씨는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과정에서 2013년 4월 1일부터 10월 11일까지 4차례에 걸쳐 모두 349억 원가량이 저축은행에 예치된 것처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2023년 7월 21일 법정 구속된 최 씨. 2심에서 유죄 판단이 나오자 울부짖으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그는 상고했지만,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023년 11월 6일 모든 상고를 기각하며 최 씨의 형을 확정했다. 2023년 9월 최 씨는 법정구속된 지 두 달 만에 대법원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며 보석도 신청했지만, 대법원은 최 씨의 유죄를 확정하며 보석 청구 역시 기각했다.
이로써 징역 1년이 확정된 최 씨의 형기 만기일은 2024년 7월 20일. 하지만 이보다 67일 앞선 5월 14일, 최 씨는 가석방으로 출소하게 됐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5월 8일 열린 심사위에서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가석방 적격 결정을 내린 덕분이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위원들은 최 씨의 나이, 형기, 교정성적, 건강상태, 재범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만장일치로 뜻을 모았다.
법무부는 “대통령의 장모라는 신분의 특수성 없이 나이, 형기, 교정 성적, 건강 상태,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절반 이상이 외부위원으로 구성된다. 한편 최 씨는 ‘본인이 논란의 대상이 돼 국민이 우려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4월에 이어, 5월 심사 때에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번째 가석방 심사위 적격 이유
가석방이 되려면 먼저 교정시설별 가석방 예비심사를 거쳐야 한다. 예비심사는 보통 적격심사가 열리는 달의 전달 10일 전후 실시되고,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석방 심사위는 매달 20일 전후로 가석방 적격심사를 열고 심사 대상자에 적격, 부적격, 보류 판정을 내린다. 심사위가 적격 판단을 하게 되면 법무부 장관이 허가해 가석방이 이뤄지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형기 80%를 채워 최 씨가 가석방이 되기까지, 법무부가 일련의 과정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형법은 형기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통상 형기를 60% 이상 채워야 가석방 대상이 된다. 이를 최 씨의 징역 1년의 60%로 산출하면, 7.5개월을 넘게 교도소에 머무르면 형기 60% 이상을 채운 셈이 된다.
실제로 2024년 2월 최 씨는 처음으로 가석방심사위원회의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랐으나 부적격 판단을 받아 최종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심사 대상에 최 씨가 올랐던 것은 일정 집행률을 경과한 수형자들을 기계적으로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절차였다.
통상 부적격 대상자로 분류되면 다음 달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원칙에 따라, 3월 심사 대상에서는 제외됐던 최 씨. 이후 4월 심사에서는 형기의 70%를 채운 상태였지만 당시 심사위는 최 씨에 대해 보류 판단을 내렸다. 당시 최 씨는 “정쟁의 대상이 돼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가석방 심사위도 판단을 보류했다.
보류 판단의 경우 다음 달 심사위에 자동으로 심사를 한다는 기준에 따라 5월 열린 가석방 심사위에 최 씨는 이름을 다시 올렸고, 위원장이 법무부 차관을 포함한 법무부 내부 위원 4명과 외부 위원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는 이번에는 만장일치로 적격 판정을 내렸다. 형기 80%를 넘기고(82%) 난 뒤에 가석방을 해 준 셈이다.
특히 앞선 두 번의 심사위 때와 다르게 법무부 간부들은 ‘적격’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두 차례 부적격, 보류 판단이 나올 때에는 4명의 법무부 간부들이 가석방 찬성 쪽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가석방 적격’ 쪽으로 입장을 냈다는 후문이다.
법무부 고위직으로 심사위에 들어간 적이 있는 한 법조인은 “법무부에서는 차관이 위원장을 하고 검찰국장, 교정본부장, 범죄예방정책국장 등이 들어가는데 법무부 간부 4명이 뜻을 모으면 교수와 판사 등 2~3명의 외부위원들만 찬성해도 안정적으로 적격이 나오게 되지 않냐”며 “양형이 60~70%에 가석방을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다가 80%를 넘겼을 때 가석방을 결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2월 최 씨 가석방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법무부는 곧바로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의 가석방 추진을 검토한 적 없고, 최 씨가 가석방을 신청한 사실도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인 만큼, 시기와 분위기를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역시 심사위원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의 경우 미리 검찰국장을 중심으로 법무부 간부들은 의견을 조율해 심사위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라며 “법무부 간부들이 의견을 개진하면 외부 위원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대통령의 장모 가석방 판단은 심사위 입장에서도 예민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논의를 충분히 해 5월로 결정한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